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동성당 게시판

늘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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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화 [michael70] 쪽지 캡슐

2000-03-02 ㅣ No.593

늘 처음처럼

 

- 정채봉 -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손님을 대하듯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는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행하는

시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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