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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의 풍경, 혜화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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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란 [alinden] 쪽지 캡슐

2000-11-05 ㅣ No.1927

오늘 혜화동에 있는 가톨릭 신학대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중학교 3학년 예비신학생 학부모 모임이 있었거든요.

그곳에 가면 늘 이런 마음이 느껴집니다.

봄이면 봄의 향기가, 가을이면 가을의 서정이...

 

성당에서 잠시 성체조배가 있은 후 저희 부모들은 신학생의 안내를 받아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미사를 했습니다.

신학교 차장 신부님의 강론 말씀중에 지금 인도 캘커타에서 현장 체험을 하고 있는 신학생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자녀들의 교육과정에 꼭 필요한 것은 삶의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많은 효과를 가져오는지 모른다고 말씀하시면서 신부님께서도 그곳 인도에서 직접 겪으셨던 체험을 한 가지 소개하셨습니다.

 

그곳의 사람들은 잠시라도 다른사람의 손길이 끊어지면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아주 열악한 조건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하루는 신부님께서 그 사람들을 돌보고 계실때 어떤 모녀가  봉지에 과자를 한 사람 한 사람의 몫을 따로 싸서 가지고 와서는 그 환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답니다.

신부님께서 돌보던 그 환자도 그들이 주는 과자를 받게 되었고 그 과자는 동전 크기정도의  두 알의 과자 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환자는 자신의 몫인 두 개의 과자를 하 나는 자신이 먹고 또 다른 하나는 신부님께 주셨답니다. 신부님께서는 그 환자가 건네주는 과자를 몇 번이고 마다 했지만 그 환자는 끝내 신부님 입에 과자를 넣어 주고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씀을 들으며 그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편하게 살 수있고, 또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지만 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을 때 정말 필요로 했던 상대가 기뻐하고 웃을 수 있는 일이야 말로 참으로 값진 일이며 또 예수님의 사랑 실천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좋은 말씀을 듣고, 새로운 다짐을 하면서 신학교를 나왔습니다.

저는 저희 본당에서 함께 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혜화동 전철역을 향해 걸었습니다.

동성고등학교 정문앞을 지나 오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습니다.

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임이 이곳에서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쳐 오는데 어떤 외국인 남자가 제 옆을 지나면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고 눈을 마주쳤습니다.

저도 그 사람의 인사에 응답했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더니 라는 생각을 순간 하고 있는데 그 외국인은 또 다시 뒤 돌아 저를 보고는 저기 저 글씨가 뭐냐고 손길을 가르키며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가리키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 서울지부?’ 현수막이었습니다.

제가 그 글귀를 읽어주니 그 뜻을 알지 못해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풀이를 해서 설명을 했더니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그 외국인은 한국말을 너무 잘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말을 참 잘 하시네요. 한국에 오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라고 하니까 ’아니에요, 3년쯤 됐어요. 부산에서 살다가 서울에 온지는 얼마 안 됐어요.’ 라고 하면서 오늘 이곳에 면담을 하러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그 외국인의 말을 잘 알아 들을 수 없어서 다시 물었더니 번호표를 보여 주면서  설명해 주었지만 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 외국인은 방글라데시 사람이었고 그 사람과 저는 혜화역까지 짧은 시간동안 참 많은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

 

간혹 우리는 신문이나 언론을 통해서 또는 주보를 통해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 조금은 그들의 생활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불법체류자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불명예 스러운 이야기를 많이 들어와서 인지 저는 그 외국인 남자와의 짧은 만남에서 참 많은 연민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먼곳까지 가족을 떠나와 생활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스러울까?  그리고 얼마나 동족이 그리워 이런 장소를 물어 물어 찾아 나섰을까?

우리나라의 과거도 돌이켜 졌습니다.

 

집에 돌아와 바쁘게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도 계속 그 외국인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또 한 번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지금 우리는 이렇게 따뜻한 저녁을 가족과 함께 먹기 위해 준비 하는데 그 사람은 어떤 음식을 좋아 할까, 저녁식사는 했을까, 자꾸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우리는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어 서로 사랑해야 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학교 신부님의 강론 말씀과 오늘 저의 짧은 체험을 세상속에서 예수님처럼 살 수 있기를 저 스스로 다짐하고 기도해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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