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교회음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27번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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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1-27 ㅣ No.2409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42) 227번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


요한 복음 11장 25-26절 담아

 

 

- 227번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 성가의 선율이 1863년 처음 소개된 「브리스톨 선율집(The Bristol Tune Book)」.

 

 

위령 성월을 맞아 장례 미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227번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 성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성가는 요한 복음 11장 25-26절에서 라자로가 죽었을 때 예수님께서 마르타와 나누셨던 대화 중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성가의 선율은 개신교 찬송가에서 온 것으로, 우리 성가책에는 ‘웨일스 성가’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개신교 찬송가집에는 ‘캄브리아’(Cambria)라고 다르게 표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캄브리아라는 말은 로마 시대부터 웨일스 지방을 일컫는 말이었기 때문에 같은 표기다. 이 선율이 처음 소개된 책은 1863년 영국 웨일스 지역의 브리스톨에서 출판됐던 「브리스톨 선율집(The Bristol Tune Book)」이다. 말 그대로 가사가 없는 선율만을 따로 모아 놓은 책이다. 342개의 선율이 수록돼 있다. 책 서문에는 가사로 사용할 시 형태의 기도문이 수록된 「찬미가집」(Hymnal)을 함께 사용하도록 지시해 놓고 있다. 선율집에 수록된 선율에는 각각 이름과 작곡자가 표기되어 있는데, 성가 227번의 선율에는 작곡자 표기 없이 그 이름만 ‘성 니콜라스’(St. Nicholas)로 되어 있다.

 

이 선율은 애초에 개신교에서 먼저 애용됐다. 가장 많이 사용되던 가사는 19세기 영국 성공회 성직자였던 테일러(T. R. Taylor, 1807~1835)가 만든 ‘나는 여기서 이방인일 뿐’(I’m but a stranger here)이라는 시다. 개신교에서는 이 시를 번안해 ‘괴로운 인생길 가는 몸이’라는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가사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건강이 악화될 때 쓴 것으로 알려졌다. 1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나는 여기서 이방인일 뿐, 하늘나라가 나의 집, 땅은 음울한 사막, 하늘나라가 나의 집, 내 주위를 둘러 위험과 슬픔이 가득하네. 하늘나라가 내 고향, 하늘나라가 나의 집.”

 

이 노래는 ‘하늘나라가 나의 집’이라는 구절을 반복하면서 이 땅에 살고 있으나 지금 이곳에 속하지 않은 신앙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시는 죽음에 대한 슬픔과 그 희망을 언뜻언뜻 보이고 있을 뿐 보다 적극적으로 부활의 희망과 기쁨을 그리고 있지 않다. 때문에 죽음보다는 부활의 희망과 그 기쁨을 더욱 드러내는 전례 때 부르기엔 다소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성가책에서는 요한 복음 11장 25절의 예수님 말씀을 풀어서 새로이 가사를 만들어 붙였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진리의 길과 그 승리를 주신 분이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6년 11월 27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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