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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교구 2014년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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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현 [sandel07] 쪽지 캡슐

2013-10-25 ㅣ No.722

 

 

   

   

2014년 사목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하느님의 말씀은 새로운 복음화의 원동력-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
(시편 119,10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선포하신 ‘신앙의 해’가 2012년 10월 11일에 시작되어 올해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끝났습니다. 전임 교황님께서는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과 새로운 열정을 더욱 북돋우기 위하여 신앙의 여정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자의교서「믿음의 문」, 2011, 2항.) 는 취지에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교회 안팎에서 신앙을 위협하는 흐름과 요인들이 점점 더 증가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 신앙을 점검하고 새롭게 하기 위한 ‘신앙의 해’ 선포는 성령의 인도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신앙의 해’를 시작하면서 발표한 사목교서에서 한국천주교회가 당면한 신앙의 위기는 ‘허약한 신앙’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또한 허약한 신앙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섯 가지 표어에 담아 제시하였습니다.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교회의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이 그것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신앙의 해 안내서」, 2011, 17-19쪽 참조.
이 지침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우리 교구의 사제, 수도자, 신자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떤 분야든 기초를 튼튼히 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쌓아온 신앙의 기초를 좀 더 공고히 하기 위해 그동안의 노력을 계속 이어가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교구가 ‘신앙의 해’를 위해 마련했던 다섯 가지 표어를 한 해에 한 가지씩 집중적으로 실천하려고 합니다. 사실 성경, 기도, 교회의 가르침, 미사와 성사, 사랑의 실천은 신앙의 성장과 강화를 위한 핵심요소입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순차적으로 이 다섯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한다면 우리의 허약한 신앙체질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2014년에는 첫 번째 주제인 성경 말씀에 역점을 두고 신앙생활을 합시다. 사도 바오로께서 강조하신 것처럼 우리의 믿음은 주님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시작되고 성장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그래서 교회는 항상 성경 말씀을 주님의 몸처럼 공경하면서 탁월한 영적 양식으로 여겨왔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하십니다. “성경이라는 산 위에 모여 드십시오. 거기에는 여러분 마음의 기쁨이 있고 독성이나 해로운 것이 조금도 없습니다. 그것은 가장 비옥한 목장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목자들에 대한 강론」에서.)

   이처럼 성경 말씀이 중요한 영적 양식인데도, 성경을 매일 읽는 신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심지어는 매 주일 미사 참례하는 신자들 중에서도 성경을 거의 읽지 않는 분들이 약 30%, 3명 중의 한 명이나 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목국,「서울대교구 본당사목 활성화를 위한 기초자료 수집 설문조사 보고서」, 2012, 63-64쪽 참조.)
   성경을 읽지 않으면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을 체험할 수 없고, 따라서 신앙이 식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로니모 성인은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라고 경고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성경 말씀을 통해 당신 자녀들에게 말씀을 건네시면서 필요한 힘과 지혜, 용기를 주십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능력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성경을 가까이 두고 자주 읽고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매일 성경 읽기를 생활화합시다.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루카 8,15)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또한 주일 미사에 참여하기 전에 그 날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미리 읽고 마음에 새기는 준비의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이렇게 성실하게 준비한다면, 말씀 전례 중에 봉독되는 성경 말씀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하느님 말씀으로 다가와 우리의 신앙을 기르고 굳세게 만들 것입니다.

   신부님들께서는 신자들이 성경 말씀에 맛들임으로써 영적인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제 직무가 미사성제를 “목표로 하고 여기서 완성된다.”
(「사제 생활 교령」, 2항.)고 선언하는 동시에 복음 선포가 사제의 첫째 직무임을 강조합니다. “하느님의 백성은 그 무엇보다도 먼저 살아 계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모이며, 이 말씀을 사제들의 입에서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사제 생활 교령」, 4항.) 따라서 사제는 신자들이 성경과 성찬의 두 식탁에 자주 참여하여 그들의 신앙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합니다.

