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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 부·학력 세습의 우리 자화상?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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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자 [veronicagain] 쪽지 캡슐

2009-01-21 ㅣ No.9101

‘꽃남’, 부·학력 세습의 우리 자화상?

마이데일리 | 기사입력 2009.01.21 08:55 | 최종수정 2009.01.21 13:51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우리의 도전과제는 새로울 수 있고, 그래서 이를 극복하는 도구도 새로울 수 있지만 우리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치는 근면과 정직, 용기와 공명정대한 행동, 인내와 호기심, 충성심과 애국심이라는 오래된 가치다. 이들 가치는 우리 역사를 통해 발전의 조용한 동력이었던 만큼 이제 이 같은 가치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신임 대통령은 20일(미 동부시각)정오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제44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한 직후 행한 취임 연설의 일부이다.

이 연설을 들으며 떠오르는 것은 우리 안방에서 보여 지고 있는 한 드라마다. 바로 10~20대에게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KBS월화 드라마 '꽃보다 남자'다.

그야말로 오바마 취임연설에서 강조했던 성공을 좌우하는 가치들은 이 드라마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부의 세습과 학력의 세습으로 사랑도 얻고 세상 모든 것을 누리는 자의 화려한 일면만이 보여질 뿐이다.

'꽃보다 남자'는 언제나 젊음이고 싶은 이들을 위한 '하이 판타지 로망스'라는 기획의도와 장르에 대한 제작진의 규정이다. '꽃보다 남자'는 일본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대만과 일본에서 각각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일본에선 애니메이션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부와 가문, 외모를 모두 갖춘 네 명의 고교생 F4와 가난하지만 착하고 발랄한 천방지축 세탁소집 딸이 귀족학교에서 만나면서 이들이 일궈내는 사랑과 우정을 다룬 드라마다. 무대는 대한민국 1%자녀들만의 사립재단 신화고교로 이곳은 최상류층만을 위한 학교로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완비돼 한번 실력을 갖고 있어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한다.

신화그룹 회장 아들 준표(이민호)는 좋아하는 여자를 차지하기위해 백화점 손님을 모두 내쫓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선물을 하는 것을 비롯해 전직 대통령의 손자 지후(김현중), 도예가의 예술명문가의 차남으로 천재 도예가인 이정(김범), 신흥부동산 일심건설 후계자 우빈(김준)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 F4다.

이 드라마는 분명 판타지다. 현실과 약간은 동떨어진 것들을 소재로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판타지.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우리의 일그러진 현실의 자화상을 보는 듯 하다. 본인의 능력과 실력과 상관없이 부를 세습하며 온갖 것을 누리는 우리의 현실의 한 단면을 판타지라는 장르를 표방한'꽃보다 남자'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코리아 리서치가 조사한 '부자들이 부자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부모를 잘 만나서'(31.3%)라는 대답이 1위를 차지했고 투자를 잘해서(28.3%),끊임없는 자신의 노력(22.7%)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설문조사는 우리사회에서 자신의 노력보다는 부의 세습이 부자를 만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신화학원으로 대변되는 학력의 세습화도 이제 우리 현실에 잘 드러나고 있다. 서울대 입학생의 부모의 학력에 대한 설문조사를 비롯한 각종 데이터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이 옛말이 된 것도 학력의 세습이라는 우리 현실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인 '꽃보다 남자'의 극단의 양극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 현실에 양극화와 많이 닮아 있다는 점도 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씁쓸한 여운을 남기게 한다.

오바마가 취임연설에서 강조했던 성공의 중요한 가치가 근면과 정직, 용기와 공명정대한 행동, 인내와 호기심이 진정한 가치로 여겨지고 우리 사회에 힘을 발휘할 때 양극화, 부와 학력의 세습으로 인한 부작용은 최소할 것이고 '꽃보다 남자'를 그냥 현실과 무관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꽃보다 남자'는 판타지이지만 우리의 일그러진 한단면을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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