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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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0-02-08 ㅣ No.1080

 

고백성사를 많이 또 자주 한 사람이건 아니건간에 고백성사를 다시 본다는 것은 모두에게 껄끄러운 느낌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어떤 청년이 군대에 가기전에 마지막으로 고백성사를 보기위해 저를 찾아왔습니다. 영세받고 처음하는 고백성사라서 그런지 굉장히 쑥스러워 했습니다.

 

저는 언제 그렇게 쑥스러워하며 고백성사를 봤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전에는 항상 하듯이 그저 형식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지 조금은 뻔뻔스럽게 나의 죄를 고백하고 쓸데없는 훈계 안듣고 빨리 사죄경을 외워주는 신부를 찾아 고백성사를 보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계속 반복되는 죄들, 그저 요식행위로 성사를 치루고 자신의 잘못을 잊고 싶은 것이 제 마음이었나 봅니다.

 

신부가 되서야 고백성사가 얼마나 철저한 비밀속에 이루어지는지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게 고백성사를 주었던 신부님들이 얼마나 나때문에 가슴아팠을지도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는 답답함을 그분들은 항상 느꼈을 것입니다. 지금의 저처럼....

 

지금도 쉽게 고백성사를 볼 수 있는 신부님이 좋습니다. 아무 말없이 그저 사죄경을 외워주는 그런 분 말입니다. 하지만 신자들에게 나는 그렇게 해주고 싶지가 않습니다. 나같이 딱딱하게 굳은 신자가 될까봐 말입니다.

 

우리가 만약 누구와 싸움을 했다면 우리는 반성하게 될것입니다. 거기다가 그게 나의 잘못이라면 더더구나 말입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나와 싸운 사람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는 것 만으로는 진정으로 뉘우친 것은 아닐겁니다. 자존심 상하고, 정말 말도 꺼내기 싫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잘못이지만 그에게 가서 손을 내밀고 사과를 할 때, 그때 나는 나의 잘못에 대한 진정한 뉘우침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사사로운 아니면 커다란 잘못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일들, 하지만 나 혼자 속으로 가슴을 치더라도 불완전할지도 모릅니다. 나의 자존심을 숙이고,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지라도 더 처절하게 반성하며 고백성사를 통해 하느님께 사과의 손길을 내밀때 우리는 싸움을 하고 친구에게 사과하는 것처럼 진정으로 통회한다고 할 수 있을듯합니다.

 

오늘 순수하게 고백성사를 보는 어떤 청년을 보며 굳어진 나의 마음을 반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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