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의 영성

성 요한 클리마코 수사 [St. Joannes Climacus, Monac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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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숙 [hsryu] 쪽지 캡슐

2001-03-29 ㅣ No.21

성 요한 클리마코 수사 [St. Joannes Climacus, Monachus]

 

                                                          축일 3월 30일

 

   4세기에는 수도 생활을 갈망하여 이집트 혹은 아라비아의 사막에 은수하는 신자가 많았다. 그래서 로마 황제 유스티아노는 모세가 하느님의 십계를 받은 바 있는 시나이 산 부근에 사는 이런 수사들을 위해서 그 산 위에 한 수도원을 세웠다.

   어느 날 일어난 일이었다. 아직 16세밖에 안 된 요한이라 하는 한 소년이 이 수도원 문을 두드리고 수사로 받아 줄 것을 간절히 원했다. 그리해서 그 소년은 수도자의 반열에 들게 되었으나 원체 아직 어린데다 체격도 허약했으므로 그의 지도를 담당한 말디리오 老수사도 과연 그가 오랫동안 그런 엄격한 생활을 감당할 수가 있을까 몹시 염려했다. 그런데 요한 소년은 수도원에 들어온 날부터 다른 이들보다 더 열심을 분발해 말디리오의 지도를 따라 성심성의로 수덕에 힘쓰며, 청빈, 순명, 정결 등의 모든 덕에 있어서도 비난의 여지없이 훌륭하게 지켜나가 단시일에 덕의 진보가 실로 놀랄만하였다. 그러던 중 은사 말디리오가 선종을 한 후에 요한은 더욱 완덕의 길을 닦고자 수도원을 나와 시나이 산의 기슭에 한 초막을 짓고 홀로 그곳에서 지냈다. 이리하여 그는 매주 토, 일요일 이틀 미사 성제에 참여하고  성체를 받고 성서나 교부들의 수덕에 관한 저서를 정독하고 고행, 묵상, 노동을 행하며 몸과 마음을 수양하고 덕을 닦았다. 이렇게 되자 그가 아주 드문 성인이라는 소문은 어느덧 세상에 퍼져 그의 교훈을 받고자 각처에서 모여드는 자들의 수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好事多魔라는 격언과 같이 그의 명성이 일약 유명해져서 사방에 떨치자 이에 질투심을 품고 그를 비난, 시기하는 자가 나와서 "그는 성인이 아니다. 다만 말 많은 교만한 자에 불과하다." 하고 비난을 한 때도 있었다. 그래도 요한은 그런 말을 들어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쾌히 상대자를 용서했으며 도리어 죄의 보속을 위해 온전히 침묵을 지킬 결심을 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 먼저 그를 비난하던 이도 마침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충심으로 통회했다고 한다.

   요한은 그 후에도 더 한층 완덕의 길을 닦았지만 75세의 고령에 달했을 때 시나이 산 수도원의 수사들에게 추대되어 원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모세와 같이 하느님께 특별한 묵시를 받고 일반 수도자를 위해 ’완덕의 계단(클리마코)’이란 靈感에 충만한 책을 저술하였다. 그가 요한 클리마코라고 불리게 된 것은 이에 비롯된 것이다.

   요한의 명성은 점점 높아져 멀리 로마에까지 미쳤으며 교황 대 그레고리오께서도 그의 성덕을 칭찬하는 서한을 보내며 그의 기도를 청했다고 한다. 또한 그에 관해서는 어느 해 한발로 곡식이 모두 말라죽으려고 할 때 그의 열렬한 기도의 덕분으로 좋은 비가 와서 백성은 흉작, 기근의 곤궁에서 구제되어 요한을 제2의 엘리아로 존경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는 수도원장으로서 5년 간 모든 책임을 알뜰히 완수하다가 선종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 적당한 후계자를 구해 그에게 원장직을 물려주고 전에 살던 초막으로 다시 돌아가서 1년 간 마음껏 기도와 보속을 행하고 드디어 시메온과 같이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루가 2, 29-30) 하고 기도하며 고요히 세상을 떠났다. 605년 3월 30일이었다.

 

   우리는 옛날의 수사처럼 깊은 산이나 광야에 피신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마음을 초막으로 삼아 종종 세속을 떠나 그 안에 들어가서 묵상과 반성을 한다면 비록 성 요한 클리마코처럼 큰 진보는 바라지 못할지라도 완덕의 계단을 조금씩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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