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화

2013년 7월 세나뚜스 지도신부님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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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뚜스 [senatushp] 쪽지 캡슐

2013-08-12 ㅣ No.191

기 도

손희송 베네딕토 지도신부님 

한 달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장마가 근래 보기 드물게 오래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람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비가 많이 오고 날씨가 습하게 되면 마음도 밝지 않은 경향이 있는데, 이럴 때 일수록 신앙인들은 밝은 마음을 가지고 이웃을 배려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7월 11일 저의 축일을 맞이해서 많은 영적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연중 제17주일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기도를 하시고 나니, 제자들이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합니다. 그래서 그 유명한 주님의 기도를 알려 주시고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 주십니다.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다른 분들에 비해서 기도를 많이 하시고 기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으셨을 줄 알지만 다시 한번 기도에 대해서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제 나름대로 강의를 다니고 여러 계층의 신자들을 만나 보았습니다만,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데 실제로 기도하시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도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는지 모르고, 조금 시도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기도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첫째 기도를 규칙적으로 바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세대 전만해도 아침기도ㆍ저녁기도, 삼종기도, 식사전후 기도, 묵주기도 등의 기도들을 생활화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기도를 규칙적으로 할 때 기도의 힘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통하여 신자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때가 되면 배가 고프건 고프지 않건 음식을 먹어야 육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영적 건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영적 건강도 때가 되었을 때 기도를 해야 비로소 영적 건강도 유지되고 더 건강해 질 수 있습니다. 사람이 밥을 제때에 먹지 않고 건너 띄고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기도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만 기도한다면 영적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과거에 순교자들이 열심히 기도를 바쳤고, 그 덕에 순교에까지 이르게 될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기도는 꾸준히 바쳐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비유에서 잠자리에 든 벗을 찾아가 빵을 달라고 할 때, 집안 식구들이 다 잠들어서 못 주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달라고 하면 필요한 만큼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다가 억지로 들어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인간 삶에서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시는 말씀입니다.
기도는 내 마음에 와 닿던지 아니던지 또 내가 청한 대로 되던지 안 되던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즈음은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체험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닙니다. 기도할 때 가슴이 뜨겁고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어야 기도하는 맛이 난다고 합니다. 기도할 때 그런 것이 없으면 실망하고 기도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밥맛이 없어도 때가 되면 밥을 먹듯이 기도할 때 그러한 느낌이 없다 하더라도 꾸준히 기도하는 것이 기도에 대한 중요한 태도입니다. 

셋째, 기도할 때에는 항상 나 자신이 아니고 하느님께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청하여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부족한 것이 많아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청하는데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내가 옷을 청했는데 쌀을 주신다고 하여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섭섭하겠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보다 훨씬 생각이 크신 분이시기 때문에 하느님이 보시기에 필요한 것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그러므로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것을 얻었다고 해서 그것에 실망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께 초점을 두는 기도 생활입니다. 

요즈음은 사람들이 똑똑해져서 하느님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고 판단되면 신앙조차도 그만두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생각보다 크신 분이시기에 우리의 생각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분께 의지하고 기도하는 것이 진정한 기도생활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초점을 둔다는 것은 기도가 이루어지는 때도 하느님의 시간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 우리가 원하는 때를 우리가 정합니다. 그러나 기도가 이루어지는 때는 하느님이 정하는 것이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항상 하느님의 시간표에 맞추어야지 우리의 시간표에 맞추어서는 안 됩니다. 기도할 때 내가 아니라 하느님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신자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과거의 신자들은 우리보다 순종하는데 익숙했습니다. 주교님이나 신부님이 원하시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는데 요즈음은 그것이 합리적인지 아닌지 따지기를 좋아합니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순명하는 데는 어려움을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먼저 그분의 뜻을 앞세우고 그분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은 우리 전세대의 사람들보다 우리가 어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기도할 때 내가 아니라 하느님께 초점을 두는 기도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평균적으로 다른 신자들보다 기도를 많이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양적으로만 기도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제대로 기도하는 단원이 되어서 다른 신자들에게 무엇보다도 기도의 모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 기도의 모범이셨고 스승이셨기 때문에 믿고 따르는 우리 역시 기도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기도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기도의 중요성은 알지만 기도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기도의 모범을 보이고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 기도를 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도록 기도하는 사람의 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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