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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의 사랑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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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승 [hwang350] 쪽지 캡슐

2000-06-01 ㅣ No.499

<소매치기의 사랑>

 

 

 

그녀와 첫만남은 이러했습니다...........

 

전 어릴때 부모님을 잃고 동네깡패들에게 소매치기 기술을 전수받아

 

훔친돈의 일부를 갖다 바치는 그런놈입니다.

 

 

 

전 어느정도 경력이 쌓여서 일정한 액수만 갖다 바치고

 

내 생활을 할수 있는 프리 소매치기랍니다.

 

갖 들어온 녀석들은 수없이 맞으며 수입은 모조리 빼앗기고

 

밥만 겨우 얻어 먹는답니다.

 

물론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죠.

 

 

 

이제 나름대로 주먹도 좀 쓸줄 알고

 

이 세계에서 도망갈 여지가 없을 정도가 되면

 

저처럼 이렇게 프리생활을 누리며 소매치기를 할수 있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버스정류장이며 지하철이며 건수가 있나없나 살피던 중이었지요.

 

미니스커트에 쫘빠진 몸매....긴 머리....의 뒷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과연 이런 미녀의 돈을 훔칠 수 있을까 하는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고민을 그녀가 이쪽으로 잠시 고개를 돌림으로써 해결해주는군요.

 

 

 

핵폭탄입니다.

 

정부미가 딸을 낳았나 봅니다.

 

 

 

핵폭탄의 핸드백에 손을 넣을려는 순간 전방 5M 정도거리에

 

저랑 눈이 마주친 사람이 있었습니다.

 

흔히 겪는 일이라 인상으로 겁만 주면 그만이지만 오늘은 예욉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혈압이 최고조로 오르고 숨통이 탁탁메이는게...

 

소화 불량인가 봅니다.-_-;

 

 

 

저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왼손에 작은 시집인듯한 책을 들고 있었고

 

한손으로는 힘겹게 기차 손잡이를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러지 말라는 눈빛을 내게 애절하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전 뭐에 홀린듯 핸드백에 대었던 손을 슬그머니 감추고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20년 세월을 이런 생활로 지냈는데....

 

한번도 부끄러워 한적이 없었는데 이런 기분은 처음입니다.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 볼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그녀를 보고 싶은 욕망이 가슴 깊은곳에서퐁퐁 솟아 오릅니다.

 

 

 

용기를 내서 다시 고개를 들었을때 그녀는 이미 그자리에 있지 않았습니다.

 

전 그날밤 잠을 잘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소매치기도 계속 할수 없었습니다.

 

깡패들에게 상납해야 할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전 그딴거엔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습니다.

 

제 머리속엔 오로지 그녀만이 있었습니다.

 

 

 

세상엔 얼굴만 미인인 미완성 여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흔한 미녀들과 달리......좀더 이뻤습니다-_-;

 

언제다시 그녀를 만날수 있을까.......

 

어느새 전 새록새록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계속 그 구간의 지하철을 타봅니다.

 

그리곤 제 눈은 예전처럼 사냥감을 찾는 눈빛이 아닌

 

그녀를 찾은 애탄눈빛이었 습니다.

 

몇날 몇일을 그렇게 그녀만을 찾아 헤메다가 그만

 

상납기한을 어겨 버렸습니다.

 

재수라는 똘마니에게서 두목이 찾는다는 말을 듣고 할 수 없이 아지트로 갔습니다.

 

 

 

두한 : 야이 XXX놈아...너 좀 컸다고 간땡이도 덩달아 커졌냐

 

       어디 감히 상납일을 생깔려고 해! 죽고 싶어 새꺄

 

 

 

나 : 죄송합니다. 제가 요며칠 좀 앓았습니다.

 

    다음 상납일엔 이번꺼까지 두배로 바치겠습니다.

 

 

 

두한 : 어영부영 넘어갈 생각은 추어도 하지마라.

 

       다음번에도 이같은일이 또 일어 난다면 아무리 너라도 바로   

 

       린치다....

 

 

 

나 : 알겠습니다.....

 

 

 

두목 : 내가 널 믿는만큼 실망을 주지 마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 생각했습니다.

 

내 왼쪽손모가지가 하나 짤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주 안에 그녀를 찾고 말겠다고..

 

또 한주를 거의 그녀를 찾는데 시간을 소비 했습니다.

