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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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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klara1617] 쪽지 캡슐

2013-05-26 ㅣ No.1784

영혼의 노래

영혼의 노래는 사랑하는 두 연인이 엮어가는
애닲으고, 애태우고, 바라고
괴로워하고 갈망하고
기쁘고, 환희에 찬 노래이다.
그러면서 사랑으로 닮아가고
하나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혼과 그리스도 사이에 가장 내밀한 어울림
즉 사랑스럽고 상냥한 애정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서로를 구슬리는 과정이 펼쳐진다.
사랑에 빠지고, 사랑하는 님을 찾으러 나가고
탄식하고, 발견하고
다른 애정을 벗어 던지며 모험하고
약혼하고
마침내 그리스도와의 완전한 합일에 이른다.






     아아, 어디에 그대를 숨기신고
    사랑하는 님하, 울음 속에 날 버려 두고
    상처만 나에게 남기신 채
    사슴마냥 가버리신 그대
    그대 뒤 외치며 나섰더니 벌써 가고 없구료






    고개 날망 저쪽 양우리로
    걸어가는 목동들아
    가다가 내 가장 사랑하는
    그이를 보거들랑 그 님께 말해다오.
    나는 아프고, 고달프고, 죽어간다고






    내 사랑들을 찾으며
    이 산들과 물가를 나는 가리라
    꽃들을 꺾지도 않고
    들짐승들을 무서워함도 없이
    나는 힘센 이들 경계선을 넘어가리라

    아아, 님의 손에 심어진
    수풀 우거진 숲들이여
    아아, 울긋불긋 꽃들 피고
    푸르싱싱한 잔디밭이여
    그이 너희 사이로 지나가셨는지 일르려므나






    아아, 누가 날 낫우어 줄 수 있을런가
    그대여 이젠 참으로써 통째로 그대를 주옵소서
    나에게 사환들일랑
    다시는 보내려 마옵소서
    그들은 내 소원을 말할 줄 모릅니다





  
    (신부)
    사랑하는 이여, 저것들을 치워주소서
    훨 훨 날아서 나는 가려합니다






    (신 랑)
    돌아오라 비둘기야
    상처난 사슴이
    고개 위에 나타나
    네가 나는 바람에 서늘함을 얻나니






    내 님은 뫼뿌리들
    외딸고 숲 우거진 골짜구니들
    묘하디 묘한 섬들과 섬
    소리내며 흐르는 시냇물들
    사랑을 싣고 오는 휘파람 소리

    이슥 조용한 밤
    동녘 새벽의 어름
    소리없는 음악
    소리 있는 맑은 고요
    즐거웁고 황홀스런 저녁잔치






    우리 포도밭에 꽃이 한창이로다
    암컷 여우들을 몰아내자
    송이송이 장미꽃을
    잣송이 한 알로 뭉쳐보자
    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말게

     아아, ''후데아''의 ''님파''들이여
    꽃들과 장미나무에
    용연향 향내를 풍길 제
    성문 밖에 머물러들 있거라
    우리네 문지방일랑 스칠 염도 먹지 마라






    달콤한 칠현금과
    ''시레나'' 의 노래로 너에게 맹서하노니
    너희들 분노를 가라앉히고
    벽에단 손도 대지 말거라
    한껏 편안히 새색시가 잠자게





   
    거기 님은 그 가슴을 내게 주셨네
    거기 진진한 앎을 님은 내게 주셨네
    나도 정말 나를 그님께
    남김없이 바쳤네
    그의 짝이 되리란 약속도 거기서 하였네

    님 하나 섬기는 일에
    내 영혼 밑천마저 다 들었네
    양떼도 간 데 없고
    아무 할 일도 다시 없네
    다만지 사랑함이 내 일일 뿐일세






    벽옥과 꽃묶음으로
    싱싱한 아침에 고르고 골라
    우리 화관 둘을 엮으십시다
    그대 사랑에 꽃피는 것으로
    내 머리칼로 드려진 것으로

    내 목덜미에 흩날라는
    머리카락 하나를 보시고 
    내 목덜미에 그걸 당신이 보시고
    그에 반하여 그대는 계시오니
    내 눈동자 하나에 그대 반하여 계시오니






    님하, 노사이다
    그대 고우심 안에
    맑은 물 흐름하는
    뫼와 언덕을 보러 가사이다
    깊숙이 더 속으로 들어를 가사이다

    높다란 바윗굴 속으로
    우리 재우쳐 가노라면
    그것은 아주 그윽한 굴
    그리로 우리는 들어가서
    석류의 즙을 맛보사이다

    그 누구도 이를 보지 못하였읍네
    ''아미나답'' 그 마저 어쩔 수 없었읍네
    둘러쌌던 무리 잠잠해지고
    말을 탄 기사는
    물을 보자 물 따라 내려갔읍네



그림 / 박보규 가브리엘 수사
시 /십자가의 성 요한 지음 - 부산 가르멜 여자 수도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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