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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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AngelaPark] 쪽지 캡슐

1999-10-26 ㅣ No.675

안녕하세요, 할아버지이~! 저에요, 박해동 안젤라, 이세상에서 가장 상냥하고 명랑한 예쁘니 ^^. 너무 오랜만이라구요? 헤헤... 화나신다구요? 화내지 마시고 한번만 봐주세요. 안된다구요? 아이~~~! 이번 한번만이니 잘하라구요? 그럼요!! 제가 누군데요?! 애교 백단의 동생아닙니까!! 그런데 할아버지, 활짝 웃으시니 애기같네요. 우리집에 두살박이가 있어서 잘아는데 꼭 그애 얼굴처럼 해맑고 환하시네요. (휴유, 애교 부리기 되게 힘들다...) 날씨가 갑자기 가을이네요. 겨울로 가는 길목라 그런지 저는 가을이 좋아요, 나무들의 옷들도 너무 다양해지고. 생명력이 왕성한 봄이나 여름보다 가을의 나무들이 더 예쁘고 찬란한 옷을 입으니 겸손이란 것도 또 나이가 든다는 것도 결국 시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아름다워지고 풍성해지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할아버지 요새 신문에 많이 나오시데요! 책을 내셨다고요? 제가 또 읽어봤지 뭐에요?! 시험기간이라든가 Negotiation 기간이라든가 집중으로 인해 감정이 대체로 드라이해질때 책을 못읽는데 이번에는 안그랬어요. 두권중 한권은 다읽고 (언니가 빌려 달래서 빌려줬어요, 그 책 안읽는 박시내 선생이 책을 다 빌려달래지 뭡니까?!) 지금은 '너희와 모든이를 위하여' 를 읽고 있어요. 가난한 이랑 함께 있고 싶지만 불편한 생활을 참지 못할거라며 자신을 사랑이 부족한 사람으로 한탄하신 대목에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일전에 친구가 자신의 욕심많음을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저는 그런 모습을 인식하고 괴로워 하는 이상 욕심많은 사람들 대열에서 그 친구는 용감히 뛰쳐 나온 것이라 판단했었는데 할아버지의 그런 모습은 아마 가난한 사람의 고통과 억울한 사정을 너무 잘 이해하고 느끼고 계시기 때문이 아닐까, 아직도 가난한 사람을 열심히 도우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은 부자들이기보단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요. 경제학에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란게 있잖아요? 할아버지가 대구 희망원에서 가난한 사람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삶에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일을 하시는 대신에 모든이가 더 나은 경제적 사회적 제도아래에서 살아 갈 수 있도록 힘쓰셨다는 걸 잊지 마셨으면 해요. 그건 곧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셨다는 얘기도 되니까 만일 아직까지 괴로워 하고 계신다면 그러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러실 리 없지만...) 이건 곧 제가, 잘 알지도 못하고 만나 뵌적도 없는 할아버질 너무 좋아하고 존경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니까 할아버지, 어깨에 힘을 잔뜩 넣으시란 말이에요!! 저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우리의 주님도 잘은 모르지만 비슷한 생각이시지 않을까요?! (주님, 제발 그래주세요!!!) 위로, 아주 마음을 잘 어루만지는 따뜻한 위로의 글을 쓸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잘 안되네요. 저는 지금 다시 수업에 들어가야해요. 나머지 책읽고 다시 감상문 보내드릴께요. 그럼 그때까지 이제껏 못누린 평화를 다 누리시길 빌며 안젤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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