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약현성당 게시판

보이지 않는 것

인쇄

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3-05-16 ㅣ No.1381

무지하게 공부를 못하는 중2짜리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공부를 못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부모님은 그냥 포기하기에는 미련이 너무 많았고, 이 험한 세상 대학도 안나오면 어찌살까 걱정도 되어 학원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뭐 학원에 다닌다고 갑자기 성적이 좋아지나요? 그냥 그렇게 지냈지요.

그런데 학원 선생님 중에 이 아이를 무척 이뻐해주는 선생님이 생겼어요. 아이는 신이 났지요. 그래서 그 선생님의 과목인 국어를 열심히 공부했어요. 이 아이는 이상하게도 국어만 잘하고 나머진 여전히 아주 못하는 꼴이 되어버렸어요.

 

그러다가 중간시험을 치뤘는데, 국어만 잘보고 나머진 다 꼴찌에 가까웠데요. 그래도 아이는 신이나서 학원선생님에게 시험 잘봤다고 자랑을 했어요. 선생님도 무척 기뻐해주시고, 칭찬해주셨지요.

 

그런데 시험성적표가 나오는 날.

모든 과목이 다 꼴찌에 가까운데 국어만 유달리 잘 본 아이를 이상하게 여긴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컨닝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그쳐 물었지요. "너 컨닝했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선생님은 아이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실갱이를 하고 학원에 온 아이는 그 학원선생님에게 "선생님은 제가 컨닝 안한 거 아시죠?"하면서 학교에서의 일을 억울해 했다고 합니다.

 

아! 우리 어른들은 왜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 대한 믿음이 없는 것일까요?

아이가 컨닝을 했다고 여긴 선생님은 아이와 학원선생님의 특별한 관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겠지요. 사랑과 믿음으로 이루어진 관계. 보이지 않지만 분명 우리를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우리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때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7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