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1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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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7-02 ㅣ No.924

연중 제13주일(가해. 2002. 6. 30)

                                           제1독서 : 2열왕 4, 8∼11. 14∼16a

                                           제2독서 : 로마 6, 3∼4. 8∼11

                                           복   음 : 마태 10, 37 ∼ 4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청주에 사는 청년이 장터에 나갔다가 돈주머니를 주웠습니다.  거기엔 삼백 냥의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청년은 주인에게 돈을 찾아주고 싶었으나 복잡한 장터에서 주인을 찾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청년은 돈주머니를 들고 그 자리에 서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주인이 나타날 것으로 믿었습니다.  이윽고 한 남자가 나귀를 끌고 땅을 보며 두리번거리다가 실망하는 얼굴을 하며 지나갔습니다.  청년은 그 남자에게 다가가 무엇을 찾느냐고 물었습니다.  '삼백 냥이 든 돈주머니를 잃었다오.'  남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청년은 슬그머니 돈주머니를 건네주었습니다.  그 남자는 150냥은 주겠다고 했지만 청년은 '제가 욕심이 있었다면 통째로 가졌을 것입니다.  염려말고 귀한 곳에 쓰세요'라고 말하며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이 청년이 독립선언서의 주창자인 손병희 선생님입니다.

 

  가끔 삶의 자리에서 한 걸음 물러나 사람들을 보면 정말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남보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좀더 나은 생을 찾으려고 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누구도 쉽게 만족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세상은 모두 일확천금을 노리고, 공짜를 바라고 대번에 열 걸음을 가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얻는 것은 가짜이고 허상입니다.  금방 무너지고 마는 모래성입니다.  하늘은 거짓된 것을 결코 오랫동안 허용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쫓고 있는 마음 한 구석에 남을 위해 내어 주는 여유 있는 공간이 있을까? 하는 어리석은 질문을 해봅니다.  많은 것을 얻으려는 욕심보다는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며 사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한 부유한 여인이 나그네와 같은 엘리사 예언자를 극진히 대접하는 내용이 소개됩니다.  아마 진정으로 하느님을 믿고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은 이 여인처럼 인간적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조건 없이 이웃을 내 몸 같이 받아들이며 사랑을 실천할 때 풍요로운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누가 우리의 이웃일까요?  이 질문에 아마 여러분은 "나와 함께 지내고 있는 남편이나 아내와 자녀가 제일 가까운 이웃입니다"라고 답을 하시겠지요.  그 말은 맞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부모나 자식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보잘것없는 사람 중 하나에게 해 준 것이 곧 당신에게 해 드린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누가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입니까?  누가 가장 불쌍한 사람입니까?  그 사람은 바로 내가 지금 무시하고 외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세상 어떤 사람보다 그 사람에게 잘해 주는 것이 하느님을 대접해 드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모습입니다.  인간적인 감정이나 소유욕과 집착을 벗어버려야만 주님께서 주고자 하는 것을 얻을 것이고,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도 덤으로 받을 수 있음을 오늘 복음은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믿으며 그리스도인이 된 우리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우리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실천함으로써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여러분도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죽어서 죄의 권세를 벗어나 그와 함께 하느님을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인으로써 하느님의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자신의 욕망과 욕심을 이루기 위해 다른 이들을 힘들게 하기보다는 한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생활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돈을 주웠으면서도 그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기다려주고 돌려주면서도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손병희 선생님의 모습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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