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주임 신부님 송별미사

아침부터 눈이 내리다 햇빛이 나다가 미사시작 전부터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신부님 송별 미사에 기왕이면 비보다는 눈이 더 좋을 건데 하면서 이번 겨울처럼 눈이 많이 왔는데도 비 보다는 눈을 기다렸을 신자들이 많았으리라.

열흘 전쯤 인사발령이 나서 다른 곳으로 가시게 된 신부님은 그 동안 본당 신자들에게 괜히 미안해하시는 것 같았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데도 너무 빨리 옮겨가시게 되어  신자들 사이에  일고 있는  섭섭한 분위기를 감지하셨으리라.

신부님은 사순 첫째 주일인 오늘 강론에서 사순시기는 "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이라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즉 회개와 반성을 하는 때로 삼자는  말씀으로 시작하셨다. 사순시기는 주일날을 뺀 40일 동안으로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간 기도하시며 악마의 유혹을 받으신 것을 기억하는 숫자로   그 유혹은 돈과 권력과 명예의 세가지라고 풀이 하셨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고신극기" 로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일깨우셨다.  자기가 유혹이라 생각 하는 것- 술,방탕등을 절제하며  자신의 본색이 어떠하며 또 어떠해야 하는지를 아는 기간으로 삼자고 하셨다. 돈이 생기면 인간은 권력을 탐하고 , 권력이 생기면 명예를 탐한다.더 나아가  자기뿐 아니라 자손에게까지 재물과 명예를 전하기를 원하는  나약함이 유혹이라고 말씀하셨다.

 유혹이란 죄를 짓도록 하는 꼬시기라고 소박한 표현을 하신 신부님은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남에게 유혹을 당해 보거나 혹은 남을 유혹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도처에 마귀의 유혹이 깔려있습니다. 누구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마귀의 유혹은 마음속에 부족한 것이 있을 때 생겨납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상 마음을 차분하게 평화롭게 또 행복하게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유혹 중에 가장 큰 유혹은  자포자기해 버리는 유혹입니다. 자포자기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자신을 버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신부님은 내 자신 속에  또 다른 내가 있으며, 그 또 다른 나를 느끼고 그와 대화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이라며 사순 기간 동안 내 안에 계시는 하느님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그분의 진정한 뜻을 알아내야 한다며 ’소중한 자신’을 알려고 하는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 행복하게 살 것"을  마지막으로 당부하셨다.

미사는 사순 기간인 탓으로 창미사는 없고 성가  300번 ’사제의 마음’으로  끝나  송별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진 송별식에서는  영적 선물과 예물 증정,  사목회 부회장님의 송별사등에서 신부님을 보내드리는 아쉬움이 곳곳에서 묻어나 보였다. 박주현 사목위원회  부회장님은  "본당 사목에서 단체 육성과 개인 성화, 특히 어린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이끌어 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하였고  "매 레지오 주회에 참석, 훈화를 하시고  사목위원들을 이끌고 직접 연도를 다니심으로 생활속의 신앙을 실천하도록  모범을 보이신 점"을 회고 하였다. 또한  성당 내부 수리등 짧은 기간 중의 치적을 말씀하셨다.

 이임 인사에서 신부님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남을 아쉬워하시고 그간 신자들이 베풀어준 것이 많으며 "혹시  잘 한 것이 있다면 여러분이 잘 안내해 준 것 "이라는 겸손의 말씀으로 짧은 인사를 마치셨다.

송별연 후 귀가 길에 평소 진솔하신 우리 9구역 고광연 구역장께서  신부님이 너무 빨리 떠나심을 안타까워해서  나도 그 느낌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디 가시더라도 이기헌 사도요한 신부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항시 기원하면서 송별미사에 참여한 석별의 감회를 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