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가을이 가기전에 .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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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황동규
내 잠시 생각하는 동안에 눈이 내려 눈이 내려 생각이 끝났을 땐 눈보라 무겁게 치는 밤이었다.인적이 드문, 모 든 것이 서로 소리치는 거리를 지나며 나는 단념한 여인 처럼 눈보라처럼 웃고 있었다.
내 당신을 미워한다 하여도 그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 는 것과 마찬가지였읍니다. 당신이 나에게 바람부는 강변 을 보여주며는 나는 그곳에서 얼마든지 쓰러지는 갈대의 자세를 보여주겠읍니다.
내 꿈결처럼 사랑하던 꽃나무들이 얼어 쓰러졌을 때 나에게 왔던 그 막막함 그 해방감을 나의 것으로 받으소서 나에게는 지금 엎어진 컵 빈 물 주전자 이런것이 남아 있읍니다 그리고는 닫혀진 창 며칠내 끊임없이 흐린 날씨 이런것이 남아 있읍니다 그리곤 세명의 친구가 있어 하나는 엎어진 컵을 들고 하나는 빈 주전자를 들고 또 하나는 흐린 창 밖에 서 있읍니다 이들이 만나소서 이들에게서 잠간잠간의 내 이야기를 들으소서 이들에게서 막막함이 무엇인가는 묻지 마소서 그것은 언제나 나에게 맡기소서.
한 기억 안의 방황 한 기복 안의 죽음 눈에 오는 소금기 어젯밤에는 꿈많은 잠이 왔었다
내 결코 숨기지 않으리라 좀더 울울히 못 산 죄 있음을
깃대에 달린 깃발의 소멸을 그 우울한 바라봄, 한 짧고 어두운 청춘을 언제나 거두소서 당신의 울울한 한 적막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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