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묵주에 얽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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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0-05-27 ㅣ No.1127

군대를 갔지요.

그것도 군부의 서슬이 시퍼렇던 80년도에.........

군에 입대하기 전 어머니랑 성당엘 갔지요.

왠지 울적한 마음에 어머니를 졸라 당시로서는 거금이었던 3,000 원 짜리 묵주를 샀지요.

그것을 가지고 군대에 가면 무사히 제대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훈련소에 들어가던 첫날!

내무반장의 기세등등한 모습에 기가질려 있는데, 훈령병들은 "사회에서 가져온 물건은 모두 내놓으라"는 불호령 앞에 완전누드? 상태에서 온 몸을 수색당했지요.

모두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사제물건을 커다란 박스에 던져 넣고 있었지요.

그 순간 저는 묵주를 내놓을까? 말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입한지 일주일도 안된 것이고, 신부님의 축성이 있었던 것이며, 박스에 들어가면 불에 태워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차마 던지지를 못하고 꼼지락 거리고 있는데, 시커먼 군화발이 저의 정갱이에 와 닿으며, "뭘 꾸물거리냐!"는 불호령이 다시 떨어졌지요.

저는 내무반장에게 애원했지요. 거의 울음섞인 목소리로....?

"이것만은 안된다"며 묵주를 손에 꼭 쥐고서...

그분 왈!

"그것이 무엇인데 그러느냐?"

"저는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이것이 꼭 필요합니다. 이것만은 제가 보관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라고 애기했지요.

그분 왈!

"그럼 이시간 이후 그 염주?가  내눈에 보이면 죽었다고 복창하라"는 엄명에 그저 고맙고도 황송해서 "네, 네"만 연발했지요.

모든 정리가 끝나고 훈련소의 첫날 밤이 시작되었지요.

온갖 상념에 젖어 있는데, 과연 이 묵주를 어디에 숨겨야 죽음을? 면할 수 있을까? 동료들보다 특혜?를 받는 입장인데라고 고민하다가, 순간 소변이 마렵다며 화장실을 간다고 나섰지요.대검을 몰래 감춰서.......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지요.대검으로 화장실 천정을 뚫고 그곳에 묵주를 고이(모셔)놓았지요.  

다음 날부터 밤에 보초를 서려고 나갈 때마다 화장실에 들러 묵주를 가져갔지요.

묵주기도를 하면 시간도 잘 가리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보초가 끝나고 나면 다시 화장실로 가서 감추고....

그런데 지난번에 "밀가루 신자를 아시나요?".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저는 묵주기도를 제대로 할 줄 몰랐지요.

환희,고통,영광의 신비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저 사도신경, 주의 기도,성모송만 줄기차게 하였지요.

군대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뿐이지요.

자대배치를 받고 묵주를 무사히 구출하여? 갔지요.

그곳에서는 훈련소보다는 덜 엄격한 관계로 묵주를 마음대로 가지고 다닐 수 있었지요.

각종 훈련,작업, 기타 일상생활에서 묵주가 저의 몸을 떠나지 않았지요.

자대배치를 받고도 계속 앞에서 언급한 기도만 열심히 했지요.

위험한 작업과 힘든훈련을 하면서도 무사히 군대생활을 마칠 수 있었음은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게 매달리는 저의 모습에 성모님께서 돌보아 주시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지금도 그 묵주를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색이 바래고 많이 닳았어도 , 정이 들고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묵주여서 그런지 무척 애착이 갑니다.

환희,고통, 영광의 신비도 몰랐던 제가 성모님 군단의 일원이 되어, 이제는 하루에 15단의 묵주기도를 바칠 수 있음이 아마도 그때 길러진 습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하느님의 인도하심이 이토록 놀라우신데, 우리가 누구를 찾아가야 하겠습니까?

 

박재준(비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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