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명동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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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범신부 [antonius] 쪽지 캡슐

1999-04-23 ㅣ No.16

이 배경은 조금 전에 가톨릭 회관 앞에 있는 성모 동굴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카메라 성능이 떨어져 성모님이 잘 안 보인다.(그래도 잘 보면 보인다.)

 

 

얼마 전 부터 성모 동굴에 초 봉헌을 시작 하였다.

아무도 없어야 정상인 이 밤에도 촛불은 저렇게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의 모습은 이쪽편 일 뿐 뒷쪽편에는 또 새로운 천막이 가톨릭 회관 주차장에 쳐져있다.

 

이 아름다운 성모 동굴.

나 역시도 명동에서 어릴때 영세를 받아서 그런지

이 곳을 지날때면 왠지 기도하고픈 마음이 일어나고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 저절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곳에 농성천막이 쳐지고 사람들이 밤새 지내고 난 후

지난 20일에는 성모 동굴에 방뇨하는 사건까지 생겼다고 한다.

할 말이 없다.가톨릭 회관 마당에는 화장실이 없다.

그래서 아마도 그런일이 벌어진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더 이상 말을 하고싶지 않다.

 

이곳을 한바퀴 둘어보고 다시 성모 동산으로 발길을 옯겼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성모 동산.

이곳에 기도의 촛불로 불야성을 이룬다면 장관일텐데. 하지만......

 

성모동산은 역시 4월, 5월이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는것 같다.

성모동산 둘레에 피어 있는 꽃들에서나는 그윽한 향기들.

제의실쪽으로가면 라일락 꽃 향기가 너무나도 좋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이다.

그곳을 지나면 꽃향기보다는 텁텁한 막걸리냄새가 꽃향기를 뒤덮어 버렸다.

냄새가 향기를 잡아 먹어 버렸다.

 

 

 

4월 5월의 아름다운 성모동산을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접근하기도 어려운 현실을 본다. 신부인 나 조차도.

그동안 아무 걸림돌 없이 자유롭게 성모동산에 나아갈 수 있었던것도 하나의 감사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게되었다.

진정 자유롭게 성모동산에 다가갈 수 있을때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하겠다라는 생각도 함께하면서 말이다.

 

자유롭고 마음 편하게 기도하러 갈 수 있는 것도 커다란 은총임을 깨달으며...

 

다시금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져오는 아름다운 명동성당을 그리며

 

명동 사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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