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동성당 게시판

신학교에서 '시'한편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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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credo] 쪽지 캡슐

1999-08-07 ㅣ No.149

두메꽃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 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서 숨어서 피고 싶어라

 

                  

                     -최민순 신부-

 

   신학교 뒷산의 산책로(목자의 길) 입구에는 위 시가 적힌 시비가 놓여져 있답니다.

   고인이시지만 지금의 할아버지 신부님 세대에 '시인'이시며 신학생 '영성지도 신부님'으로 활동하시던 최민순 신부님의 시를 소개 합니다.

이 시비 앞을 지날 때마다 저는 신부님의 가난한 마음과 주님께 대한 소박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세상의 풍조와 유행이 어떻든, 사람들의 시선이 어떻든, 게다가 첩첩 산중에

자신이 홀로 놓여 있어서 세상과 동떨어져 살지라도, 진정 중요한 것은 주님이 날 보고 계시고 한 송이 꽃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신다는 것!

  때문에 그분께서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그분만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는 신부님의 어린이 같고 새색시 같은 마음을 엿보게 해 줍니다.  

  그런데 우리들에겐 그런 일이 오히려 힘들고 지루할 것만 같죠?

  사회의 풍조와 타인의 시선을 언제나 의식하며 내 자신을 거기에 끼워 맞추려고 발버둥치는 우리들에겐 두메꽃처럼 산다는게 참으로 고상하고 이상적으로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진정 중요한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삽니다.

  마냥 앞만을 바라보고 달음질 치기에 두메꽃과 같은 삶이 어색하고 지루하게 느껴 집니다. 그 안에 진리가 담겨 있고 풍요로운 삶이 있음을 모른채...

 

  오늘도 '두메꽃'은 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비록 값 없는 꽃처럼 보여도 좋다.

                        한 송이 꽃으로 외로히 서 있어도 좋다.

                                      햇님이 네 님이 널 보고 계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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