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이것만은 얘기 안하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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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3-22 ㅣ No.229

찬미예수님, 원구님의 부르는 소리에 그의 마스크보다는 유정현을 연상케하는 목소리쪽을 떠올리며 글을 올립니다. 불러주니 마음이 약해져서 그만 우리 가족의 비정함을 폭로하렵니다. 흑흑--;; 며칠전, 제 생일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생일을 앞둔 불과 삼일전... 우리집 저녁 메뉴중 미역국이 올라왔더군요. 내가 주부라면 곧 있을 딸내미의 생일날 끓일 미역국을 코앞에 올리지는 않을겁니다. 즉, 우리 엄마는 그때까지도 제 생일 같은건 안중에도 없으셨던거지요. 그리고 다음날 착하기도한 내 동생은 월급을 받았다며 '언니가 좋아하는 쉬폰케익 사줄까?'하고 물었습니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그 인간도 언니 생일을 잊고 있었던거지요. 케익은 뒤늦게 동생이 알아차려서가 아니라 매진되고 없어서 다행히 못먹고 넘어갔지요. (전 이틀 후를 기약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답니다.) 생일 전날, 세번째 조카가 태어났습니다. 건방지게시리 이모 생일을 하루 앞질러 나와서 김을 '쏴아~ㄱ'빼놓은 것입니다. 걘 태어남과 동시에 저한테 찍혔습니다.--; 드디어 생일! 엄마가 큰언니 산후조리 가셔서 혼자서 밥하고 아버지 저녁 차려 드리고 찬밥 먹는 서글픈 날이었습니다. 해외 출장갔다 돌아온 막내까지 동생 둘은 외간남자와 커피까지 마시고 맨손으로 들어왔더군요. 그리곤 뒤늦게 알아차린 막내는 열쇠고리를 내밀며 생일선물이라고, 잊지 않았다는 걸 알리려는 수작을 부리더군요. 열쇠고리는 솔직히 제주도에만 다녀와도 예의상 주는거 아닌가요? 그날밤 저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사다둔 와인을 홀짝거리다가 잤습니다. 다음날, 강적이 나타나셨습니다. 아버지가 다음날도 오밤중에... '너, 어제 생일이었다며? 어쩌냐, 엄마도 없이 지나가서...' 하고 쓰윽 그러나 잽싸게 방으로 사라지셨습니다. 누군가 자신이 아주 훌륭하다고 믿는 사람이 쓴 글에서 세상의 어느 관계에서든 받고싶은 것을 먼저 베풀라고해서 얼마나 열심히 베풀었는지 모르는데 다 '허당'입니다. 가족들이 이 지경이니 나머지는 언급 안하는 것이 죄를 덜 짓는 길이지요.T-T 혹자는 저의 무능을 비난할테고 심지어 놀리고 싶겠지요? 오늘의 교훈은 '정'은 주지도 말고 기대도 말고 혼자 살다가 혼자 가자는 처절한 다짐입니다. 추신1 : 위의 사건은 요즘의 제 우울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추신2 : 이제 진짜로 무지하게 바빠서 당분간 못들를 지도 모릅니다. 내일의 탱고 공연이 저를 침튀게 만든다면 모를까...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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