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與野, 北인권법 제정 더는 늦추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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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3-12-18 ㅣ No.10091

 

김태훈/‘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상임대표

올해는 지난 10일로 세계인권선언 65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다. 그러나 북한 동포는 오히려 반(反)인권적인 수령 절대주의 세습 독재정권의 말기적 현상으로 인권 중에 가장 기초적인 생명권조차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짐승처럼 살육되고 있다. 지난 12일 북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은 체포된 지 나흘 만에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에서 국가전복 음모죄로 사형 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은 즉시 집행됐다.

불복 절차 없이 단심으로 이뤄진 사형 판결과 전격적인 집행은 재판소 명칭이야 어떻든 간에 북한도 가입한 자유권 규약(ICCPR)에 명백히 위반되는 초법적이고 자의적인 즉결처형이다. 자유권 규약 제6조 제1항은 ‘모든 인간은 고유한 생명권을 가진다. 이 권리는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규약 제6조 2항은 “사형을 폐지하지 않은 국가에서의 사형은 범죄 당시의 현행법에 의해 자유권 규약 및 집단살해죄의 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장 중한 범죄’에 대해서만 선고돼야 하고, 권한 있는 법원이 내린 최종 판결에 의해서만 집행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14조 제5호는 ‘유죄 판결을 받은 모든 사람은 법률에 따라 그 판결 및 형벌에 대해 상급 법원에서 재심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 11월 하순 장성택의 최측근 2명을 기관총으로 공개처형한 데 이어 장성택 추종세력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 예고돼 있다. 그 규모는 최소 수백에서 수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끔찍한 숙청 사태는 북한 당국에 의해 조직적으로, 또는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사법살인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규정 제7조의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장성택과 그 측근이 전격적으로 권좌에서 쫓겨나고 처형된 근본 이유나 정치적 의미에 관해서는 모른다. 그러나 권력의 2인자에 대한 취급이 저러할진대 그 밖의 사람들에 대한 인명 경시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 것인가? 이미 대한민국에 정착한 2만5000여 명의 탈북자 대부분은 북한에서의 공개처형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한 지 오래고, 특히 김정은 집권 후는 공포통치가 극에 이르러 지난달 초에만 북한 7개 도시에서 80여 명을 공개총살했다는 보도도 있다.

지금 가동중인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마땅히 이번 장성택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나아가 내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최종 보고서에 이 사건을 포함한 북한 정권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유린 행태에 대해 유엔 안보리 등을 통한 ICC 회부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내년 3월로 끝나는 조사위원회의 임기 연장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여야(與野) 정치권도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임을 의미하는 헌법 제3조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국제인권규범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인 생명권 침해로부터 북한 동포를 구제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고, 그 최소한의 구제 방안으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더 이상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 곳곳에 널려 있는 종북세력은 자신이 추종, 신봉하는 북한의 체제나 권력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인지 실상을 보고 환각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민주당도 북한 정권을 자극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지 깨달아, 제17·18대 국회에서 반대함으로써 자동폐기됐다가 이번 국회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해 외교통일위(委)에 계류중인 북한인권법 제정을 더는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로써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인권 수호 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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