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엔젤 뉴욕공연기 -하-개구리의 우물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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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0-08-24 ㅣ No.1902

       지하철 타고  체험한 생생한 뉴욕  

 

우리는 뉴욕에 머무는 동안 철저히 뉴욕을 배우는 시간을 가지자고 다짐했다. 관광버스 타고 가이드가  안내하는대로  유명건물 앞에서 기념 사진 찍고 이동하는  수박 겉핧기식 <관광>은 절대 안하리라.

 

 2억6천만 인구에 운행중인 자동차가  2억대가 넘는 자동차의 왕국 미국. 그 중에서도  뉴욕의 심장부 맨하탄은  차가 몰려 주차를 할 곳이 없다.

 

  6-7명씩 4개 모듬을 만들어 ‘뉴욕 탐험’에 나섰다. 롱아일랜드의  김석주씨 집에서  자동차로 40분쯤 나와서  정션블루버드에서 7번선 전철을 탄다. 종점인 타임즈 스퀘어에서 내려 지상으로 나오면  맨하탄 32-42번가이다. 이 길은 캐츠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연극등이 연중 공연되며  영화, 비디오 제작사등이 있는 브로드웨이와 연결된다.  모듬별로 나눠 본격적으로 ‘뉴욕을 배우고 느끼는’ 일정에 배낭 여행 온 젊은 대학생들처럼 흥미있어 한다.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중심점으로 해서  금융가인 월스트리트, 세계무역센타등 경제 관련 건물부터 찾아가는 팀이 있나하면 세계 최대의 메이시백화점부터  예술적인 상점, 그리고  창고나 공장을 개조해서 분위기있는 까페등으로 꾸민 소호쪽으로  나서는  팀등 다양했다.

 이럴때 지도에서 목적지를 찾고, 전철 토큰을 사고, 지하철역원에게 뉴욕지도를 달라고 하고, 내릴 정거장을 찾는 일은 동반한 자녀들의   몫이다. 세계화, 국제화 시대를 맞아 아이들이 모든것을 직접 일찍 몸으로 체험해 보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뉴욕 지하철 티켓은 토큰과 카드 두종류이다. 토큰은 한개에 1.5달러(1천8백원)로 우리보다 3배쯤 비싸다. 카드는 11번 쓸 수 있는 15달러짜리부터 다양하다.

 

     경기호황으로 지하철엔 직장인 북적

 

 "티켓 플리즈"했다가  토큰 7개 대신에  정액권 카드 한 장만을 달랑 받아오는 실패를 경험한 팀도 있었으나 이런 정도는 뉴욕을 배우는 값싼 수강료인 셈이다.  토큰을 entry라고 쓴 구멍에 넣으면 go라는 글씨가 보여  지하철 타는 곳으로 나갈 수 있다.

 뉴욕 지하철을 직접 타 보기 전까지 우리는 지하철은 돈 없는 흑인이나 술주정뱅이들이 많이 이용할 것이라  생각해 타기가 두려웠다. 그러나 낮이어서인지 , 또는 흑인들이 많이 사는 할렘 쪽으로 연결되는 지하철이 아니어서인지 지하철은 안전했고 조용했다.   바스키야의  그림을 보는듯한 낙서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미국은 1백50여개월째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경제 덕에 실업율이 최저가 되고 직장인이 늘면서  지하철은 이용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지하철은 흑인뿐 아니라 월가의 직장인, 멋쟁이 여성, 관광객등 모두가  이용하고 있었다.  1백년의 역사를 가진 뉴욕의 지하철은 그물 망처럼 잘 연결 되어서  지하철 지도만 있으면 센트럴 파크와 국립 자연사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등 수많은 문화예술의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또  배 타고   돌면서 자유의 여신상부터 뉴욕의 주요 랜드 마크를 조감할 수 있는 포트까지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언더 그라운드들 노래하는 지하통로

 

 1백년 가까운 나이를 헤아서려인지 서울의 지하철보다 다소 어둡고 지하보도의 달라 붙은 검자국이 지저분하기는 했으나  그런대로 생활과  연륜을 느끼게 하는 지하철의 통로에서  젊은  언더그라운드 그룹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은 미국다와 보였다.   

