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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584] 지독히도 삶을 살고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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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영 [Serina99] 쪽지 캡슐

2000-01-22 ㅣ No.594

유승원 학사님!

 

학사님이 띄어놓으신 "지독히도 세상을 살기싫은 이"의 시을 읽으니, 문득 언젠가 읽었던 "지독히 세상을 살고 싶어하는 이"의 시가 떠오르는 군요.  그 시의 제목은 "이끼"였어요. 지금 시 전부를 기억할 순없지만 "나무등걸에 붙어 연명하는 이끼"라도 되어 이세상을 살고 싶어하는 지독히도 삶을 갈구하는 누군가의 시였지요.

 

처음 그 시를 접했을 땐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요. 삶이 뭐가 그리도 좋길래, 그렇게도 살고 싶을까, 도대체 이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이지? 나도 좀 알았음 좋겠네. 하는 생각을 들었지요.

 

그 당시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던(공감이 가지 않았단 말이 더 옳네요.) 그 시를 옆에 있는 동료에게 보여주었더니, 그 사람 왈 "글쎄, 좋은 시이긴 한데..별루 공감이 가질않네." 하는 겁니다. 현대의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반응이었죠.  그렇게 지독스리..삶을 연명하듯 살아야할 이유가 글쎄..  하지만 삶에 대한 시인의 갈구에 대한 인상은 너무 강렬해 지워지지 않았죠.

 

그리고 며칠후 문득 우연히도(!!) 그 시를 모 잡지에서 다시 보게되었는데..그옆에는 시인에 대한 설명이 첨부되어있었습니다. 그 시인이  "교통사고후 위험한 고비를 넘긴 후 쓴 시라는.." 그리고 현재 전신마비의 장애인이라는 말과 더불어요..

 

아..그제서야 이해가 되더군요..왜 그리 그 사람이 삶을, 생명을 그토록 갈구했던 이유를 말이죠. 학사님말씀처럼 우리의 삶은 하루하루 당연히 주어지는 시간들 속에 있는 듯 하지만, 그건 정말 하느님의 은총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문득 했습니다. 그리고 삶에 대해 진정한 갈구도, 희열도 제대로 못느끼고 있다는 그 자체로서 제 자신이 왠지..너무 작아보였지요.. 어느 특정한 경험을 통해 그것을 진정으로 깨닫게 된 그 "지독시리 삶을 살고싶어한" 시인이 어떤 면에선 정말 부러웠습니다.  어느  무엇을 위한 것도 아닌, 그 자체로의 삶에의 갈구, 생명에의 갈구는 신선한, 아니 신성한 그 무엇이었다고 할까요. ...

 

아직까지도(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지 라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어쩜..그 질문과 그에 맞는 대답 찾기는 죽을 때까지도  계속될지 모릅니다.(어렸을 때 지금의 내 나이엔 정말 고민과 근심없는 진짜 ’어른’이 되있을거라고 상상(..착각)을 했지만요.) ..하지만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이 순간순간은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것, 그리고 감사하며 그래서 기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그것 하나는 가슴에 품고 살고 싶습니다. ’지독하게 살고 싶어한’ 그 시인의 희망을 지독하게 살기싫어한 그 시의 주인공에게 그리고 냉냉한 이시대의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군요.  삶은, 생명은..그 자체로 살아야할 이유이자 목적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그 속에는 분명, 아직은 깨닫지 못하는 하느님의 계획과 기쁜 선물 그리고..은총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요.

 

.....음..마지막으로 ..시의 마지막 말인 ..삶을 살아가는 이유 중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라는 말을 진짜 체험하며 살고 싶군요.  진정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또한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줄 아는..진짜의.."열린" 마음일 수있길 바라며,,,......이만..줄일까 합니다.

 

그럼..유승원 학사님, 안녕히 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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