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레지오

2005년 9월호 [훈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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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마리애 [legio] 쪽지 캡슐

2005-08-26 ㅣ No.23

 사랑이신 하느님의 모든 활동과 행위, 즉 만물의 창조, 인류의 구속 및 성화는 한결같이 인간과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랑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희생제사와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음식으로 주시는 성체성사입니다.

성체성사는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전적이고 완전한 자기양도요 음식으로 먹히는 희생과 죽음입니다. 당신의 살과 피, 인성과 신성을 온전히 우리에게 주심으로써 우리의 생명을 당신의 생명으로 충만케 하고 우리를 당신의 은총과 힘으로 살게 하십니다.

우리는 먹는 힘으로 살아갑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상 사람들처럼 육신을 기르는 음식을 섭취할 뿐만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천상양식으로 살아야 하고, 이 생명은 특별히 일치와 사랑의 성사인 성체성사로 얻어 누리게 하셨습니다.

갓난아기는 어머니의 살과 피인 젖으로 살 듯이, 세례로 태어난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끊임없이 그리스도의 생명을 얻어 누리고, 그 생명이 우리 안에서 늘 성장하고 활성화되어 거룩한 열매(성덕)를 맺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인류 구원의 원천인 십자가상 제사를 현재화하는 성체성사를 세우시기에 앞서 여러 예표를 마련하셨습니다. 그 중에서 아벨과 노아와 아브라함 등 구약의 성조들이 드렸던 제사와 시나이 산에서의 계약은 성체성사를 미리 보여준 것입니다.

한 예로 출애굽기 19장에서 24장까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모세는 야훼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중재자로서(19장)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십계명과 율법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해줍니다(20~23장). 그러자 온 백성은 ꡒ야훼께서 말씀하신 대로 따르겠습니다ꡓ 하고 약속합니다. 이에 모세는 수송아지를 잡아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게 하고, 송아지 피의 절반을 제단에 뿌립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이 기록된 계약서를 백성에게 읽어 주고, 말씀대로 따르겠다는 다짐을 받습니다. 이어 모세는 남은 절반의 피를 백성에게 뿌려주며 ꡒ이것은 야훼께서 너희와 계약을 맺으시는 피다. 그리고 이 모든 말씀은 계약의 조문이다ꡓ 하고 선언했습니다(출애 24,8). 이 옛 계약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중재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 맺을 새로운 계약(신약)을 미리 보여준 것입니다.

ꡒ그리스도는 새로운 계약의 중재자이십니다. 그분은 사람들이 먼젓번 계약 아래서 저지른 죄를 용서받게 하시려고 죽으셨습니다ꡓ(히브 9,15). 이렇게 예수님은 당신의 피로 새로운 계약을 맺기 위하여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예수님은 온 인류가 당신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새로운 계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성체성사의 거행을 명령하셨습니다.

ꡒ이것을 먹어라.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ꡓ는 말씀과 ꡐ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ꡑ라는 말씀은 최후의 만찬 때 내어주신 몸과 피가 십자가상에서 내어주실 몸과 피임을 입증해줍니다. 또한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로 따로 축성하여 주심은, 십자가상에서 몸과 피가 분리되는 죽음, 즉 피를 다 흘리고 죽으실 처참한 죽음 ꡐ희생제사의 의미인 성체성사ꡑ를 의미합니다.

끝으로 성체성사는 생명을 주는 천상양식이며 나그네 길을 걷는 우리에게 더없는 힘이요, 목마른 이에게 시원하고 달콤한 생수의 샘이요, 제대상에서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입니다. 당신의 살과 피, 생명으로 우리를 가르치고 거룩하게 하시며, 당신의 모습으로 바꾸고자 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찬미하고 감사드립시다.

성체성사는 눈으로는 볼 수 없으나 영원히 살아 계시는 주님의 현존입니다. 우리를 위해 덕이 되시고 우리를 살리기 위해 희생되신 주님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 놀라운 사랑의 신비를 묵상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이 성사에 기꺼이 참여하도록 합시다.

_정옥동 바오로/서울 세나뚜스 초대 단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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