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골 자유 게시판

짝사랑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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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성 [greenbee] 쪽지 캡슐

2000-06-02 ㅣ No.813

부제. 18년간의 짝사랑이야기.

 

 

철민은 눈치 못 채게 현주를 자주 쳐다보곤 했다. 어린 소년이 사랑이라고 느낄 리는 없겠

지만 철민은 현주에게 관심이 많았다.. 철민은 현주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

나 그러면 그럴수록 현주에게 다가가기를 어려워했다.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 졌다. 거

기에 편을 갈라 아이들을 대하는 담임도 한 몫을 했다.

담임은 현주가 속한 아이들에게는 아주 관대하고 친하게 대했으나 철민이에게는 그러지 않

았다.

한 번은 반장과 같이 지각을 했었다. 둘은 교단 앞에서 담임에게 꾸중을 들었다.

"현철이 왜 늦었어? 옷차림이 뭐야. 뛰어 왔나 보네."

담임은 실실 웃으며 현철이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현철이의 티셔츠가 혁대를 삐져 나와 있

었다. 철민이는 뛰어 오다 돌에 걸려 넘어져 무릎팍에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담임은 현

철이의 셔츠를 바로 잡아 혁대 안으로 넣어 주었지만 철민이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반장이 되어 가지고 지각하면 되겠어? 아버지가 차 안 태워 주었어? 반장이라도 지각을 했

으니까 손 바닥 내."

그리고 손바닥을 지휘봉으로 가볍게 두 대를 내리 쳤다. 철민은 그 모습을 멀뚱히 지켜보고

좀 무안해 했다.

"너는 왜 손바닥을 안 펴고 있는거야?"

분명 철민이 자신이 생각해도 아까 보다는 쌔게 내리 친 것 같았다. 그래도 아픈 표정은 짓

지 않고 얼굴이 밝다.

"반장 앞으로 지각하지마. 둘 다 들어가."

반장은 철민이 분단의 제일 뒷줄에 앉는다. 먼저 들어간 반장에게 현주가 안스럽게 아프냐

고 물어 보는 것을 보며 철민은 어린 마음에 열등감과 함께 질투심을 느꼈다.

"안 아프냐?"

"아프지 임마."

짝꿍인 동엽의 말을 받아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고는 철민은 자리에 앉았다.

"교무실 갔다 올 동안 일 교시 수업 준비하고 있어."

담임이 교실 밖으로 나가자 교실은 소곤거리는 소리들로 산만해 졌다.

"얘."

지윤이가 뒤에서 조용히 철민이를 불렀다. 하지만 철민이는 들은 척을 하지 않았다. 자신을

부르는 지도 몰랐다.

"얘. 김철민."

"응?"

철민이는 고개를 돌렸다. 아직 친하지 않은 여자애가 자기를 부르자 어색했나 보다.

"안 아프니?"

지윤의 물음에 철민은 늘 하던 대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맞았는데 안 아프겠냐?"

"그게 아니라 너 들어 올 때 봤는데 무릎에서 피나나 봐."

철민이는 무릎이 아팠지만 피가 나는 줄은 몰랐다. 지윤이의 말에 무릎을 보니 새어 나온

피로 옷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에이. 어쩐지 아프더라."

철민은 다친 다리를 책상 밖으로 꺼내 바지를 걷었다. 바지를 걷어 보니 무릎의 표피가 삼

센티 가량 벗겨져 있다. 그래도 철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다.

"어머, 많이 다쳤네. 안 아프니?"

"니가 다쳤냐?"

지윤이는 급히 휴지를 꺼내 철민에게 주었다.

"이걸로 닦아."

"그래. 고맙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철민은 지윤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주는 휴지만 받았다.

 

지윤이도 철민이 보다 키가 컸다. 어릴때는 여자들의 성장이 빠르다. 국민학교때는 여학생의

평균키가 남학생의 평균 키보다 많게는 4-5센티 미터 정도 크다. 지윤이가 철민이 보다 사

센티가 더 컸다. 그럼 현주라는 아이는 철민이 보다 얼마나 더 컸을까? 어림잡아 철민이가

현주 근처를 지나칠 때 살펴 보면 한 십센티 차이는 나는 것 같다. 지윤이는 예쁘기는 했지

만 다소 피부가 까맣다.

철민이는 지윤이에게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현주와 친한 것을 보고 지금까지 여학생들을

대한 것과는 다르게 친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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