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성당 게시판

성 목요일에 대한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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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paulus95] 쪽지 캡슐

2001-04-13 ㅣ No.889

+  그리스도 우리의 희망

 

만찬미사를 드리면서 그리고 성 금요일 전례를 준비하면서... 문득 이런 노래가 생각이 나더군요.  조하문이라는 가수가 부른 노랜데... 아실라나?

 

제목인 즉은 "이 밤을 다시 한 번..." 이라는 노래인데요,  그 가사말이...

 

"아주 우연히 만나 슬픔만 안겨준 사람,

 내 맘 속에 작은 촛불이 되어,  

보고 싶어질 때면 두 눈을 감아버려요.

소리 질러 불러 보고 싶지만...

 어디에선가 당신 모습이

다가올 것만 같아 이젠 견딜 수 없어요.

이 밤을 이 밤을 다시 한 번

당신과 보낼 수 있다면,

이 모든 이 모든 내 사랑을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갑자기 이 노래가 왜 생각이 났는지는 저도 잘 모르는 일이지만... 그저 전례 중에 이런 저런 분심들을 제치고 떠 오른 오래 전 노랫말인지라, 기도가 뭐 별거냐는 말도 안되는 생각에 맘 속으로 불러 보았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맘 속으로 뇌까리면서, 타대오 신부님의 감동의 강론과 섞여 버린 이 노래...  

 

전례가 마무리 될 무렵, 성체를 수난감실로 옮기는 도중에... 아까 생각났던 이 노래가...  제 맘속에서 한 가지 의미를 갖기 시작하더라구요... 뭐 별다른 건 아니지만...  그 의미란 것이,  제가 적은 이 노랫말이 주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가 멀리서 스승의 죽음을 지켜보고 난 그날 져,  소주 한 잔 들이키며 어떤 노래를 불렀다면 이 노래가 아닐지...

 

주님을 아주 우연히 만나서... 삼년을 따라다니며 그가 메시아인줄 알았던 베드로... 그러나 결정적인 그의 죽음에서 그리고 그들 마지막까지 따르지 못한 수제자로서 당신이 다시 한 번만 내게 돌아와 준다면 이젠 당신을 진정으로 따르는 삶을 살 수 있을텐데 하는 베드로의 후회... 그래서 불렀던 노래가 이 밤을 다시 한 번 당신과 보낼 수 있다면 세 번이나 부인하는 일은 없었을 것임을... 베드로가 아는 그는 이렇게 힘없이 돌아가실 분이 아니실 것인데... 복잡한 심정을 담아, 인정키 싫은 현실을 바라보면서 말이죠.

 

노래는 그저 작은 바램을 토로하면서 끝이나지요.

 

그 작은 바램은 저에게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아직은 수난감실에 계신 주님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이 노래를 맘 속으로 불러봅니다. 그리고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면서... 삶을 통하여 주님을 부인하는 우리의 모습들을 돌이켜 봅니다.  

 

이 노래가 작은 기도가 되어 당신의 짐을 조금이나마 나누어 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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