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친절한 병원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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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1999-05-06 ㅣ No.123

나는 생각한다.  내가 열 받은 이유

 

 

       오늘 나는 강남 성모 병원엘 갔다.

     병원을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딘가 몸의 부속이 망가졌거나, 망가질 조짐이 보일 때,  우리는 병원을 찾

     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지 몸이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엘 가면  소극적이

     되고, 주눅이 든다.

     또한 병원이라는 곳이 주는 중압감이 있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우리

     들이 잘 모르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다지 친절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다 내면서도, 친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

     며, 오히려 그러려니 하면서 무심히 지나간다.

     몇십만 원 어떨 때는 몇백만 원까지 지불하면서 그렇게 서비스를 받지 못하

     는 곳은 병원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이런 일은 이제 우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개선될 수 있겠다 싶어서 몇 가지 오늘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 하

     고자 한다.

 

 

     1. 기다림.

       요즘은 대부분 미리 예약을 하고 병원엘  간다. 하지만 예약한 시간에 제

     대로 진료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늘도 역시 20분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병원에서는 그 누구도 미안하다거나,  조금만 기다려 달라거나 이야기하

     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환자들이 이렇게 말할 뿐이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 정말 불

     친절하고, 고답적인 자세로 이렇게 이야길 한다.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불친절하고, 그렇게 고답적인 자세로 구조조정 안 되는 직종은 아마 병원밖

     에는 없을 것이다.

 

     2. 잘못에 대한 시인이 거의 없다.

        나는 오늘 몇 가지 검사용지를 가지고 3곳으로  찾아가야 했다. 물론 그

     다지 친절하게 알려주지도 않고, 몇  번 질문을 해야 겨우  몇 층에 있다고

     알려준다. 어렵게 찾아가서 검사용지를 접수창구에  주니까 접수를 보는 직

     원이 이렇게 말한다.

 

      "이 서류는 2장이 되어야 하는데,  한 장만 가져오셨군요. 올라가서  한 장

     더 가져 오세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태도이다. 아니 기껏 힘들여 찾아

     온 나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도 기가 막혀서 "도대체 누가 잘못한 것입니

     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웃긴다는 표정으로 "2층에서 잘못한 것이니, 그곳에

     가서 알아보세요. 혹 모르면 이곳으로 연락을 하세요"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곳까지 오기 위해서 수납창구에서  20분을 기다렸다가 돈 다 내고

     온 것인데!! (대개의  병원은 수납을 먼저 하지 않으면, 일체 검사나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질을 죽이고 2층에  가서 "이거  잘못되었다는데요?"라고 말하니 직원이

     하는 말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그래요" 그러면서 2장으로  만들어 준다. 한

     번도 "미안하다고 하질 않았다."  또 수납을 하려면  20분은 기다려야 한다.

     (돈을 내야하니까!) 그래서 "또 수납에서 기다려야 합니까!" 질문을 하니 그

     직원이 하는 말 "먼저 가서 해 달라고 하세요."  그게 미안한 마음에 알려주

     는 그 나마의 친절이다.

 

     3.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피검사 용지를 가지고 외래 검사에  가서 30분을 기다렸다가 용지를 내

     니까 이렇게 이야길 한다. "이 검사 용지는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데요. 다른

     곳으로 가보시죠." 이 상황에서는 열이 뻗치다  못해 폭발할 지경에 이른다.

     (혈압 내리려 갔다가, 혈압 올라 죽을 뻔했다.)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이 용지는 이곳에서 피 뽑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자 외래검사 담당직원은 힐끗 쳐다보더니 "아 글쎄 아니 라니까요!"  정

     말 순교하는 자세로 처음 그 용지를 냈던 곳으로 갔다. "이 용지는 이곳에서

     피를 뽑는 것입니까!!"  "아 그런 대요." 마치 날 보고 당연한 것을 물어  본

     다는 듯이 쳐다본다.

 

      분명히 접수 창구의 직원은 그 용지를 보았고,  당당하게 서류가 한 장 모

     자라니 2층으로 가서 가져오라고  이야기했던 바로 그 직원  이였다.  나를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그러고도 단  한마디 "미안해요."라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환자는 병원의 봉이 아니다!!"

     "환자들은 충분히 치료를 위해서 돈을 지불하고 있다. 병원은 받을  것을 다

     받으면서 이렇게 불친절해서는 정말 안 된다!!"

 

     하지만 그런 불친절과 고답적인 병원의 자세는 그런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우리들 환자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병원엘 다녀오면 이렇게 나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외

     로운 싸움을 하려고 한다. 물론 좋은 의사, 친절한 간호사, 따뜻한 직원들이

     많은 병원도 많다. 그리고 대다수의  의료인들은 의술보다는 인술을 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가톨릭 병원을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더 좋은 병원이  되길 진

     심으로 바라면서 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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