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이태리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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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진 [forhyunny] 쪽지 캡슐

2000-08-29 ㅣ No.1816

8/9(수)

편안하게 잠잔 탔인지 가뿐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거리상으로 보니 Venezia까지는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7시30분 기차표를 예매했다. 근데 문제가 발생했다.

첫째, 표 파는데서 갑자기 내 앞에서 출구를 닫아버리는 것이다. 이태리어로 뭐라고 그러는데 알아 들을 수가 있어야지.... 황당!! 찬찬히 물어보니 잠시 휴식을 한다는 것이다.

정말 이해가 안된다. 이태리 인들은 좀 나쁘게 말하면 게으르고 좋게 말하면 여유가 있는 듯 하다. 만만디 정신이 있는 듯.. 다시 옆줄에 서서 한참기다려 표를 끊었다.

 

둘째, 7시50분인데 도대채 열차가 들어오지 않는게 아닌가!! 알아보니 열차가 파업으로 연착한다는 것이다. 오!! 하느님~~(이동할 때 Euro Star가 아닌 이상 이런 현상이 종종...흑흑), 그러니 항상 여유를 갖고 이동하시길.... 정말 중요합니다.

오전을 그냥 열차 안에서 씩씩거리며 보냈다. 오후 1시에 드디어 베네치아(베니스)에 도착..

 

물의 도시로 알려진 세계적인 관광지.. 도시전체가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베니스의 개성상인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곳, 100여개의 운하가 거미줄처럼 이어진 곳, 해상도시 답게 그리스도교 문명과 동방의 비잔틴 문화가 융합하여 독특한 문화를 이뤘던 곳, 정말 매혹적인 도시 베네치아!! (정말 죽여줍니다. 베네치아 만큼은 또 가고 싶군요..)

 

 

일정상 나폴리를 포기한 관계로(실은 돈이 없어서....) 섬을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택한 곳이 Murano섬!! 베네치아 북방으로 1km정도 위치다. 유리세공품이 유명하죠..(인상에 남을 선물을 많이 살 수 있죠..) 배 시간관계로 먼저 무라노 섬에 갔다가 베체치아 시내는 저녁에 보기로 했다.

산타루치아 역 바로 앞에 수상버스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버스가 아니라 배죠...) 모든 도시의 교통수단이 배로 연결돼 있고, 곤돌라라는 택시도 있어요..곤돌라는 배 젓는 이탈리안의 넉살과 감미로운 연주가 있어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니죠..(역시 타고 싶었는데 혼자 타 면 무려 15,000리라를 내라는 것이다. 흥! 그 돈이면 한끼 식사를 하고도 선물이 남는데...포기!) 52번 수상버스를 타고 무라노 섬까지 가는데는 환상적이었다. 다들 자리가 있었는데도 모두 나와있다. 진 푸른 바다빛과 하늘, 고고히 자태를 갖춘 성당과 민가...어찌 그런 아름다운 풍경이.., 조상을 잘 둔 덕에 관광수입이 장난아니겠다....!)

 

 

30분정도 가서 섬에 도착했다. 너무나 편하고 아름다워 눈이 저절로 감긴다. 아무리 지도를 봐도 미로같은 도시라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여행객들을 따라.. 몇 번이고 헤메게 만든 도시가 베네치아 이다. 근데 그만큼 흥미롭기도 하죠.. 가방을 풀고 둑에 앉아 바다를 보며 지나온 일들을 생각해 본다.,.. 어느듯 시간을 보니 점심때가 지났다. 시장끼가 돌아 보니 오늘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갑자기 배고프당!!! 밥~~줘... 조각 피자 하나를 먹고 무라노섬의 절경을 뒤로 한 채 베네치아로 돌아왔다. 오늘 밤에 밤기차로 로마로 돌아가야 되니 시간이 별루 없다. 한 7시간 만에 도시를 완전히 돌아야 한다....

