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화이부동 해야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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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용 [20autumn] 쪽지 캡슐

1999-09-27 ㅣ No.281

  응암동 관계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예전에 Good News가입 인사 올린 이후 처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우리집 컴퓨터좀 여기 저기 길들이느라 게시판에 들어오지 못하다가 비로소 어제 이것 저것 끄집어서 읽어도 보고 추천도 넣어보고 했습니다. 듣던 바를 눈으로 확인(?)하고 난 느낌은 정말 확실하군요. 여하튼 굿뉴스 게시판을 애용하시는 응암동의 네티즌 그리스도인들게 늦게나마 인사를 올립니다. 샬롬∼^^ ∼

 

  여러분들께서는 다가오는 2000년 대희년을 위하여 어떠한 준비를 하고 계시는지요?(사실 저 자신이 이런 말씀을 떳떳하게 드릴 입장은 못된다는 것을 어두에 붙여둡니다.) 풍성한 결실을 맺게 해줄 대지에 휴작기를 주어 다음해엔 더욱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게 하며 그 기간동안 얻어진 곡식과 과일들은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고 또, 묶이고 갖힌 이들에게 자유와 희망을 주는 크나큰 기쁨의 날들. 하지만 그런 날들이 있기 위해서는 땅을 놀려야하고 농부들도 농사에서 손을 떼는 1년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어찌보면 그 기다림은 하루 하루를 반복해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에게 있어서는 어둠의 시간일 것입니다. 결국 그것은 밝은 빛을 향해 달려가는 터널 속의 암흑이지요.

 

 곧 다가올 대희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지금의 모습은 복잡하고 혼란합니다. 대희년을 맞이하기 전의 우리 인간들의 기다림의 시간들이 보이지 않는 어떤 사악한 힘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 괴력은 비교적 순수하고 외로운 영혼들을 끈적하고 달콤하게 휘감으며 광대 손에 쥐어진 사과처럼 손에 쥐었다가 놓았다가 합니다. 그 광대의 쇼에서는 관객도 없어야 하고 광대도 또 그가 가지고 노는 노리개도 없어야 합니다. 독기가 흐르는

혀로 극적 대사를 연발하며 핏기어린 눈으로 서로의 광대 놀음을 지켜보던 모습이 있었다면 그것은 정령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광대의 놀음을 통해서 잠시 터무니 없는 꿈을 꾸고 있었던 거라면 그것은 우리를 현실속에서 방치(방향 천치)로 만드는 신기루였습니다.

 

 정말 적지 않은 말들과 행동이 오고 갔습니다. 승산없는 전쟁을 치르며 전장에서 아군의 가슴에 비수를 마구 꽃았던 우리의 무모함은 용서라는 찬란한 이름아래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말처럼 쉽게 사그러들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아니 말뿐에 그치지 말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광대의 희·비극 제 2막을 준비하며 대희년을 너무나 기쁘게 맞이할테니까요.

  독사는 독사를 낳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독사를 키워온 이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허무 맹랑한 Happy Ending을 바란다고, 현실을 직시해보라고 반박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정말 상황이 혼란스러워서 아무것도 모르겠다 싶을 때 깨끗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보십시오.(나르시스가 되시란 말씀은 아닙니다! ki-ki)

화이부동(和而不同)중요함다, 이런 상황일수록. 그것은 회색분자가 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흑백을 가리는 것 자체가 모순인가요? 하지만 각각 다른 색들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나와 나란히 걷고 있는 이들과 화목하되, 절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솔직히 말은 쉽죠..저 자신도 저의 개똥철학이나 신념(?이랄 것 까진 없지만 여하튼) 따위나 꼭 쥐고 있으려고 했지 손에 당장 쥐어지는 것과 형색이 다르다 싶으면 등을 돌리고 더욱 자세를 낮추었죠.

 

  응암동 관계자 여러분! 지독한 응암동 성당 교사 나부랭이인 제가 Back Drum(뒷북)좀 쳤습니다. 제가 고집많은 강아지처럼 너무 물고 늘어진다 싶으시면 뒷발로 걷어 차시고, 그냥 봐줄만하다 싶음...얘가 지금 물고 늘어지는게 뭔가 정도는 쳐다봐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의 최대 영광은 한 번도 쓰러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 마다 일어서는 점에 있다."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쓸모 있지 않습니까? 관심있는 분들의 아낌없는 기탄 혹은, 뜨거운 격려(?)의 답신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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