   사제의 첫째 직무인 말씀 봉사는 “사목적 복음 선포, 교리교육과 모든 그리스도교 교육”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에서 전례적 설교, 곧 미사 강론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계시 헌장」, 24항. )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따르면, “강론은 성경 메시지를 현재화함으로써 신자들이 현재의 자신의 삶에서 하느님 말씀의 현존과 그 활동을 발견하게 하는 것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교황권고「주님의 말씀」, 2011, 59항. 교황님은 계속해서 이렇게 당부하십니다. “하느님 말씀의 단순함을 가리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강론이나, 복음 메시지의 핵심보다 설교자에게 주의를 기울이게 할 수 있는 쓸데없는 빗나감을 피해야 합니다. 설교자에게 중요한 것은 모든 강론의 중심이 되셔야 하는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것임이 신자들에게 분명히 드러나야 합니다. 그러므로 설교자들은 성경 본문과 친밀해야 하고 꾸준히 그 본문을 접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강론을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 (「사제 생활 교령」, 4항)입니다. 하지만 신자들이 사제의 강론에서 영적으로 많은 힘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면서 더욱 노력하기로 합시다.

   성경 말씀이 참된 영적 양식이 되기 위해서는 “전체 교회의 살아 있는 전통”
(「계시 헌장」, 12항.)에 비추어서 읽혀지고 해석되어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에서 벗어난 성경 해석은 잘못된 길로 빠지기 쉽습니다. 최근에는 어느 신흥종교단체가 자의적인 성경 해석으로 많은 신자들을 현혹시켜서 큰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회가 공인한 성경 프로그램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신부님들, 특히 사목 현장에 계신 신부님들께서는 신자들이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요한 10,5)가 아니라 참된 목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참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 말씀을 귀담아 들으라고 명하십니다(루카 9,45 참조). 그분은 당신의 발치에 앉아서 말씀을 듣고 있던 마리아가 좋은 몫을 택했다고 하십니다(루카 10,42 참조). 이처럼 주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간직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본질적 자세입니다. 바로 이런 자세를 모범적으로 보여주신 분이 성모님이십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교황권고「주님의 말씀」, 2011, 27항 참조.) 그분은 가브리엘 천사의 전갈이 무슨 뜻인지를 “곰곰이 생각”(루카 1,29)하셨고, 예수님과 관련해서 놀라운 일을 당했을 때도 그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셨습니다.’(루카 2,19.51 참조) 또한 성모님은 주님의 말씀에 믿음으로 순종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2014년 한 해 동안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주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마음에 간직하여 삶으로 실천하도록 노력합시다. 우리가 성모님처럼 주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 갈 때 우리사회의 어둠을 비추는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오늘날 올바른 가치관의 부재로 말미암아 물신숭배, 경제적 양극화, 생명경시, 거짓, 폭력 등과 같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이 우리 삶에 기준이 되고, 우리 발에 “등불”, 우리 길에 “빛”(시편 119,105)이 된다면, 이런 혼란과는 정반대의 모습, 곧 나눔, 정의, 생명, 정직, 화해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제, 수도자, 신자 여러분 모두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기쁘고 활기차게 신앙생활을 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신 것처럼 우리는 “사람이 되신 말씀 예수 그리스도를 맞아들일 때, 성령께서는 우리를 변모시키시어 미래로 가는 길을 밝혀주시고, 희망의 날개를 달고 그 길로 기쁘게 나아갈 수 있게 해주신다는 것을 압니다.”
( 교황 프란치스코,「신앙의 빛」, 2013, 7항. )
세상은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면서 기쁘게 사는 이들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그리스도와 그분 말씀 안에서 기쁨과 희망의 삶을 살아간다면 교회와 세상이 새롭게 복음화될 것입니다.



한국천주교회의 주보이시며 우리 믿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하신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 성녀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3년 12월 1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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