 

 

먼저 Piazza  di  San  Marco (산마르코광장에 갔다.) 수 많은 비둘기때(아마 사람수보다 더 많다.. 때로는 먹을 것 달라고 공격을.....)가 모이는 광장에는 카페 테라스의 테이블이 놓여있어 휴식에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점심시간에는 악사들의 연주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광장 바로 앞에 Basilica  San  Marco(산마르코대사원)이 있다. 너무 높아 고개가 아픈정도이고 멀리서 찍지 않으면 전 화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 베네치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원이죠,,, 안내판을 보니 9세기에 창건되었으나, 소실되고 1063년부터 10년에 걸쳐 재건된 무려 1000년가까이  이어온 성당이죠....그러면서도 정교하고 튼튼 (갑자기 우리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쯧쯧..  후~). 건축양식은 로마네스크와 비잔틴  양식이 혼합되어 있으나 내부는 완전한 비잔틴 양식(저도 이번에 확실히 구분을...)이죠.. 성당안에 곳곳에 금박을 풍부하게 사용했고, 너무나 화려한 성모상이 눈에 띤다. 그래서 Chiesa  d’Oro (황금의 교회)라는 별명이 있죠...(유식한 척~~ ^^)

 

 

넋이 빠져 보고 있는 사이에 옆에서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착한애들 처럼보여 같이 찍구 얘기도 많이 나눴다.(거의 손짓 발짓으로요... 저녁때 같이 맥주한잔 했죠...)

바로 Galleria  dell’ Accademia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향했다. 워낙 유명한 미술관이라 매우 크고 화려해 쉽게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산 마르크 광장 서쪽으로 대운하를 낀 지역인데 찾는데 무지 고생했다.(족히 한시간은 헤맸다.) 미리 공부한 자료에 의하면 베네치아 파 회화의 보고라 할 수 있는 미술관이었다. 베르니니의 <성모 마리아>, 조르조네의 <템파스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자면 적어도 한 나절은 필요하실 거예요.. 미술을 전공하시든가 관심이 많은 분이면 이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꼭 찾아가세요...적극 추천!!

 

(아! 근데 대부분의 미술관, 박물관이 일찍 휴관하니까 미리 시간을 꼭 확인!!!! 오후3시면 문 닫아여.. 한가지 더! 일반가게 상점도 점심시간에 휴식하고. 엄밀히 말하면 낮잠잔데요.. 나~참. 그래서 먹을 것 미리 사놓는게 정말 중요하죠.. 슈퍼는 더일찍 닫아요..오후 4시경이면 거의 문닫죠.. 정말 황당했어요 저두..)

 

미술관을 따라 쭉 나갔는데 성당이 또 눈에 들어온다. Santa  Maria  Assunta성당이다. 조용히 들어가 긴 바지로 갈아입고, 1000리라를 내고 봉헌초를 사서 불을 당겼다. 너무 슬픈 표정을 하고 계신 성모님 앞에 기도를 드리고 인사하고 나왔다. 정말 시간이 별로 없다. 산타 루치아 역에 적어도 11시까지는 도착해야 하는디.. 빨랑 움직여야 한다. 근데 가방은 너무 무겁다.. 분명히 배낭하나 들고 왔는데.. 선물들 땜에 장난아니다. 그래도 힘을 내자..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르코폴로의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지도 하나만 갖고는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물어봐도 제대로 아는 사람도 별루... 가르쳐 주는 대로 가니 아뿔사~~

막다른 골목에 바다가 나오는게 아닌가??(진땀 한방을 찍~)  아무리 생각해봐도 x때리는 도시다. 리알토 다리를 따라 운하 왼쪽기슭으로 건너 산 바르톨로메오 광장으로 들어서면 있다. 초라한 집에 풀들만이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내가 온 걸 알까?? 하는 농담을 던지면 리알토 다리로 향했다.

 

Ponte  di  Rialto... 대운하에 놓여 있는 대리석 다리가 리알토 다리였다. 아름다운 아치형의 다리를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대운하의 산타 루치아 역과 산 마르코광장의 중간지점으로, 일대가 우리네 명동처럼 번화가였다. 저녁시간이 가까이 오니 사람들이 모두 나와 산책하며 떠드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리 위에서 해가 지는 야경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했다.

시간이 9시가 가까이 와서 이제는 가야했다. 생각외로 산타루치아역에 10시에 빨리 도착했다. 룰루 랄라 거리며 매표소로 갔다. 근데.. 럴수럴수 이럴수가!!!!!!!!!

 

 

여행중  제일 당황한 시간이었다.  표를 팔지 않는 것이다.  아이고~~~하느님!!!

야간 열차를 타지 않으면 비행기를 탈수가 없다. 그러면 못 돌아간다.. 정말 어쩌지.....

(이건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꺼예요...).근데 나같은 이가 많이 보인다.

