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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 재임기간 중요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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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3-03 ㅣ No.219

[교황 베네딕토 16세 사임] 교황 재임기간 중요 활동

사랑과 평화ㆍ화해의 사도로서 역할에 충실





- 교황은 "종교는 전 세계에 평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11월 서아프리카 베냉을 사목방문한 교황이 아이들을 축복하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 신학자' 이미지가 워낙 강한 터라, 재임 기간에 종교간 대화와 인류 평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편이다.

교황은 피선 이튿날인 2005년 4월 20일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교회를 일치와 대화, 복음화의 길로 인도하겠다"며 전임자가 걸어온 길을 이어 걷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4월 24일 즉위미사에서도 "여러분의 기도와 희망 속에서 교회를 이끌어 나가겠다"며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교황은 7년 10개월여 재임기간에 이런 다짐대로 '사랑과 평화, 화해의 사도'로서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평화와 사랑 거듭 호소


2006년 4월 성 베드로광장에서 즉위 후 첫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와 중동, 라틴아메리카의 평화를 기원했다.

5월에는 아우슈비츠수용소를 방문, 죽음의 벽 앞에서 나치 만행에 희생된 유다인들을 위해 기도했다. 독일 출신인 교황은 "이곳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요한 바오로 2세 후임자이자 독일의 아들로서 아우슈비츠에 왔다"고 밝혔다.

교황은 같은 해 11월 이슬람 국가로는 처음으로 터키를 방문했다. 당시 터키 무슬림들은 교황을 거세게 비난하며 방문을 반대했다. 교황은 터키 방문을 강행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사랑은 위험보다 강하다"며 평화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역설했다. 교황의 터키 방문은 이슬람과의 대화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평화와 화해의 사도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같은 해 12월 그리스 정교회 수장 크리스토둘로스 대주교와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교황은 "종교는 전 세계에 평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불관용이나 폭력의 씨앗을 뿌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2009년 5월 요르단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중동 국가에서는 "진정한 평화는 가능하며 오랫동안 지속돼온 반목은 극복할 수 있다"며 종교 간 화합을 거듭 강조했다.


모든 폭력에 반대

교황은 모든 폭력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며 평화를 호소했다. 2011년 10월 아시시에서 열린 세계 평화를 위한 종교 지도자 기도 모임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쓰는 것은 종교 본질이 아니다"며 "신의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그리스도교가 2000년 역사 안에서 저지른 과오에 대해 사과하면서 "(교회가) 신앙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한 잘못을 매우 부끄러워 하며(with great shame) 인정한다"고 말했다. 200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그리스도교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성찰한 것보다 한층 수위가 높은 사과였다.

2012년 9월 레바논 사목방문 중에도 "중동사회가 폭력을 멈추고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대화를 시작하라"며 종교 자유와 평화를 거듭 호소했다.
 

세속화ㆍ생명경시 풍조 우려

낙태와 동성결혼 등 반생명적 사회 풍조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2010년 11월 스페인 사목방문에서는 낙태를 허용하고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면서 교회 가르침과 멀어져가는 스페인에 인간생명 존엄성과 전통적 가족 가치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교황은 "스페인이 기술적ㆍ문화적 발전뿐만 아니라 윤리적ㆍ도덕적 진보도 함께 이뤄야 한다"면서 "스페인 국회가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2년 쿠바ㆍ멕시코 사목방문 때는 "인간 생명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엄성을 갖고 있다"며 낙태를 합법화한 쿠바에 각성을 촉구했다.

2010년 가을 영국을 방문한 교황은 영국 사회의 급속한 세속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참된 신앙의 회복을 기원했다. 성공회 설립 이전 사회 근간을 이룬 그리스도교 신앙을 일깨우기 위해서도 힘을 쏟았다. 교황은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세속화와 상대주의, 무신론에 도전받고 있지만 신앙인들은 실천적 삶으로 하느님을 증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오로의 해ㆍ사제의 해ㆍ신앙의 해

교황은 교회에 신앙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도 애를 썼다. 사도 바오로 탄생 2000주년인 2008년을 대희년으로 선포하고 6월 28일부터 1년간을 '바오로의 해'로 선포했다. 또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 선종 150주기를 맞은 2009년에 '사제의 해'를 선포했다. 교황은 2009년 6월 19일 성 베드로대성전에서 거행된 '사제의 해' 개막 예식에서 "교회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증거하고, 사람들이 이 사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사제를 필요로 한다"며 "사제는 성인의 영성을 본받아 그리스도와 완전한 일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황은 2011년 10월 자의교서 「믿음의 문」을 발표하고 '신앙의 해'(2012년 10월 11일~2013년 11월 24일)를 선포했다. 2012년 10월 11일 성 베드로광장에서 신앙의 해 개막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되살릴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공의회를 단지 기념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공의회의 영적운동을 참된 의미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복과 건강 악화

교황은 2011년 5월 1일 바티칸 성 베드로광장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복미사를 주례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가 시복시성절차법을 시행한 이래 가장 빠른 기간인 6년 1개월 만에 복자 반열에 올랐다.

교황은 같은 해 10월 16일 성 베드로대성전에서 거행된 미사에서 처음으로 이동식 연단을 사용했다. 교황은 보좌관들이 미는 이동식 연단에 서서 대성전에 입장했다. 이동식 연단을 사용한 후 교황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단지 입장 행렬을 간소화하고, 84살 교황의 피로를 덜기 위해 사용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교황은 지난해 3월 쿠바ㆍ멕시코 사목방문 후 측근에게 체력의 한계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사임발표 이튿날 발표한 메시지에서 "의료진의 거듭된 권고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봉사해 오셨지만 이제 건강이 한계에 이르신 것 같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3년 3월 3일, 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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