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입영 통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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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3-02-02 ㅣ No.4410

 올 설  차례 음식은 전과 달리 좀 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절 무렵에는 집을 비워서 선물 가지고 오시는 분들에게 두 번

 

걸음을 시키는 무례함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농담을 했었는데,  

 

 막상 예상은 했지만 설 전날 우체부 아저씨가 전해준 선물 아닌

 

등기우편이 농담이 무색했다.

 

 우체부 아저씨가 등기를 전해주며 수취인과의 관계를 기재하라는

 

데 "엄마" 라는 글을 적으며 단어가 무척이나 새삼스러웠다.

 

 좀 전에 주방에서 파를 썰며 눈물이 나 그 눈물 가지고 거실로

 

뛰어가 "설날이 다가오니 엄마가 보구 싶어~~" 하며 장난거리를

 

만든 내가  아들의 입영통지서 종이 한 장에 파 냄새보다 더 뜨거

 

운 마음이 일어 울컥 눈만 아니라 가슴까지 젖어들었다.

 

 주마등 처럼 스치는 생각들.........

 

 임신 소식과 함께 친정 어머니를 먼 곳으로 보내드려야 했기에

 

생김부터 어쩜 슬픈 마음과 인생은 그런것이려니~ 하는 달관하는

 

마음으로 태교의 시작이였다.

 

 세상 나오기 오일 전에는 할머니의 운명으로 내 배 안에서 놀지

 

도 못하고 숨죽이고 있느냐고  돌 덩이처럼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

 

을 했던 아들.

 

 태어나서 평소 친정 어머님께서 누워 계신 모습으로 아이가

 

누워 있기에 생명 윤회설이란 무서운 마음도 사실 있었다.

 

 그가 슬픔을 먼저 알고 태어났기에 눈물 흘리는 사나이가 되지

 

말라고 아무리 집안의 독자가 되었어도 난 모성을 감춘 채 강한  

 

사나이가 되길 원했고 또 그렇게 크길 바랬다.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또!또!"라고해서 애칭이 또또였고,

 

반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는 친구가 어디에 사는지 묻지 말 것,

 

그리고 친구와 자기를 똑 같이 대해줄 것등을 요구해 왔다.

 

 이유인 즉은 아버지 안 계셔 친구 어머니가 장사를 해서 혼자

 

밥을 먹어야하기 때문에 점심을 함께 먹으려고 데리고 온 것 이라

 

며 착한 본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학교에서 배운 리코더를 어찌나 자상하게 가르쳐 주는지 엄마

 

생각으로 이 녀석이 수사님이나  선생님이 되려나 ....하는 착각

 

도 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학교엔 왜 전부 이씨 성을 가진 사람만이 이사장이 되냐는 둥,

 

엉뚱한 질문도 하고 엄마의 마음엔 좀 사색하고 고뇌하는 햄리형

 

의 청년 모습이 였으면 좋겠는데 때론 아들은 돈키호태형으로 나

 

를 당황과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공부를 잘해야 나중에 이쁜 색씨와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하니

 

"그럼 도대체 아빠는 공부를 어떻게 하신거예요?" 하여 나를

 

 웃게 만들기도 했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 내 뒤로 와서 가슴을 만지며 "볼륨 업"

 

하고 추켜 세워주며 장난을 걸던 녀석이 군엔 간다니..

 

 종갓집에 사내아이가  태어나니 기뻐하시는 시아버님께서

 

이 녀석이 군대 갈 정도로 통일이 안 되면 되것냐.. 하는 바램이

 

셨는데 통일은 그 후 이십이년이 되어도 되지 않았다.

  

 가끔 주위의  부모들이 아들의 입영에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것은 남의 일 이였지 내 일이 아니라 별로 실감이

 

되어 돌아오지 않았다.

 

 직접 내 손으로 받은 아들의 입영통지서에 가장 빠른 이해의

 

지름길이 경험이란 말을 다시 금 떠올리게 되었다.

 

 또 다른 세계....사나이 길로 가야하는 아들!

 

 언젠가는 그도 술 한잔을 마시면서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길

 

안주 삼아 떠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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