 

알아보니 오후8시 부터는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산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휴~~~

안도의 한숨!!.  근데 이태리말로 어쩌구 저쩌구.. 알수가 있어야지... 우~쒸.....

다행히 바로 옆에 영어로 된 것도 있어서 표를 사고 멕시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친절한 꼬레아노라고 엄지손가락을.. 이 정도면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역할도!!! ^^)

 

시간이 남아 바다가 보이는 역 앞에서 맥주한잔을... 주변에 밤이 되니 한국애들이 많이 보인다. 야간열차의 칙칙하면서도 정겨움속에 스스르 눈을 감았다.

 

 

 

8/10(목)

 

열차에 빈 자리가 있어 편히 자고 있는데 누가 깨운다. 예약한 자기자리라는 것이다. 피~~쉬!! 할 수 있나? 시간을 보니 새벽3시30분 . 아직 4시간을 더 가야한다. 짐을 끌고 기차 난간으로 갔다. 거기도 꽉 차있고, 너무 시끄럽고 담배연기... 정말 꼴초들이 많다. 독한 시가를 물고 말이다. 화장실 옆칸에 신문지 깔고 잠을 청했다.

 

 

어느듯 다시 떼르미니역에 도착했다. 오후 3시40분 비행기니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그 동안 상세히 못 본 로마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콜로세움에 다시 가서 읽어버린 사진을 다시 찍고 진실의 입에 갔다. 거짓말쟁이가 손을 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이....(로마의 휴일에 나오죠..) 혹시 하는 생각에 나도 손을 넣고 사진 한 장...

 

 

넉넉히 공항에 도착했다. 아무리 봐도 다빈치 공항은 너무 멋있다... 면세점에 가서 쇼핑하고도 시간이 한 시간 남았다. 마지막 남은 돈(불쌍하게 15000리라.. 그것도 동전을 다 긁어모아서..)으로 콜라사먹구 담배를 사서 기다렸다.

이제 서울로 가는구나!!! 31번 게이트를 지나 트랩에 올랐다. 또 다시 방콕에서 갈아타서 공항에 서울시간으로 금요일 18시45분에 도착한다고 안내방송이 나왔다. 어~휴 그럼 거의 하루를 비행기안에서 보내지만 나름대로 정리할 시간이 있어서 좋다....

 

 

 

 

에필로그.......

 

비록 짧은 여행이었지만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사고를 함께 나눌수 있었던게 좋았다. 다른 여타 도시도 있었지만 일찌감치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나에게 많은 흥미를 자극했다. 위엄하면서도 웅장하고 때로는 편하고 친근감이 있는 나라,,, 전 국민의 99%가 가톨릭교회를 신봉하는 나라..고대 문화 유적의 천국인 나라.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지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바티칸..

때로는 다혈질이지만 너무나 친근한 국민성... 편견으로 가졌던 그 많은 오명이 이제는 내 가슴속에 길이 간직될 나라.. 그런 이탈리아를 또 다시 가 볼 생각이다.

좀 더 많이 공부해서 나를 좀더 되돌아 볼수 있는 여행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2000년 8월 11일

모든 잠들어 있는 기내에서....

챠~~우 이탈리아~~~

 

 

p.s : 이태리에 관심있는 분.... 담에 또 갈 생각이니 연락주세요 ^^^

      꾸~벅   

 

 

아~ 그리구 가기전에는 긴장많이했는데.. 다 사람사는 곳이고 꼭 한번 다녀오시길..

혼자가시는 걸 추천하고 싶고, 비행기표만 있으면 돈 걱정 별루 없어요..(돈 많이 같고 가면 편한데만 찾고 추억이 없어요.. 빡빡하게 가는게 제일 좋아요..개인적생각으로는...

우리는 어른들 효도관광이 아니자나여.. 고생할려고 가니까요..

왠만하면 걸어다니면서 먼저 말을 거는 용기를.. 저두 하루만에

자연스럽게 쏘리 라는 말을 달고 다녔죠 ^^

대충 먹고(하루에 한두끼, 잠은 주로 야간열차가 있자나여..)

또, 여자분들 걱정 뚝~~

동양여인네들 쳐다 보지도 아나요..너무 심했나? 암튼, 영어실력? 글쎄.

저두 되자나여.. 중학교 나온 실력이면 충분!! 절대 겁먹지 마시구여...

우린 젊으니까요... 그럼 지금부터 준비.. 한국인 특유의 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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