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성당 게시판

재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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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일 [augminn] 쪽지 캡슐

2003-03-05 ㅣ No.4573

안녕하셔요? 보좌 신부 민경일 아우구스티노 신부입니다.

맨날 이 게시판 홍보만 하다가 글을 처음 쓰네요~

 

오늘은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오늘 미사에 참여 못하시는 많은 분들을 위해..

오늘 미사 강론을 올릴까 합니다.

.. 별로 내세울만한 것은 아니지만..

읽어주시면 감사~ ^^

 

 

재의 수요일 미사 강론

 

1독서 : 요엘 2,12-18

2독서 : 2고린 5,20-6,2

복음 : 마태 6,1-6.16-18

 

오늘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선과 기도, 단식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기도와 자선, 단식. 이러한 것들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늘 해야 할것입니다. 물론, 단식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기도와 자선은 참으로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 왔는지 한 번 생각해 보면 합니다. 사실 저 역시도 누군가가 도움을 원할 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늘 살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때로는 내가 원하지 않는 때에도 타인(他人)들의 눈 때문에 도움을 주기도 했고, 반대로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이 부끄러워 하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주님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그분이 남들의 눈치를 보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분은 누가 보거나 보지 않거나 나를 사랑해 주십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 하느님. 그분이 숨은 일도 보실 수 있는 것은, 말하지도 않은 나의 속마음도 아실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분이 나의 곁을 떠나지 않는, 나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이렇게 언제나 나와 함께 해 주심으로써 당신의 사랑을 계속해서 나타내십니다.

오늘로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해마다 사순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다짐을 합니다. 커피를 안 마신다. 술을 끊겠다.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 간식을 줄이겠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마치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양 말하기도 합니다. 나의 의지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가 그런 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나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고백합니다. 내가 힘들어 할 그 때마다, 언제나 내 곁에 계신 그분께서 나를 잡아주셨던 것입니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진정으로 사랑하시기에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희생을 알아달라고 아무 말씀도 없으십니다. 그렇게 그분은 우리를 사랑해 주십니다. 바로 그것이 사랑의 본 모습일 것입니다.

사순절을 맞이하며 예수님을 닮아, 드러나지 않은 데에서 우리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그런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족 : 게시판의 특성상, 강론 머리에 있는 인삿말은 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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