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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지 않는 하느님(글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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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 [human3217] 쪽지 캡슐

2001-06-18 ㅣ No.847

 

나는 어떤 하느님을 믿고 있는가, 또 어떤 하느님을 어떻게 믿어야 할까를

 

함께 생각고 점검하는 기회를 갖고자  다음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  내가 믿지 않는 하느님  #

 

그렇다.  나는 이러한 하느님을 결코 믿지 않는다.

 

나약(懦弱)이라는 죄악(罪惡) 안에 인간을 ’붙들어 매놓는’ 하느님.

 

"나는 할 수 없습니다."라고 울먹이며 말하는 신실(信實)한

 

한 인간이 시달리고 있는 심각(深刻)한 문제에 대하여

 

해답(解答)을 주지 못하는 하느님.

 

 

물질(物質)을 죄악시(罪惡視)하는 하느님.

 

인간의 고통을 사랑하는 하느님.

 

인간의 기쁨을 시기(猜忌)하여 중단시키는 하느님.

 

인간의 이성(理性)을 빈약(貧弱)하게 만드는 하느님.

 

카인의 새 후예(後裔)를 계속 축복(祝福)하는 하느님.

 

 

마술사와 요술쟁이인 하느님.

 

스스로 공포(恐怖)의 대상이 되는 하느님.

 

자신(自身)을 ’당신(當身)’이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하느님.

 

자신을 그릇된 일에 이용될 수 있게 하는 하느님.

 

특정(特定)한 교회, 특정 종목(種目), 특정 문화, 특정 계층이

 

당신을 독점(獨占)하도록  허용(許容)하는 하느님.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하느님.

 

복권 추첨(福券 抽籤)에 의해서만 승리할 수 있게 하는 하느님.

 

손에 쥐고 있는 법조문(法條文)에 따라 항상

 

판결을 내리는 심판관(審判官) 하느님.

 

 

고독한 하느님.

 

사람들의 서툰 실수를 보고 그 실수에 미소짓지 못하는 하느님.

 

단죄(斷罪)하기를 ’즐기는’ 하느님.  지옥(地獄)에 보내는 하느님.

 

기다릴 줄 모르는 하느님.

 

 

시험 때가 되면 항상 만점만을 요구하는 하느님.

 

철학(哲學)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하느님.

 

인간을 처벌할 능력이 있는 권력자를 사랑하는 하느님.

 

많은 사람으로부터 멸시(蔑視) 당하고 있는 그것을

 

사랑할 줄 모르는 하느님.

 

 

비참(悲慘)에서 구제하지 못하는 하느님.

 

사람들로부터 단죄받고 있는 수많은 것들을

 

용서해 주지 못하는 하느님.

 

 

 자신을 더럽힐 수 있고

 

곧잘 부주의를 범할 수 있는

 

’어린 아이’나  어린이 같은 사람을

 

이해할 줄 모르는 하느님.

 

 

 

인간이 성장하고 쟁취(爭取)하고 변화되어

 

심지어 ’거의 하느님과 같은 존재’가 될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오르지 못하게 방해하는 하느님.

 

인간이 믿음을 가지려면 인간이기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하느님.

 

 

 

우리 인간이 벌이는 축제(祝祭)에 전혀 참석하지 않으려는 하느님.

 

사려(思慮) 깊은 사람,  총명한 사람,  조리정연한 이론에 밝은 사람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해되는 하느님.

 

 

 

자기 집 문 밖에서는 굶주림과 비참(悲慘)이 심한데도  

 

집안에서는 포식(飽食)하는 그런 부자들로부터 흠숭(欽崇)을 받는 하느님.

 

욕심쟁이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하느님.

 

계속 약탈(掠奪)하고 비방(誹謗)을 일삼으면서도

 

미사참여하러 성당에 가는 이들에게 흠숭을 받는 하느님.

 

 

오염되지 않도록 장치된 과학 연구실 안에서

 

수많은 신학자(神學者)와  교회법(敎會法) 학자들에 의하여

 

연구의 대상이 되는 하느님.

 

 

 

저지른 실수에 대한 사랑이 감도는 곳에서

 

드러나는 당신의 선(善)을

 

본질(本質)에서 나오는 어떤 것을

 

발견해낼 줄 모르는 하느님.

 

 

정의를 실천하지 않는 이들의 선심(善心)을 흡족하게 여기는 하느님.

 

사람들을 그 인간 존재 자체로보다는

 

그들이 소유하는 것이나 주장하는 것으로 평가하는 하느님.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대해서 전혀 무관심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친구로 받아들이는 하느님.

 

꽃과 비료,  모든 것을 어루만지고 감싸주는 태양의 풍요로움을

 

지니지 않은 하느님.

 

 

당신 식탁(食卓)에 인간을 앉히고 그에게 유산을

 

물려줌으로써 그를을  신적(神的) 존재가 되게

 

해주지 못하는 하느님.

 

 

우리가 그 안에서 형제들임을 깨닫고,

 

 빛이 태양과 별들뿐만 아니라,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비쳐 오는 낙원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하느님.

 

 

 

사랑이 아니며,  

 

또한 당신의 손길이 닿는 모든 것은 무엇이든지 다

 

사랑으로 변화시킬 줄 모르는 하느님.

 

 

이 땅에서 인간의 애정(愛情)을

 

 받아들이며  또 인간의 모든 사랑을

 

 한데 결합시킴으로써 맛보게 되는

 

희열(喜悅), 달콤한 감흥(感興), 기쁨, 만족을

 

그에게 건네줄 줄 모르는 하느님.

 

 

인간과 사랑에 빠질 줄 모르는 하느님.

 

강생(降生)의 모든 결과를 수락하면서도

 

 참 인간이 되지 않는 하느님.

 

 

한 여인(女人)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는 하느님.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친(母親)을  

 

어머니로 기꺼이 내어주지 않는 하느님.

 

 

온갖 절망 속에서 내가 희망할 수 없는 하느님 …

 

 

 

그런 하느님을

 

나는 믿지 않는다.

 

 

 

그렇다.

 

나의 하느님은,

 

내가 믿는 하느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다.

 

전혀 다른  하느님이시다.

 

 

 

             * 책「내가 믿지 않는 하느님」중에서 : 후안 아리아스 저,                  

 최영철옮김, 성바오로 (’88), P.2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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