 

상납일을 하루 남기고 그날도 여지 없이 그 시간대 그 장소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내일이면 내 왼쪽 손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전 그녀를 찾는걸 포기할수 없었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그녀를 찾던중 저쪽칸에서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한번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 보지 못했는데...이게 왠일입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그녀와 눈을 처음 마주쳤을때와 마찬가지로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전 전력질주로 비명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오...세상에.....

 

그녀를 다시 보게 되다니.....

 

 

 

눈에선 평생 흘려보지 못했던 눈물이 나올려고 합니다.

 

근데 공교롭게 그녀의 눈에서도 눈물이 나올려고 합니다.

 

 

 

그녀는 소매치기를 당했습니다.

 

예전에 메고있던 예쁜 핸드백이 그녀의 어깨에 걸려있지 않습니다.

 

저 멀리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연타적으로 들립니다.

 

전 앞뒤 생각하지도 않고 그대로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저 멀리서 핸드백을 가지고 튀는 녀석이 보였습니다.

 

물론 같은 구역이니 만큼 동료겠죠.

 

한우라는 녀석이었습니다.

 

 

 

일변의 갈등조차 없었습니다.

 

제 머리속엔 그녀만이 가득했으니까요.

 

한우녀석을 덥쳐서 핸드백을 빼앗고 "미안하다"라는 말한마디를 덧붙이고 짭새들이 오기 전에 한우를 놔줬습니다.

 

 

 

전 이제 왼쪽 손하나가 아니라

 

두한에게 잡히면 개죽음을 당할 처지가 됐습니다.

 

핸드백을 들고 아직도 놀란표정으로 멍하니 서있는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나 : 여기 있어요....

 

 

 

그녀 : .....

 

 

 

아무 말이 없습니다. 절 기억하는걸까요.....

 

차라리 절 기억하지 못했으면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이렇게 고운 그녀를 놀라게 만든 한우녀석과

 

같은 패거리로 그녀에게 비치기는 싫었습니다.

 

그녀에게 핸드백을 살며시 건네고 힘없이 돌아섰습니다.

 

주위에선 저의 신분도 모른체 장하다며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말도 없이 서있는 그녀와 아무말 못하고 돌아서는

 

저의 심정을 박수치는 사람 들은 알런지 모르겠습니다.

 

전 이제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집엔 분명히 두한패거리 녀석들이 절 찾으려고

 

눈이 쌍불을 켜고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동네 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봤습니다.

 

벌써 어두워져 아래에는 수많은 불빛들이 가득합니다.

 

저 중에 그녀도 있겠죠.

 

 

 

전 소매치기 이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릅니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법도 모를 뿐더러.....울고 웃는것도 할줄 모릅니다.

 

하나 있던 집도 잃었습니다.

 

 

 

그녀때문에 이 모든것을 잃었다고 후회하거나 서운 해 하진 않습니다.

 

그녀는 제게 어쩌면 더 소중한 사랑이라는것을 가르쳐줬을지도 모르니까요.

 

전 다른 지역으로 떠날 결심을 했습니다.

 

물론 거기서도 벌레같은 삶을 살게 되겠죠.

 

전 소매치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빨리 이곳을 뜨지 않으면 이 하늘아래서

 

그녀를 그리워하는것도 마지막이 되고 맙니다.

 

터미날이나 기차역은 위험하리라 판단해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가진돈은 없습니다....물론 강도짓을 결심했죠.

 

 

 

나 : 울산까지 가. 허튼수작하면 죽여버린다. 난 소매치기야!

 

 

 

운전수 : 내려 쨔샤-_-;

 

 

 

그렇습니다.

 

소매치기는 치사한 범죄지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범죄가 아니었던것 이었습니다.

 

이래저래 무시당하는 전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속에서 참고있던 무언가가 터져 나와 이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전.....

 

 

 

나 : 실례했습니다.-_-;

 

 

 

이성을 잃고 택시에서 내렸습니다.-_-;

 

걸어서라도 이곳을 빠져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도시외곽지로 빠지는 도로를 따라

 

무작정 뛰고....걷고....다시 뛰고...걷고를 반복했습니다.

 

그녀가 있는 이곳을 벗어난다는건 정말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래....마지막으로 한번만 보고 가는거야... 전 위험한 몸입니다.

 

그녀에게 까지 위험을 주고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떠나는것이기도 했지요.

 

마지막으로 먼발치에서 나마 그녀를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었습니다.

 

얼굴을 되도록이면 숨기기 위해 어느 집에 들어가

 

간단하게 모자 하나를 뽀려 나왔습니다.

