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성당 게시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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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학희 [h2500] 쪽지 캡슐

2000-06-24 ㅣ No.550

밑의 박준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고,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의약분쟁에 대해 밥그릇 싸움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은게사실이니까요.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님의 말씀에 공감하는 만큼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진료거부와 병원의 폐업은 일반적인 노동자들의 파업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사업장이 파업에 의해 문을 닫으면 경제적인 손실은 입겠지만, 누군가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의사협회가 취한 극단적인 대응책은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잡은 비겁한 행위입니다.

 

(물론 그러한 선택을 한데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것도 부정하진 않습니다.)

 

그 어떤 대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응으로 인해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불안함에 떨게 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잘못입니다.

 

(님의 말씀대로, 폐업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하시는 분들이 있긴 하고, 아직까지 다수의 피해자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을 정상적인 상황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은 님도 인정하실 것입니다. 혹시 대형참사라도 일어날까 심히 걱정됩니다.)

 

특히 어제 정부가 제시한 협상안을 거부한 의협의 태도는 납득하기 힘들더군요..

 

의협이 목적하는 바가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어제 있었던 정부의 협상안을 전면 수용하진 않더라도 유화적인

 

태도를 취함과 함께 병원의 폐업을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의협과 정부가 그리도 끔찍히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도 그것을 바랬을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협은 협상안을 전면거부하고 강경투쟁의 길로 들어서더군요,

 

혹자들은 의협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협이 의약분업 시행일인 7월 1일까지 폐업을 계속해서 밥줄이 달려있는 개혁법안을

 

물리적으로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한겨레 6월24일 3면 참조)’해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이런 시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협과 의료계가 국민의 생명은 아랑곳

 

없이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나쁜 놈들의 집단이란곤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박준수님의 글

 

 

 

-"사정도 잘 모르면서...허준처럼 해라 희생만 강조하는 글들... 읽으면...

 

이젠 신물이 난답니다...자기들이 한번 해보라지......

 

도덕성 운운하는 사람들...

 

당신들이 우리나라 의사들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님의 말씀처럼 제가 그 상황이라면 저 역시 진료거부와 병원 폐업에 참여했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모르는 일이죠.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중시되어야 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입니다. 원래의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폐업이 장기화되면 될 수록, 개혁법안이 무산되고 경제적인 이익은 얻을수

 

있을지 몰라도 의료계에 대한 많은 국민, 특히 환자들의 분노와 실망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현실이 될 것이라 생각치 못햇던 남북정상이 만나 7000만 겨레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준

 

것이 불과 10여일 전입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극한대립하고

 

있는 이 모습이 도대체 뭡니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뉴스에서는 의협이 정부의 협상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이제라도 폐업을 멈추고 협상테이블에 앉기를 기도합니다.

 

내일, 일요일에는 하느님이 보시기에 참 좋은 그런 소식이 전해 지길 바랍니다.

 

 

 

 

사족: 저 역시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논쟁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님의 글을

 

읽으면서 님이 균형잡힌 인식을 가진 분이라는 것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님이 글말미에 쓰신 몇줄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박준수님의 글

 

 

             " 분만촉진으로 죽었다는 아이도.

 

             돌아가신 70대 할아버지도...

       

         가실 분들이 가신겁니다...진짜루...

 

         파업중이 아니람 그냥... 자연사..."

 

 

 

님의 말대로 정말 가실 분들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신문에서 떠들어대지도 않았을 것이고 저도 그 죽음을 몰랐겠지요..

 

하지만 숨이 붙어있는 한 가실 분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님께서 확신에 차서

 

가실 분들이라고 단언하지만,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그 분들이 계속해서 살 수 있을지 누가 압니까?

 

꺼지기 직전의 촛불같은 생명이라도, 죽음이라는 말을 입밖에 내서는 안됩니다..

 

님이 저보다 더 잘아시겠지만

 

숨을 거두고 완전히 눈을 감을 때까지 아무리 죽어가는 생명이라도, 그것은 건강한 사람의

 

생명과  동일한 무게를 가지는 귀중한 것입니다.

 

제글로 인해 불쾌하시지 않기를 바라며,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다시 한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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