용산성당 게시판

흰 머리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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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2-12-07 ㅣ No.4182

 

 누가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전 늘 서슴없이 "여행과 독서"라고 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올 봄 어설프게 일본을 다녀 온 후 그 곳에서의 여행 가이드 말에 일본사람들의

 

취미 중 에는 여행과 독서가 없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인생 자체가 여행이고 사람으로 태어나 책 읽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독서가 취미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듣고 보니 일본 사람이 밉지만 말은 맞는 것 같아 그나마 취미라고 내세웠던 여행과 독서를

 

지우고  보니 저의 근황 중에 가장 많이 하는 행동? 일이 거울 보고 흰 머리 뽑기 였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차 조수석에 앉아서도 연신 앞에 있는 거울을 제껴놓고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흰 머리뽑기......

 

그런데 어느 날인가..아니 뽑아도 뽑아도 어느 틈에 나와 있는 흰머리에 지쳐서 인지..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흰 머리인들 내 머리가 아니였더냐... 늙은 부모 내 버릴 수

 

있느냐...... 주변 머리 , 소갈머리, 버르장머리???? 없다는 이들이 흰 머리라도 머리카락좀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들이 허공에 맴돌아 내 마음에 내려 앉더라구요.

 

 

흰 머리....

 

 언젠가 여 동생이 와서 함께 주방에서 일을 하다 휠끗 보니 앞 머리에 흰 머리가 있는것 같아

 

싫타는 동생을 억지로 끌고 냅다 무릎에 엎드리게 하곤 한 개 뽑아 주는데 백원이라고

 

농담을 하며 머리를 들쳐보니 ........

 

목에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오고 이내 눈이 흐려져 동생이 묻는 말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지요.

 

건방진 것 같으니라구...... 나이도 어린것이 언니보다 먼저 흰머리가 이리 생기다니..

 

어린 날 엄마가 콩을 볶아 주시며 시장에 갔다 올 동안 동생과 이 것 먹고 사이좋게 놀고 있으라고

 

하셔서 대문  에 앉아 콩을 하나 하나 집어 먹다 동생이 코에 콩이 들어간다며

 

자랑하는 것 까진 좋았는데 "그만 헹! 하고 풀어봐 해도 헹! 훌쩍 "하는 통에 콩은 콧 속으로

 

자꾸 들어갔고 마침 장에서 돌아오신 엄마는 딸 병신? 만들까 아이를 들쳐 없고 정신 없이

 

뛰시느냐고 그날 이후 다리가 아프시다는 말씀을 종종하셨답니다.

 

"너는 찢어지거나 막 써서 버려야하는데 동생은 아끼다 헤어져 못 쓴다하셨고, 사탕을 받으면

 

전 깨물어 먹는데 동생은 늘 빨아 오래 오래 단 맛을 즐기는 형이였다.

 

 동생의 울음을 끝이게 하는 방법중에 만병 통치약은 "저기~ 흰 머리 할머니가 온다"고 하면

 

눈이 휘둥그래져 사방을 살피며 이내 울음 소리가 사그러 들었는데 ...

 

 그런 동생 자신이 흰 머리 아주머니가 되다니.....

 

손전화에 적어 논 자칭 과천 공주라는 이름이 허전하게 보였다.

 

 그래, 그럼! 과천 공주여 눈 떠라!

 

 너의 별명이 한때 "까땜이" 라는 별명이 있었는지 아는지..

 

고추를 다듬었던 함지박에 들어가 놀다 매운 맛에 기겁을 하고 우는 통에  일흔의

 

친할아버지께서 유일하게 아셨던 영어 한 마디!

 

넌 정말 " 까땜!!!" 이였어.

 

그 후 아버지 8남매의 고구마 줄기에 고구마 열리듯이 열린 친척 가족 모두가 널 그리 불렀지.....

 

이젠 그 소녀, 그 아이는 시간 속에 사라지고 어찌 나이 든 중년의 여인으로 ..

 

  나이 더 먹은 언니 보다 더 많은 백발을 감춰놓고 무릎에 누워 있느냐...

 

내 늙음은 안 보여도 동생의 늙어감이 보여 괜한 헛 기침으로 목을 달래고 몰래 몰래 눈 주위를

 

찍는다. 돌아가신 엄마 품에 누운 것 같다는 동생 얼굴에 뜨거움이 떨어질세라 ........

 

대문 앞에서 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며 손 바닥위에 콩을 놓고 조근 거렸던 7살 4살 소녀의

 

모습이 정지된 화면으로 클로즈업되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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