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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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4-06 ㅣ No.250

찬미예수님, 비명을 지르고 싶을 만큼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갓난 아기는 서너시간마다 먹어야 하기 때문에 늘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고 어제는 휴일이었기에 그 엄마의 역할을 반쯤 맡아서 했다. 천사라고 부르기에 충분한 두 조카녀석을 돌보는 일에는 적지않은 육체적 고통이 따랐고 덕분에 잠은 모자라고 허리가 뻐근하다.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아주고 젖병을 끓는 물에 삶고 옷가지를 세탁기의 세균이 무서워 손으로 빨고 꼭 짜서 널어두는 일은 분명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나야 몸조리중인 산모와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엄마를 대신해 하는 잠깐의 일이지만 끝이 없는 보육의 일을 맡은 모든 엄마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얼마전 서점에서 누가 이런 기막힌 제목을 지었을까하며 골랐던 책이 생각났다. 추기경님부터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저마다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에 대해 칭송한 글 모음집의 제목이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라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내내 자식을 위해서 눈물겹도록 힘든 세월을 보내신 어머니들의 사랑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떤 이는 먼 곳에 떨어져 지내느라 어머니를 모시지 못해 비통해 하고 임종을 지키지못한 불효를 개탄하지만 그 마음과 자식의 성공이 한 사람으로의 어머니의 일생을 채우기에 충분한 것일까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손발이 닳도록 사랑을 쏟고도 그리운 자식의 얼굴을 그리워 해야만 했던 어머니들이 모두 행복하고 보람뿐이었을까 싶다. 이름을 날리지만 그저 그리워 멀리 바라만 보아야하는 어머니와 가끔씩 불경스럽게 쥐어박는 소리를 하지만 양말 신겨드리고 등 긁어 드리는 자식을 옆에 둔 어머니와 누가 더 자식을 잘 키운걸까? 그나마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성공해준 자식들의 애절한 사모곡을 들을 수 있는 어머니는 어머니로서 느낄 수 있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요즘 세태에서는 그나마 힘들지 않을까싶다.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는 말이 이제는 아예 양어장을 차려주려는 어머니들로 가득해 보이니 그걸 모든 자식들이 알까? 나부터도 한동안 더 많이 줄 수 없는 부모님을 원망했던 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러면서도 자식 앞에서 눈이 멀어버릴까 겁이 나고 왜 요거밖에 못해주냐고 따지도록 못난 나같은 자식으로 기를까 겁이 나고 자애로운 어머니가 될 자신이 없어서 겁이 난다. 어쩌면 하느님은 이렇게 모자란 생각으로 가득찬 나를 알아보시고 배필 하나 점지해 주시기를 망설이시나보다. '내가 얘를 구제해 주고 한편으로 원망듣느니 사람 만들어서 보내야지...'하시면서... 이번 기회에 부탁드리는데요, 하느님! 이제 웬만하면 휴일에 조카 보는 처량한 처지에서 구원 좀 해주시지요.^^;;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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