 

        뉴욕 주교좌성당의  성모 승천 미사 참석

 

 15일 오후에 우리는 전철을 타고 맨하탄으로 나와 뉴욕의 주교좌 성당인 까데드랄 세인트패트릭성당에서 성모승천 미사를 드렸다.  우리의 명동 성당이  국내 최고로 땅값 비싼 명동의 번화가에 위치했듯 세인트 패트릭성당도 세계의 유명 패션 명가들의 상품을 볼 수 있는  피프스 애브뉴와 연결되어 있다. 오후 1시 미사 시간을 대기위해 지도를 들고 이리저리 물어 간신히 도착하니 명동성당과 같은 고틱 양식의 1백40년이 넘은 성당이 우리를 반긴다.  2000년 대희년 순례 성당이고 뉴욕 주교좌 성당이어서인지  관광객들로 붐빈다.

 미사 시작 성가는 255번 "하늘의 여왕" 이다.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웅장하다.  성가대는 없고 미사 주송자가 선창을 한다.  성가의  멜로디는 아는데 영어가사를 모르니 " 살베~ 살베~ 살베마리아 ~"후렴 부분만 따라 한다.  미사는 강론없이 23분만에 간단히 끝난다. 성모 승천 미사를 뉴욕 주교좌대성당에  와서 바치니 모두들 특별한 은총이 느껴지는듯 기뻐한다. 신자들은  미사가 끝난후 성당내의 기도소들을 돌며  기도를 한다. 중국 일본등 아시아 선교를 개척한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을 비롯,  소화 성녀 데레사 사진과 행적을 적은 글,  남미 인디오들을 지켜준 과달루페의 성모님, ...각지에서 모은  성인과 성녀들의 행적 소개와  기도처가 마련되어 있어 각자 하나씩 촛불을  밝히고 대희년 순례성당에서  기도를 드린다.

 성당 밖의 게시판에는 주일낮 12시 미사는 SOLEMN MASS(장엄미사) 라고 알리고 있다.  우리는 성가대이니  뉴욕 주교좌의 장엄미사를 한번 참례해 보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 성당에서 우리의 테너 김건정 빠뜨리시오는 자기 본명의 영국식 발음이  "패트릭"이라며 이후 "패트릭이라 불러줄 것"을 요청, 자신의 주보 성인을 모신 성당을 순례한 기념으로  핫도그와 콜라로 한턱 샀다.

 

       지렁이 통해  함께 사는 세상 가르치는 미국 교육

 

 이번 뉴욕 공연 여행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단원들이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쳐 이국 땅에서 힘들게 사는  교포들에게 사랑과 격려를 주고, 25년이란  갭이 있었음에도 많은 단원들이 일치하여 첫 출발할 때의 목표 한 바를  끝내 이뤄냈다는 것이  다.

 미국 여행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새삼 깨닫는 기회도 됐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 조카가 참여한  미국 써머스쿨의 교육내용을 보며  미국을 지켜 가는 힘이 무엇인가를 확인했다.

 두 개의 용기에 식물을 심어 성장을 관찰하는데   한쪽 흙 속에는  지렁이를 넣고 다른쪽은 넣지 않았다. 지렁이가 있는 포트는 그 배설물로  땅이 기름지고 지렁이의 활동으로  흙속의 공기 순환이 잘되어  식물이 잘 자란다. 지렁이를 넣지않고 키운 것은 잘 자라지 않는 것이었다.

 

    한국장모에게 신장 떼 준 미국 사위-순도높은 인간애에 축복이

 

 국제 결혼한 교포가정에서의 느낌도 감동적이었다. 오랫동안  신장 투석을 해오다가 결국 신장 이식을 해야하는  한국인 장모를 위해  미국인 사위가 신장을 제공한 것이다. 우리네 같으면 장가 잘못 갔다고 할 것 같은데 미국인 시어머니는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친정어머니와 남편 둘을 간병해야 할 며느리 입장을  염려해서  "내가 아들을 간병하러 가도 좋겠느냐"고 묻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인간 가족의  모습이었다.

 하찮은 미물까지도 함께 공존공생하며 살아가야 함을 어려서부터 가르쳐주고 , 자신을 희생해 남을 도와주며 사는 것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알고 행하며 사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 나라가  주님의 축복을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도 보다  겸손하고 친절하며  순도 높은 인간애로 충만할 때  세계의 중심 국가로 서고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대희년에 저희 모두와  엔젤 사랑에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크신 은총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뉴욕공연 여행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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