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 꽃동네에 거주하던 분들 중에서 배 영희란 이름의 시인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20년이 넘게 전신불구자로 있다가 2001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아무것도 아는 것 없고, 건강조차 없는 작은 몸이지만, 나는 행복합니다.
세상에서 지을 수 있는 죄악, 피해 갈 수 있도록 이 몸 묶어 주시고, 외롭지 않도록 당신 느낌 주시니,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세 가지 남은 것은 천상을 위해서만 쓰여 질 것입니다. 그래서 소담스레 웃을 수 있는 여유는 그런 사랑에 쓰여진 때문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20년간 전신 불구자로 누워서 하루 종일 남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아왔던 분이 자신은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지 육신 멀쩡한 우리는 얼마나 더 행복해야 할까요? 하지만 그렇지 못하니 부끄러울 뿐입니다.
물론 배영희님도 처음부터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끝 간데 모르는 절망 속을 헤매다가 하느님의 은총과 빛 안에서 이런 행복을 얻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은총과 빛이 선사되기를 기도해봅니다. 그래서 스스로 만든, 혹은 남이 파 놓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와 그분의 은총과 빛 안에서 '난 행복합니다'고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손희송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