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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추기경단에 한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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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5-07 ㅣ No.42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추기경단에 한 연설]


2005년 4월 22일 금요일, 바티칸 클레멘티나 홀



사랑하는 형제 추기경님들!

1. 오늘 저는 형제 여러분과 만난 이 자리를 빌려 최근 제 마음은 어떤지 여러분께 간단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제 선임자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과 이어지는 콘클라베에서 제가 느낀 그 강렬한 감정을 상상해 보십시오. 특히 저는 콘클라베의 결과에 저는 할 말을 잃고 깊이 침묵하는 가운데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는 열렬한 마음과 저를 기다리고 있는 숭고한 임무를 앞에 두고 느끼는 인간적인 불안 말입니다.

먼저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하느님께 마땅한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의 인간적인 나약함에도 제가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가 되기를 바라시어, 교회가 이 세상에서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성사가 되도록(교회 헌장, 1항 참조) 교회를 다스리고 인도하는 임무를 제게 맡기신 것입니다. 영원한 목자께서 당신 성령의 힘으로 친히 목자를 뽑으시어 영원히 당신 양떼를 인도하게 하신다는 것을 우리는 확신합니다. 엊그제 저녁 성 베드로 광장에서, 최근 며칠 동안 새 교황직을 위하여 함께 기도 드려온 그리스도교 백성 신자들과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참으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주교님, 신부님, 수도자, 남녀노소 여러분이 보여 주신 이러한 정신적 연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 존경하는 형제 추기경님들, 여러분 한분 한분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먼저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님, 추기경단을 대표하시어 조금 전에 제게 보여 주신 애정어린 말씀과 친절한 축복 서약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에두아르도 마르티네즈 소말로 추기경님, 이 중대한 전환기에 추기경님께서 보여 주신 너그러운 봉사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추기경단의 모든 추기경님께서 사도좌 공석 기간 동안 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연령이나 질병을 이유로 콘클라베에 참석하지 못하셨던 추기경님들께 각별한 애정으로 인사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께서 각자 보여 주신 열린 마음과 형제적 친교의 표양과 열렬한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표양과 기도는 모두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에 충실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나아가, 콘클라베를 구성하고 전개하는 데 다양한 임무를 맡아 그 기간 동안 추기경님들께서 안심하고 안전하게 책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협력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3. 존경하는 형제 추기경님들, 보편 교회의 목자인 교황으로 저를 뽑으시며 제게 보여 주신 여러분의 신뢰에 개인적으로 매우 감사드립니다. 이 신뢰 덕분에 저는 차분한 마음으로 이 새로운 사명을 시작할 용기를 얻습니다. 하느님의 도움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관대한 협력에 의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제가 여러분의 이러한 지지를 결코 잊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제 인격과 능력에 한계가 있지만, 반면에 저는 제가 맡은 이 사명이 어떠한 성격을 지녔으며 내적 헌신의 자세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영예도 따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스승이신 주님을 본받아 소박하고 열린 마음가짐으로 종사하여야 하는 봉사의 사명입니다. 주님께서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고(마태 20,28 참조) 최후의 만찬에서 사도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그들도 서로 발을 씻어주라고 명령하셨습니다(요한 13,13-14 참조). 따라서 저를 비롯하여 우리는 모두 섭리자이신 하느님의 뜻에 따라 꾸준히 서로 도와 가며 최선을 다하여 교회에서 저마다 맡은 일을 완수하여야 합니다.

4. 이 소중한 순간에 저는 존경하는 제 선임자이신 복자 요한 23세, 하느님의 종 바오로 6세와 요한 바오로 1세, 그리고 요한 바오로 2세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지난 며칠 동안 그분의 증거를 통하여 저희를 격려해 주셨고, 앞으로도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살아 계실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께서 극심한 시련과 고통을 겪으시다가 죽음을 맞이하시게 된 그 뼈아픈 사건에는 사실상 그분께서 유언장(1980.2.24-1980.3.1.)에서 염원하신 대로 파스카의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죽음에 임박하여 거행하신 ‘마지막 미사’에서 흘러나온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과 힘이 교회를 가득 메웠습니다. 이 미사의 절정은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을 통하여 세상의 구원을 위한 생명의 온전한 봉헌에 순명하는 ‘아멘’이었습니다.

5. 존경하는 형제 추기경님들! 여러분께서는 이제 각기 자기 자리로 돌아가 하던 일을 계속하시겠지만, 믿음과 주님의 사랑 안에서, 성찬례 거행의 유대 안에서, 꾸준한 기도 안에서, 날마다 사도 직무를 수행하며, 우리는 언제나 영적으로 하나입니다. 여러분과 나누는 영적 친교, 여러분의 현명한 조언과 효과적인 협력이야말로 제게는 잊지 못할 선물이고 제가 충실하게 헌신적으로 맡은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저를 북돋워주는 자극이 될 것입니다.

교회가 탄생하던 자리에 침묵의 현존으로 함께 하셨고 사도들의 믿음을 북돋워 주신 하느님의 동정 성모님께 우리와 그리스도인 공동체 전체의 기대와 희망과 걱정을 내어 맡깁니다. 교회의 어머니(Mater Ecclesiae), 성모님의 자애로우신 보호아래 하느님이신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종의 길을 걸어가도록 여러분께 권고합니다. 성모님의 끊임없는 보호를 간구하며, 여러분 각자와 하느님의 섭리로 여러분에게 맡겨진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사도의 축복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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