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강 신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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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yh1224kr] 쪽지 캡슐

2003-03-02 ㅣ No.4597

             강 신부님께...

 

 

    * 해거리 *

                       - 박노해 -

 

 

그해 가을이 다습게 익어 가도

우리집 감나무는 허전했다

이웃집엔 발갛게 익은 감들이

가지가 휘어질 듯 탐스러운데...

 

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

왜...우리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당가

응...’해거리’하는 중이란다

감나무도 산 목숨이어서

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부러서

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

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

해거리할 땐 위를 쳐다보지 말고

발 아래를 지켜봐야 하는 법이란다

 

그해 가을이 다 가도록 나는

위를 쳐다보며 더는 징징대지 않았다

땅속의 뿌리가 들으라고 나무 밑에 엎드려서

나무야 심내라 나무야 심내라

땅심아 들어라 땅심아 들어라

배고픈 만큼 소리치곤했다.

 

 

 

 

안식년에 들어가시는 강 신부님께...

본당 신자는 아니지만 이렇게 외쳐 드리고 싶어요

"신부님 힘내세요" 강 신부님 힘내세요"

라고...

 

 

94년 6/29일자 ’평화음악실’ 테잎엔...

나직한 강 신부님 목소리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이 녹음 되어있네요

신신우신, 평화음악실 애청자였었구요

신부님 목소리 많이 좋아했었습니다

언제 다시 들을 기회가 있을런지요....

 

 

 

강 신부님....

 

건강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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