 

다음날 그 시간에 그 지하철을 탔습니다.

 

모자를 푹 눌러쓴채... 애타게 그녀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날 그 사건 이후로 그녀는 지하철을 어쩌면 이용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찾던 그녀는 내 시선에 보이지 않고.....

 

 

 

순간 누가 절 노리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모자를 눌러써도 20여년간 절 키우고 부려먹던

 

두한이 절 몰라볼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배신당한 두한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고

 

주위에 많은 사람들따윈 두한은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습니다.

 

똘마니 몇명또한 가슴속에 사시미를 품고 제게 다가왔습니다.

 

게중엔 가장 친하게 지내던 한우녀석도 포함되어있었습니다.

 

 

 

한우는 저번에 제게 핸드백을 빼앗긴것에 대한 린치로 왼쪽손이 짤렸나봅니다.

 

왼쪽 소매부분이 아무것도 없이 옷만이 달랑 달랑 거리며 제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한우녀석에겐 살기를 찾아볼수 없습니다.

 

절 안타깝게 쳐다봅니다.

 

 

 

순간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었다는걸 이제서야 깨닫자

 

밀려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금할길이 없었습니다.

 

전 제 인생을 너무나 비관적으로만 생각하고 살았던것 같습니다.

 

내겐 안보이지만 옆에 항상있었던 소중한 것들.....

 

사랑,우정,희망...

 

사람들은 항상 소중한것은 최후에 느낀다라는 말이 맞나봅니다.

 

10M 전방에서부터 두한이를 비롯 똘마니들이

 

품에서 시퍼런 사시미를 꺼내 다가옵니다.

 

사람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지하철 구석으로 너도나도 밀치며 달려갑니다.

 

사람들이 중간중간에 모여있으면 저와 두한패거리와의 싸움에

 

저때문에 괜히 상처입는 사람들이 생길수도 있었는데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헌데 유일하게 한명만이 그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것이 아닙니까

 

여자였는데....저와 같이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었습니다.

 

 

 

두한 : 이 잡년이 안비켜! 뒤지고 싶어!

 

 

 

두한의 강력한 귀빰대기에 꾹 눌러쓰고있던 그녀의 모자가 날아가고

 

그녀의 얼굴이 들어났습니다.

 

오...이런..... 그녀는 바로 그녀가 아닙니까...

 

고개를 들어 절 똑바로 주시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제게 말했습니다

 

 

 

그녀 :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나 : ......

 

 

 

전에도 눈물을 흘릴뻔은 했지만....

 

이토록 눈물을 줄줄 흘려본적은 없었습니다.

 

 

 

두한 : 호오...이년이 네 지집이냐?

 

       좋군. 저세상 가는길에 지집하나 끼고 가면 안 쓸쓸할게야.

 

 

 

감성에 젖어 있던 순간도 잠시. 아차! 싶었습니다.

 

그때...기차가 다음역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서 있는곳이 문 바로 옆이었던 것입니다.

 

도망가면 살수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몸이 날렵해 주먹을 잘 쓴다고 해도

 

맨손으로 사시미를 당해내기엔 역부족이란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지금 두한이패거리한테 달려가는 저의 행동이 무척이나 기쁩니다.

 

감히 그녀를 지킬수 있는 기회니까요.

 

10초.....20초....시간이 지날때마다 제 몸엔 칼자욱이 늘어납니다.

 

점점 힘도 없어지고요. 어제 못잠 졸음도 밀려옵니다......

 

마지막 남은 힘을 갯수로따지자면 한개가 남아있습니다.

 

기차 문이 닫히기 전에 그녀를 힘껏 밖으로 밀어 냈습니다.

 

그녀의 몸에 제 손이 처음 닿는 순간이었습니다.

 

전 기쁩니다. 그녀를 지켰고....그녀를 만졌고...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녀가 운건....슬퍼서가 아니라 저 처럼 기뻐서 울었던 것일껍니다.

 

전 이제 더이상 졸음을 참지 못하겠습니다.

 

글씨를 못배운 제가 한우에게 부탁해서 써놓은 편지가 있는데

 

한우가 그녀에게 전해 준다고 아까 눈빛으로 약속했습니다.

 

한우가 왼손잡이가 아니면 좋겠는데 말이예요.

 

저때문에 왼손을 잃은 한우에게 미안한 마음 가득해요.

 

그녀에게 전 소매치기였지만 그대 앞에서만은 단 1초도 소매치기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전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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