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인생을 다시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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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희 [adrong] 쪽지 캡슐

2000-02-21 ㅣ No.1045

겨울도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어, 얼마후면  3월이 시작 됩니다.

꽃집 여기저기서  고개를 갸웃이 내밀고 있는 향기로운 프리지아는 곧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데........

날씨는 왜 아직 이리도 춥죠??

작년 이맘때쯤 이던가?  우리 성당 관할내의  한 호프 집에서, 조촐한 파티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파티 제목이 개업 몇 주년이던가? 했던것 같습니다. 가까운 몇 몇 부부가 초대되고

그 자리에 지금은 떠나고 안 계신 용가리 신부님이 초대 되셨는데.........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갑짜기 용 신부님이 우리 자매님들한테  질문을 하셨습니다.

"만일 한 번 더 결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의 남편을 그대로 선택하실 겁니까?"

그러자 한 자매님이 주저없이  

"네, 저는 죽어도  저의 남편을 선택 할 겁니다."

저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글쎄..... 저는 다른 사람을 선택할 것 같아요."

저만치 앉아있던  저의 남편이 눈을  하얗게 흘겼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의 솔직한 생각을 얘기했죠.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그냥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다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남자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 보고 싶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분 들이 박장대소하고 웃었습니다.

긍정의 웃음인지,  부정의 웃움인지는 몰라도............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 하세요??  우리 인생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겠지만, 만일 인생을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삶을 어떻게  꾸리고 싶으신지요??

우연히  읽은  잠언 집에서  85세 된 어떤 할아버지의 글이  저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이번 인생보다  더 우둔해  지리라.

     가능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 하리라.

     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

     상상 속의 고통은  가는한 한 피하리라.   

     

     보라, 나는 시간 시간을  하루 하루를,

     의미있고  분별있게  살아온 사람 중의 하나이다.

     아, 나는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사실은  그런 순간들 외에는  다른 의미없는

     시간들을  갖지 않도록  애쓰리라.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대신,

     이  순간만을  맞으면서  살아 가리라.

   

     나는  지금까지 체온계와 보온물병, 레인코트, 우산이 없이는.

     어는 곳에도 갈 수 없는 그런  무리중의 하나였다.

     이제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이 보다

     장비를  간편하게  갖추고  여행길에  나서리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 한다면

     초봄부터  신발을  벗어 던지고

     늦가을 까지  맨발로  지내리라.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  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많이  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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