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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학에 대한 몇가지 생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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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선 [choyya] 쪽지 캡슐

2000-02-01 ㅣ No.492

박경숙님과 여러 토론자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이미 저는 여성신학의 나아갈 방향에 필요한 작은 생각을 올렸지만 몇가지 더 첨부하고자 합니다.

몇가지 오해를 푼다는 의미에서...

 

첫째, 신학교는 젊은 남성들만 공부한다?  이 것은 오해입니다. 이미 수십년전부터 신학교는 여성을 포함한 모든 평신도에 개방되어 있습니다. 물론 신학원이라 불리우는 기숙생활에는 당연히 같이 할 수 없지만 신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는 개방되어 있습니다(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일반 대학처럼 편입하고 입학할 수 있음).

 

둘째,신학생들은 현실을 모른다? 폐쇄적이다?  이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공감되는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밖에서 보는 그런 피상적인 생각에는 신학교를 졸업한 사람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사제양성에 관한 교회의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여러 문헌을 통해서 여러 가르침이 있지만 사제양성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가 영성수련입니다. 수도생활이라는 말이지요.... 글구 안에서 자아비판적인 면으로 좀더 나은 신학교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좀더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글은 나올 수 있지만 ... 글쎄 신학교는 생각보다 폐쇄적이지 안습니다. 신학교 도서관은 신학서적이외에도 많은 일반 서적이 있고, 인터넷이 들어오구.. 방학기간동안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체험할 수 없는 현장체험을 하기도 하구.. 사람들을 만나구... 당연히 군대를 가거나 사회체험활동을 하구... 신학교가 폐쇄적이다라는 비판은 신학교 생활을 하면서 좀더 나은 지적 목마름, 영적갈구에서 나오는 이야기로서는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객관적으로는 신학교는 3000년기를 준비하는 교회의 심장으로서 폐쇄적인 곳이 아닙니다.

 

셋째, 박경숙 자매님께 이메일을 보낸 내용인데.... 신학교에서 여성신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세미나 , 특강뿐만 아니라 강의도 있고....(필수는 아니지만.... 필수가 아닌 이유는 중요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신학이라는 학문에서 응용분야이기 때문임), 사제가 된 이후에도 사제연수중 여성학에 대해서 공부하기도 합니다.

 어떻습니까?  교회가 그리 고리타분한 곳만은 아니지요?

 

 마지막으로.... 여성신학의 장점을 꼽는다면....(지난 번의 글에도 올렸는데... 반복이기만 하지만)

 여성신학에는 하느님의 모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도중에 하느님 아버지 하고 부르는 대신  하느님 엄마 하고 불러보십시요.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좀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체험적으로) 아버지께 야단을 맞고(물론 네 잘못으로) 종아리가 멍이 들었을 때 안티프라민을 발라주시며 눈물 짓던 어머니들...  죽일.. 살릴...하시면서도 결국 아들, 딸들에게 밥은 먹었냐고 물으시며 밤늦게 상을 차려주시는 어머니.... 여성신학의 영성은 여기서부터 출발하지요.... 하느님의 한 없는 용서, 자비, 사랑...

여성신학은 기존의 신학적 흐름과 전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좀더 그 신앙의 신비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일 뿐이지요.

 그런데 만일 여성신학이 이 모성을 버리면....?

물론 젊은 여성, 신여성(?)들은 여성신학을 접하면서 마니피캇(성모의 노래)의 투사적인 면에 반할 수 있지요. 실제로 여성신학의 시작을 해방신학에서 보기도 합니다(상당히 정견으로 받아들여짐). 그러나 이 투쟁성은 분명 외유내강적이지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모성을 기본으로 하지요.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남성적(사실 이 표현은 흑백논리적이라고 (심리학적 접근을 통한) 여성학, 남성학을 공부하신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폭력이 아니라 여성적인 포용-십자가 사건과도 연결되지요-임을 깨닿는 것이 여성신학의 보물같은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해방신학의 한계를 여성신학이 극복한다고 여성신학자들이 주장하는 면중에 하나가 바로 이 것이지요.

 여성신학적인 시각에서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이 영성적인 면이 깊게 흘렀으면 합니다.  교회내의 여성에 관련된 여러 문제가 많은데 하필 여성사제 문제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찬성하고 싶지 안네요.  

 사제직은 중개자의 역활이지 본질적으로 세상의 권력직과는 구별된다고 지난 번 글에서 말씀드렸지요?그런 의미에서 여성신분상승과 여성사제직을 관련시킨다는 것은 사제직을 지망하는 참된 영성에 어긋난 것이지요.

글구 좀더 덧 붙이자면 여성사제의 문제는 현실성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교회의 분열, 사제단의 일치문제, 사회적 공감문제, 등등 여성사제는 신학적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삶에 관련된 지혜의 문제이지요.

 

물론 여성사제직에 대한 신학적 논쟁이 불가하다고 생각되지 안습니다. 신학안에서는 교회론, 교회직무론등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이고 신학교에서 이 문제에 대한 공부, 토론을 하기도 하지요... 순수 학문적 입장에서는 논의 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나 결과가 여론몰이가 될 수 있는 이런 공간은 적절하지 안다고 봅니다. 신학과 신앙은 차이가 있는 면이 있지요.  학문적 의심, 문제제기, 적나라한 현실 직시, 학문적 출발을 위한 부정(종종 이런한 작업은 실재의 풍부성을 상실하게 하고 비전문가에게 오해를 주기도 하지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상식적인 다룸은 이미 이 토론실에서 충분하다고 봅니다.  좀더 신학적인 관심이 있는 분은 같이 모여 세미나, 토론을 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합니다.

여하간 이러한 주제가 토론실에 올라 여러 사람들이 좀더 교회를 생각하게 했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관심이 있는 분은 한번 뭉쳐보는 것도 좋을 듯).

 

 사제 김병선 토마스 아퀴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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