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성 요셉 - 한 알의 밀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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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묵 [ysm] 쪽지 캡슐

2005-03-08 ㅣ No.367


3월은 구세주 예수님을 기르신 아버지이며 성모 마리아의 배필이신 성 요셉을 기억하는 ‘성요셉 성월’(聖月)입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구세사에서 성모 마리아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구세주를 잉태하리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전갈에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8)라는 성모님의 순종의 응답이 있었기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응답이 실현되는 데에 요셉 성인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는 수가 많습니다.

요셉은 자신과 정혼한 마리아가 함께 살기 전에 잉태한 것을 알고 파혼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꿈에 그 아기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됐다는 천사의 말을 듣고 파혼하려는 생각을 거두어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입니다(마태 1,19-25). 그렇지 않았다면 마리아는 율법대로 돌로 쳐 죽이는 무서운 벌을 받아야 했을 것입니다. 요셉의 역할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지요. 마리아가 예수를 낳은 직후 꿈에 천사가 나타나서 헤로데가 아기를 죽이려 한다고 일러주자 요셉은 즉시 일어나 그 밤으로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합니다(마태 2,13-15). 이렇게 요셉의 묵묵한 보호와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성모님은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낳고 기르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요셉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란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비록 천사의 명령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낳지 않은 아이를 키운다함은 인간적으로 볼 때 수용하기가 지극히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쩌면 요셉은 며칠 동안 잠도 못자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요셉 성인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면서도 마리아와 예수를 돌보는 희생이 있었기에 구세주께서 태어나고 자라나서 인간을 구원하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는 예수님의 말씀이 성 요셉의 생애에도 해당된다고 하겠습니다.

요셉은 가정과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겸손한 인물이었습니다. 요셉이 살던 당시의 이스라엘은 지독한 가부장적 사회였습니다. 남편은 사소한 이유로도 이혼장 한 장 써주고 아내를 얼마든지 내치고 버릴 수 있었고, 학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오해를 받을 만한 부인과 자식을 위하여 용감하게 자신을 낮춘 요셉의 겸손한 태도는 2천년의 세월을 넘어서 우리 마음에도 울림이 되어 다가옵니다. 우리에게는 공동체보다는 자신을, 가족보다는 제 한 몸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경향에 매우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소소한 가족 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못견뎌하고, 상처 받았다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 철없는 어린애처럼 매사를 포기하고 싶어질 때, 아내와 가족에 대한 요셉의 겸손과 헌신을 떠올리며 자신을 추슬렀으면 좋겠습니다. /손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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