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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프란치스코 이모저모2: 흰 장미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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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6 ㅣ No.95

새 교황 프란치스코 이모저모 (2) 흰 장미 한 송이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주교


1993년 4월 15일 서울 성가소비녀회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주교(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청에 응답하여 3명의 수녀를 아르헨티나 테오도로 알바레스 시립병원에 파견하였다. 이 글은 1993년 성가소비녀회 창립 50주년을 축하하며 베르골료 주교가 보내온 편지로서 성가소비녀회 회지(제8호)에 실려있다.


서울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께 그리스도 안에서 가장 큰 존경과 사랑을 드립니다.

4월 중순부터 서울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이 ‘테오도로 알바레스’ 병원의 사목을 맡았습니다. 이 사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플로레스 지역에는 하느님의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그 전부터 계시던 수녀님들이 철수한 뒤부터 이 병원의 사목이 무척 힘겨웠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 사명과 일의 중요성조차 이해받지 못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문한림 원목신부가 병원을 위해 많은 수도회에 수녀님들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명을 맡을 수녀님들이 부족하여 부정적인 답장뿐이었습니다. 나 또한 관구장과 총장 수녀님들에게 이 일에 관심을 갖도록 20여 통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바라던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병원에서 일할 수녀님들의 필요성을 직접 목격하면서, 요셉 성인과 소화 데레사 성녀께 이 일을 맡겨드렸습니다. 여태껏 내가 청하는 바를 항상 들어주셨기 때문에 그분들께 이 축복을 얻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렸던 것입니다. 이제 그 은혜를 받게 되었고, 이미 수녀님들은 병원에 계십니다.

나는 수녀님들이 이 사명을 받아주신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사명은 한국 사람이 3만 명 정도 살고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를 위해서는 물론이며, 창립 50주년을 맞는 성가소비녀회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녀님들은 가난하고 가장 필요로 하는 이들 가운데에서 전선의 일을 맡고 있습니다.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고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과 하느님 말씀을 갈망하며 마음을 열고 있습니다. 이 일에서 수녀님들은 교회 안에서 여성으로서 또한 어머니의 부드러움을 지니고 복음을 전하는 진정한 선교사인 것입니다.

우리 아르헨티나 백성은, 특히 소박하고 가난한 이들은 수녀님들에 대해 매우 따뜻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수녀님들을 존대하고 사랑합니다. 수녀님들 안에서 성모님을 느끼며 거룩한 어머니이신 교회의 이미지를 보게 됩니다. 수녀님들은 아주 쉽게 가난한 이들의 마음에 다가가고 그들을 하느님께 가까이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수녀님들은 새 공동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직 스페인어를 잘 구사할 줄 모르지만 애정과 부드러움의 세계 공통어로 병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병자들은 수녀님을 호의로 받아주고 미소를 나누며 사랑 깊은 시선으로 마주합니다.

이 글을 통해 서울 성가소비녀회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당신 나라를 위한 복음전파의 행적에서 성소를 많이 늘려주심으로써 보답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령께서는 시간 안에서 현존하시며 시작하신 계획을 행적을 통해서 확인해 주실 것이고, 당신의 영감을 통해 이끌어나가실 것입니다.

성가소비녀회는 이곳 알바레스 병원에 새로운 전교의 발을 디딤으로써 새로운 선물을 받기 위한 성령의 풍요로움에 문을 연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 나는 확신을 가지며, 성령강림 대축일 전야에 이 글을 쓰고 있음이 마음을 더욱 흐뭇하게 합니다.

모든 점에 대단히 감사를 드리며 소박한 이야기 한 편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나는 요셉 성인과 소화 데레사 성녀에게 그동안 열심히 구해온 은혜에 대해서 수녀님들의 도착과 더불어 한 가지 표징을 주시기를 청했습니다.

흰 장미 한 송이!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나는 흰 장미 한 송이를 보내달라고 청했던 것입니다. 드디어 수녀님들이 공식적으로 병원에 도착하는 날, 병원의 임원들과 직원들 그리고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함께 모여 간단한 종교적 환영식을 갖고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기도를 하고 수녀님들에게 축복을 주었을 때, 나는 제대의 아주 작은 꽃병에 딱 한 송이의 꽃이 꽂혀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흰 장미 한 송이였습니다. 바로 주님께서 이렇게 일을 이루셨던 것입니다.

주님과 그분의 거룩하신 어머니 안에서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 모두에게 다시 한번 애정과 사랑 어린 축복의 인사를 드립니다.

[경향잡지, 201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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