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그리운 여름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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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용 [20autumn] 쪽지 캡슐

2000-06-20 ㅣ No.890

방학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방학이랑 저랑은 이제 별 상관 없지만요. --;

 

여름 방학..여름..을 생각하면 그리워지는 냄새가 있습니다.

바로 냉습하고 조금은 쾌쾌하게 느껴지는 지하 교사실 냄새 입니다.

교사실 냄새..

 

지난 3년간의 여름을 그곳에서 보냈지요.

학생 신분, 또는 백수·백조 신분의 교사들이라면 캠프준비를 위해서

한달 이상을....해가 뜨면 부시시 일어나 씻고 집을 나와선

따가운 여름 햇살을 등지고 너덜너덜(?) 교사실로 기어 들어 가면서 본격적인 하루 일과를 시작했죠.

하루종일 캠프 비품을 자르고, 오리고.. 글씨도 쓰다가 매직 냄새에 취해서 해롱거리기도 하고 ..

그러다가 점심때가 되면 짜장면을 시켜다가, 혹은 라면을 끓여서 우중충한 교사(?)들과 점심을 함께 먹고..

배를 채운 후 다시 자르고, 오리고...

가끔씩 캠프 파이어 장작을 준비하는 남교사들과 함께 도끼질(!)도 해보고..(맘대로 잘 안됨다만..)

그러다가 성당 문닫을 시간까지 되면 항상 저희 교사들 때문에 퇴근시간이 늦어지시는 前기관장님이나 성당에서 일하시는 아저씨께 죄송해하며.. 엉거주춤 지하실에서 기어 나와선 교사들끼리 떼를 지어서..맥주 한모금에 목을 축이러 향하죠..

그랬었죠.

올 여름은 그렇게 보낼 수가 없군요.

물론 같이 캠프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리고 이번 캠프는 제작할 비품들이 별로 없다지만..(그래도 성당에서 살 시간들 많을 겁니다.)

 

여름이면 그렇게 지하 교사실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왔던것이 습관이 되어서인지..

"방학했어요~~!"라는 어느 후배교사의 명랑한 목소리를 들으니..

올 여름은 그동안처럼 보내질 못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순간 들더군요..

 

신입교사분들..

우중충한 교사실에서 어제 듣던 노래를 오늘 또 들으며 어제도 본 교사들과 오늘도 어쩔수 없이 보고 살아야 하는 여름 방학이 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여러분들의 여름 방학인것입니다....하하!

 

매일 보고 사는 사람들이라 서로 더욱 살갑게 지내야 할 것입니다.

서로 신경이 예민해져서 자칫 쉽게 행동하다가는 서로 부딛치는 경우도 있을테니까요.

 

캠프를 위해서 긴 여름동안 지하 교사실에서 썩을(!) 교사들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같이하고 싶지만 이번엔 그렇게 안될것 같네요.

잘다니던 직장을 때려칠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올 여름엔

제 머릿속에 각인 되어있는 여름 냄새가 더욱 그리워 질것 같습니다.

아마 군대에 간 양홍용, 최태선, 이원종 등등도 그럴것 같은데..

 

그리운 여름내음..

제 코 주위에서 떠나질 않는군요..

 

이제 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

 

 

아직 시험중인 교사탱이들, 셤 잘바..

글구 방학한 교사들..앞으로 수고 하세염..

그럼 전 이만..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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