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하늘에있을 사랑하는 레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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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진 [Eugine72] 쪽지 캡슐

1999-01-18 ㅣ No.51

안녕, 경진아.... 네가 우리곁을 떠나간 지 벌써 2년이란 시간이 지난거구나. 세월이란 참 야속한 것 같으면서도 살아있는 사람은 또 이렇게 살아가도록 도와준다는 생각이 들고...참 별수 없지... 어젠 저녁미사마치고 네 부모님께 인사드린다고 하다가 그만 이러저러한 사람들과 인사 나누느라 놓치고 말았단다. 많이 죄송하더라. 아니, 어쩜 그게 아직은 두분을 편하게 해드리는 건지도 모르지만... 내가 그 입장이었더라도 널 그렇게 가게 한 우릴, 적어도 원인제공이 되었다는 차원에서 그리 쉽게 받아들이진 못했을거란 생각에 두분을 대할때마다 여전히 조심스러워진다. 아직은 두분을 이해한다는 외람된 말씀을 드리기엔 세상경험도 연륜도 없는 나이기에... 내 수첩에 아직도 네 사진이 있는거 알고 있니? 글쎄..괜한 감상이라고 말들할 지 모르겠지만 그런것 때문만은 아니고 거기엔 너를 비롯한 예쁜 너희들 모습이 담겨있거든... 그건 내 20대의 대부분을 보낸 시간과 공간이 함께 있기도 하고.. 요즘엔 사실 너희들 보기도 부끄러울만치 성당을 멀리하고 있다. 일부러는 아니라도 어쨌든 할 일이 아니지. 그렇지 않아도 1년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고 있는 나로선 주일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엔 교사의 이름을 내걸고 있었어도 정말 도리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단다. 올해 아마 젤루 고민많은 한해를 보낼 네 동기 성일에게도, 그외 다른 교사들과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새로오신 신부님께도... 내 마음이 그렇지 않은데 행동이 따라주지 못해 항상 맘 아픈 날 알까..? 넌 알고 있겠지..? 물론 하느님께서도. 그냥, 네 생각이 나서 몇자 적는다는 것이 내 푸념이 되버렸구나. 눈에 볼 수 없지만 오히려 네가 가깝게 느껴진단다. 거긴 추운 겨울 같은 건 없는거냐? 천국이 마냥 좋고 따뜻하고 평화로움만 있다면 사람사는 것 같진 않을 거란 불순한 생각(??? 아니 거기 있는 사람은 산 사람이 아닌가???)을 잠깐 해보며 네 부모님 건강하시라고 기도중에 부탁드리마. 잘 지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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