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약현성당 게시판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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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3-03-10 ㅣ No.1191

사순 1주일입니다. 벌써 사순절이 시작된지 거의 일주일이 다 되는군요.

사순 1주일 복음은 성령이 예수님을 광야로 보내시고, 예수님은 그곳에서 지내시다가 유혹을 받으며 지내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광야라 하면 에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간 떠돌던 곳이요,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를 들려준 곳이고, 예수님께서 단식하시며 전도여행을 준비하던 곳입니다. 외로움의 장소요, 고난과 유혹의 장소이며, 생명의 위협을 겪는 곳입니다.

 

항상 광야는 그렇게 뭔가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또 결정하는 곳으로 여겨집니다. 제 맘속에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 여기저기가 바로 그런 광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장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지금은 기다리고 준비하고 있을때만이 아니라 다가가고 실행하는 때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는 광야에서 우리가 받는 유혹은 무척이나 다양하지만 몇가지 공통적으로 겪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입니다. "이번만"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번만 하고, 이번만 참고, 이번만 넘어가고.... 항상 이번만이라는 생각에 쉽게 빠져 다음번을 찾지 못합니다.

 

"남들도 다 하는데... 뭐."라는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당하는 것을 제일 기분나빠하면서도 우리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나쁜 쪽으로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합니다. 그리고는 남들도 그러하니 나도 그렇게 하면 뭐 어떠냐 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우리 모두 어렸을때 옆집 아이나 형제자매중 누군가와 비교 당하며서 화가났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부모나 친구들이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나쁘듯이 내가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도 나쁜 것입니다. 그것은 능력이나 생김새에 대한 것도 그러하지만 안좋은 것들을 남들과 비교하면서 합리화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말고 내일부터" 혹은 "오늘은 그냥 지내고 내일하지 뭐"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지옥의 달력은 내일이고, 천국의 달력은 오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옥에서는 언제나 내일하자고 하고, 천국에서는 언제나 오늘 지금 하자고 한다는 말이겠지요. 이것도 강력한 유혹의 한가지 입니다. 오늘을 살지 못하고 내일을 산다는 것은 우리 인생이 매순간 공허한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뜻이 아닐런지요.

 

우리 인생의 광야에서 생기는 이런 유혹들을 잘 이겨낸다면 정말 천사들이 시중을 들었다는 예수님의 광야생활과 같아지리라고 감히 희망해 봅니다.

 

이번 사순절. 이런 유혹들을 이겨냄이 어떠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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