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2동성당 게시판

부수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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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s2j2] 쪽지 캡슐

2007-03-19 ㅣ No.4007

하느님은 부서진 것들을 사용하십니다.

 

 

'하느님은 부서진 것들을 사용하신다' 는 히브리 격언이 있습니다.

단단한 곡식이 부서져야 빵이 됩니다.

포도주도, 향수도 잘게 부서짐을 통하여 만들어집니다.

단단하고 질긴 음식도 우리의 입안에서 고르고 잘게 부서져야

소화되어 영양분이 됩니다.

 

 

사람도 원숙한 인격과 신앙을 갖추려면

반드시 부서지는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부서짐의 크기가 성숙의 크기이기 때문입니다.

 

 

대장간의 대장장이는 일상적인 연장을 만들기 위하여

달구어진 쇠를 적당히 두들겨댑니다.

그러나 특별하고 귀한 도구를 만들기 위하여는

구슬땀을 흘려 가며 한나절 이상 두드리고 또 두들겨댑니다.

 

대장장이의 두들김 소리는 우리를 향하신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나는 날마다 죽노라" 했습니다.

하루만 죽어서는 안 됩니다.

한번만 죽어서도 안 됩니다.

한번만 깨어져서는 안 됩니다.

한번만 부서져서도 안 됩니다.

날마다 순간마다 주님 때문에,

주님을 위하여, 주님과 함께

죽고, 부서지고, 깨어져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힘들고 고단한 이유는

우리의 고백이 '나는 날마다 사노라'이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왜, 불쑥 불쑥 피가 거꾸로 솟나요?

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미움이 일어나나요?

왜, 주체할 수 없는 원망과 짜증으로 시달리나요?

왜, 견딜 수 없는 답답함과 절망감으로 우울해지는가요?

 

덜 죽어서 그렇습니다.

덜 깨어져서 그렇습니다.

덜 부서져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소망이 있습니다.

부서지게 하심은 쓰시기 위함이며,

깨어지게 하심은 성숙하게 함이며

죽으라 하심은 살리시기 위함이며

비참하고 초라하게 하심은

그만큼 '내가 너를 사랑한다.' 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하느님도 '너무 하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그만 좀 부수고 때리셔도 되지 않느냐고?'

저항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 하심'의 때는 하느님이 정하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특별 대우하시고 특별하게 사랑하신다' 하시면서

종종 발가벗겨 광화문 네거리에 서 있게 하십니다.

 

 

그렇게 비참하고 초라하게 하심은

 

똑바로 살게 하기 위하심입니다.

똑바로 걷게 하기 위하심입니다.

똑바로 보게 하기 위하심입니다.

똑바로 알게 하기 위하심입니다.

 

 

* 인터넷 모 카페에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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