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7월 8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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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7-10 ㅣ No.118

08:00 - 계단공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힘겹게 진행된다.

      공사업체들은 한결같이 "어떤 번잡한 도로변에서 공사하는 것보다 힘들다"고

      한 마디씩 한다. 가끔은 찌증섞인 말로 항의 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것이다.

      조금 공사를 하려하면 시위대들이 몰려오고, 잠시 주춤해 공사를 하려하면 비가 오고,

      날씨가 괜찮아 시작하려하면 왠 차량들과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도 다니고, 또 공사 중

      통행차단기를 설치하면 어느새 들어와 족적을 남기고...............................

      못해 먹겠다는 것이다. 달래기도 하고, 같이 화도 내보고, 같이 한숨을 쉬기도 하고,

      보다못해 손수 작업복을 입고 작업도 같이 해보고 해도 도통 진척이 없더니, 그래도

      이제 뼈대가 완성됐으니 한시름이 놓인다. 언덕에 바른 시멘트가 마르는 즉시 계단에는

      콜타르를 바른다. 그러면 이제 80% 정도의 공정을 이루는 샘이다. 그러기 위해 4개

      업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협조를 이루어야 한다. 계단 돌 작업을 하는 업체는 신속하게

      테두리를 마감해야 하고, 콜타르를 바르는 업체는 마감처리에 맞물려 굳기전 뿌려야

      하고, 또한 이 작업에 지장을 주지않으면서 언덕의 시멘트를 양생시켜야 하고, 또한

      승압전기공사 팀은 언덕의 시멘트가 부서지지않게 맨홀을 만들어야 하고..........

      이거야 완전히 군작전을 방불케 한다.

 

10:00 - "반민주적 대학정책의 전면 개혁을 위한 전국교수연대회의" 소속 교수 4명이 찾는다.

      오늘 2시부터 1시간 가량 명동성당에서 시위를 하겠으니 협조바란다는 것이다. 이거

      정말 야단이다. 성당의 사정을 설명했지만 지금 장소를 변경하기란 여럽다는 것이다.

      또한 "부산, 울산 국.사림대학교 교수협의회 지역연합회" 소속 교수들은 10여대의

      대형 버스로 이미 출방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없다. 언덕 입구에서 하는 수

      밖에, 4명의 교수들과 함께 언덕을 내려가 단상으로 쓸 타이탄을 입구에 놓고, 그

      좌.우로 스피커를 설치하고, 차도와 인도를 통제하는 수 밖에 없으며, 대형버스 10여대

      는 아무리 생각해도 성당마당에 주차하기가 불가능 하니 중부경찰서에 협조를 의뢰해서

      남산에 주차시킨 후, 정부종합청사에서 마무리 집회를 가진 후, 승차하여 떠나면 되겠

      다고 설명했고, 그렇게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급히 중부서 정보과 형사반장을 찾아 협조를 구하니 기꺼이 도와주겠다며 발벗고

      나섰다. 남산일대는 남대문서 관할이기에 협조를 구해 놓겠다고 말한다.

      아무런 무리가 없어야 할텐데.......

 

11:00 - 조폐공사 노조와 지하철 노조 등 공공연맹 노조가 마무리 집회를 위해 명동성당으로

      집결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우아~~~, 이건 또 어쩐다. 급히 지하철 대외협력국장의

      손전화번호를 찾아 성당의 현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언덕으로는 올라올 수 없다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서로의 친분이 생겨서 일까? 잘 알겠다며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그 밖의 조치들은 중부서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하고는 다시 중부서로 전화를 걸어

      정보과장을 찾았다. 정보과장도 명동파출소와 협력해서 차량을 우회시키고 성당 언덕

      입구 차도를 통제하겠다고 말한다. 조금 후에 성당입구에서 보자고 한 후, 언덕공사

      인부들에게로 달려가 상황을 설명하고 조취를 취했다.

 

13:00 - 붉은 깃발들을 앞세우고 공공연맹 산하 노조원 500여명이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차도를 행진해 오고, 명동파출소 경찰들은 차량을 통제해 우회시키면서 성당언덕

      초입에 줄지어 앉아 마무리 집회를 시작했다. 오늘의 집회는 "지난번 대통령과

      민노총, 한노총 대표와의 면담 결과에 대한 조취촉구"이다.

        6개월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렇게 노조와 중부서와 성당의 긴밀한 사전

      연락으로 피해를 극소화 시키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며 시위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들도 많이 양보하고, 중부서도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이보다도 정치권도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되어 국민들이 서로 힘들게

      이런 일을 하지않았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언제나 떠나지 않는다.

        언덕 초입에서 지난 4월 천막농성에 돌입했던 지하철 노조원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묻고 악수를 하고.... 그래도 그간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1시간 여의 정리집회는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성모동산에서는 부산지역 지하철

      노조원들의 점심식사가 시작되고, 향린교회에서는 공공연맹 지도부가 보여 마무리

      정리를 하기 위해 해산했다.

 

14:20 - 뒤를 이어 전국교수연대회의 소속 교수들 300여명이 "BK21, 반민주적 대학정책의

      전면 개혁을 위한 제2차 전국 교수대회"가 시작되었다. 어떤 교수는 이런 시위가

      처음이라며, "4.19 이후 교수들이 거리로 나온것은 처음"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서 일까? 그래도 애쓰며 질서를 유지하려 노력하지만 노조원들이 빠진 후, 차량들

      이 갑자기 몰려들고 기자들과 시민들이 뒤 엉켜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중부서 정보과 형사반장을 급히 찾았다. 교수연대회의 대표를 찾아 질서를 유지를

      부탁하려다, 오히려 당황할까봐(처음하는 시위라 질서유지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차라리 반장에게 말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반장님! 아까 공공연맹에게 했던 것처럼 차량들을 우회시켜야죠."

      "아까 대표교수님에게 차량들이 빠져나가도록 대열을 정비하라고 말씀드렸는데...."

      "하지만 처음하는 시위인데 그렇게 되겠어요. 반장님이 힘좀 쓰세요."

      난처해 하면서도 급히 나가 차량들을 우회시킨다. 반장님은 반장님이다. 참 좋은 분!

      교수님들도 반장님이 흘리는, 정보과장님이 흘리는, 명동파출소 경찰들이 흘리는 땀을

      이해하실까?하는 생각이 들어 빙그래 미소가 지어진다.

        거의 16:00까지 계속되는 진행상황들이 모두를 지치게 한다. 글치만 어쩌겠는가?

      모두 정부종합청사를 향해 가두행진에 돌입하면서 명동성당 언덕은 다시 질서를 찾고

      공사에 몰두하게 되었다.(첨부참조)

      

        하느님!

      휴~~~, 그래도 정리가 되었네요!

      모두들 참 많이 양보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죠?

      근데, 정치권은 언제쯤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국민들의 아픔을 함께 생각하고, 그 아픔들을 어떻하면 치유할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모습은 언제쯤일까요?

      기다려 보라구요? 기도 할께요. 도와주세요.  

첨부파일: 교수.rtf(11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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