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호칭 논쟁 나도 한마디..

인쇄

이승주 [petit] 쪽지 캡슐

1999-11-17 ㅣ No.399

우선... 처음 제기된 138번의 글을 보시기들 쉽게 연결합니다.

 

그리고 한가지만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학생들의 권위의식 (나아가서 몇몇 분이 언급하신 대로 사제들의 권위의식) 문제와 호칭문제는 연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적인 함수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학사님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반드시 권위의식, 특권의식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형, 오빠, 혹은 '신학생'하고 부른다고 해서 반드시 그런 의식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오히려 무엇이라고 부르던, 사제들이, 교사들이, 교우들이 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신원에 대한 자각이 형성된다고 봐야 합니다.

 

'님' 자가 따르는 호칭의 본질은 무엇보다도 먼저 신원부여와 그에 따른 책임의식 상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주일학교 교사가 된 청년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어깨에 힘주라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그냥 청년이 아니라 맡겨진 학생들에 대해 교리교사로서 책임을 지는 '특별한' 신원을 지니게 되었음을 자각하라는 의미에서 부르는 것입니다.

실제로 신입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처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듣게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책임감'이라고 고백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의식있는 교우들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그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그것이 그들을 되바라지게 하기보다는 더욱 조심하게 하고, 성실하게 이끌어준다는 것을 체험합니다.

 

신학생들에게 권위의식, 특권의식은 호칭때문에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신원의식을 그릇되게 심어주는 주변사람들의 '태도'에 더 깊숙히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건 당연히 학사님이 책임지고 하셔야지요.'

'학사님이 먼저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셔야지요.'

 

'감히 신학생(님)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신학생(님)은 그런 것까지 안하셔도 되요. 쉬시고 선생님들 시키세요.'

 

예가 좀 단순한데, 위의 둘은 '학사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지만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 뒤의 둘은 '신학생'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지만 비본질적인 특권의식을 조장하는 효과를 갖습니다. 효과의 원천은 말의 내용이지 호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호칭문제와 신학생들의 특권의식 형성문제를 지나치게 관련지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적인 혼란을 초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저는 오빠, 형, 이름, 세례명, 신학생, 신학생님, 학사님 모두 가능한 호칭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빠, 형, 이름, 세례명 - '사적인' 호칭

신학생, 신학생님 - '공식적인' 호칭

학사님 - '공적인' 호칭. 쯤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호칭들을 가능한한 자연스럽게 두루 사용하면서 신학생들이 사제가 되기 위한 양성과정에 있다는 신원의식을 올바로 세우고 그리스도를 닮은 '종의 모습'을 배울수 있도록 모두들 의식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6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