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26주일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106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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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9-19 ㅣ No.4395

연중 제26주일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106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요약)

피신하셔야 했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국내 실향민을 환대하고, 보호하고, 증진하고, 통합하기

 

마태 21,28-32; ’20/09/27

 

올해 초 성좌 주재 외교사절단과의 만남에서 저는 현대 세계에 주어진 도전 과제들 가운데 하나인 국내 실향민의 비참한 처지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기후 변화로 더욱 부추겨진 갈등과 인도적 위기 때문에, 실향민이 늘어나고 이미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많은 나라들에서는 실향민의 필요에 부응할 적절한 체계가 부족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국내 실향민의 비참한 처지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의 세계적 확산이 촉발한 전 지구적 위기로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마주한 이 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다른 긴급 상황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비오 12세 교황님의 교황령 이민 가정’(Exsul Familia)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이집트로 피신하신 아기 예수님께서는 당신 부모님과 함께 실향 난민의 비참한 상황을 몸소 겪으셨습니다. 이집트 피난살이는 두려움과 불확실성과 불안의 시간이었습니다(마태 2,13-15.19-23 참조). 안타깝게도 우리 시대의 수많은 가정이 그와 같은 슬픈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텔레비전과 신문에는 기아나 전쟁, 다른 심각한 위험을 피하여 자기 자신과 가족의 안전과 존엄한 삶을 찾아 떠난 난민들의 소식이 연일 보도됩니다.”

 

누더기 옷과 더러운 발, 일그러진 얼굴과 상처투성이 몸을 지닌 채 우리말을 쓰지 못해서 우리 눈이 그분을 알아뵙는 데에 비록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실향민은 우리에게 이처럼 주님과 만날 기회를 줍니다. 우리는 네 동사, 곧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로 사목 과제에 응답할 것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이해하기 위하여 알아야 합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몸소 우리에게 말씀해 주십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루카 24,15-16) 이민과 실향민의 이야기를 알 때에 우리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감염증의 전 세계적 확산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킨 불안감을 실향민들은 그들 삶에서 끊임없이 겪고 있는 것입니다.

 

봉사하기 위하여 가까이 다가가기가 필요합니다.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루카 10,33-34) 최근 몇 개월간 많은 의사와 간호사가 가르쳐 주었듯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까이 다가가 봉사하는 일은 단순한 의무감을 넘어서는 행동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겉옷을 벗고 무릎을 꿇어 당신 손이 더러워져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당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요한 13,1-15 참조).

 

화해하기 위하여 귀 기울이기가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어 인간의 귀로 인류의 탄식을 듣기를 원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셨다.”(요한 3,16-17) 화해와 구원을 가져다주는 사랑은 귀 기울이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귀를 기울이면서, 우리는 이웃과, 버림받은 수많은 이들과, 우리 자신과 화해할 기회를 갖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과도 화해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성장하기 위하여 함께 나누기가 필요합니다. 나눔은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본질적인 요소였습니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4,32) 감염증의 세계적 확산으로 우리는 모두 한배를 탄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같은 걱정거리와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는 깨달음을 통하여, 그 누구도 혼자 구원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명약관화해졌습니다. 참으로 성장하려면, 예수님께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어 드린 그 아이처럼 우리가 가진 것을 함께 나누면서 다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오천 명이 배불리 먹기에 충분했습니다!(요한 6,1-15 참조)

 

발전하기 위하여 참여하기가 필요합니다. 주님께서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 여인의 말을 들어주시고 진심으로 말씀하십니다. 그리하여 그 여인을 진리로 이끄시어 그 여인이 다음과 같이 기쁜 소식의 선포자가 되게 해 주십니다.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힌 사람이 있습니다. 와서 보십시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니실까요?”(요한 4,29) 이따금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봉사하려는 열정에 가려 다른 이들이 지닌 진정한 풍요로움을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참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그들을 참여시키고 그들이 그들 자신의 구원에 능동적으로 이바지하게 해야 합니다. 감염증 확산은 우리에게 공동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건설하기 위하여 협력하기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공동체에게 한 권고입니다. “형제 여러분,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모두 합심하여 여러분 가운데에 분열이 일어나지 않게 하십시오. 오히려 같은 생각과 같은 뜻으로 하나가 되십시오.”(1코린 1,10) 하느님 나라의 건설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공동 임무이기에, 우리는 질투나 반목이나 분열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협력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이기심을 내세울 때가 아닙니다.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도전 앞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일치단결해야 합니다.” 우리 공동의 집을 보호하고 태초에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그 모습에 더욱 맞갖게 만들어 나가려면, 우리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국제 협력과 전 세계적 연대와 지역적 책무 이행을 보장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아기 예수님을 구하고자 이집트로 피신해야 했던 요셉 성인의 모범에서 영감을 얻은 기도로 저는 이 담화를 마치고자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가장 소중히 여기시는 아기 예수님과 성모님을

요셉 성인에게 맡기시어

사악한 이들의 간계와 위협에서 보호하게 하셨으니,

저희도 요셉 성인의 보호와 도움을 받게 하소서.

 

권력자들의 박해를 피해 떠나야 하는 고통을 겪은 요셉 성인이,

전쟁이나 가난 또는 여러 불가피한 이유로

자기 집과 고향을 떠나 더 안전한 장소를 찾아 헤매며

난민의 여정을 걷고 있는 모든 형제자매를

위로하고 보호하게 하소서.

 

요셉 성인의 전구로

난민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

슬픔 속에서 위로를, 시련 속에서 용기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소서.

 

예수님을 친아들로 사랑하고

여정의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마리아를 든든히 지켜 준

이 의롭고 현명한 아버지인 요셉 성인의 자애를

난민을 맞아들이는 이들도 맛볼 수 있게 하소서.

 

삶의 모든 것을 빼앗긴 이들이

손수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 나간 요셉 성인의 보살핌에 힘입어

노동의 존엄과 가정의 평안을 찾게 하소서.

 

요셉 성인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충실한 배필로 동정 마리아를 사랑하였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아기 예수님을 구했나이다.

성모님의 전구에 이 모든 청원을 맡겨 드리며,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로마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2020513일 파티마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프란치스코

 

(원문: https://cbck.or.kr/Notice/20190004?search=%EC%9D%B4%EB%AF%BC%EC%9D%98%20%EB%82%A0&gb=K1200)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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