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우리형(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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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균 [janggyoun] 쪽지 캡슐

2000-03-24 ㅣ No.1100

***************우리형*****************

월말의은행창구는참붐빈다

오늘은 선명회후원아동에게 후원금을부치는날이다.그동안은 자동이체로 후원금을냈었는데 지난달에 자동이체에서 지로로바꿨다.대기표를받고서 북적대는 사람들을 물꾸러미 바라보며

조금은 지루한시간을보내고있다.물론 자동이체가 편하긴하지만....형도 나처럼이렇게지루해

했을까? 아마 아닐것같다.오늘에서야 나는 왜 형이그손쉬운이채로하지않고그렇게고집스럽게  한달마다 꼬박꼬박 지로용지를 썼었는지 형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우리형은 언청이였다 어려운 말로는 구개열이라고도 하는데 입천장이 벌어져서태어나는선천

성 기형의 한종류였다. 세상에 태어난형을 처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어머니의 젖꼭지가 아니라 차가운 주사바늘이었다. 형은 태어나자마자 수술을받아야했고 남들은 그리쉽게무는

어머니의 젖꼭지도 태어나고 몇날며칠이나 지난후에야 물수있었다.   형의어렸을때 별명은 방귀신이었다 허구헌날 밖에도 안나오고 방에서만 시간을 보냈기때문이었다. 하기는밖에나와봐야 동네아이들의 놀림감이나 되기 일쑤였으니 나롯서는 차라리 그런형이 집안에만 있어주는게 고맙기도했다. 나는 그런형이 챙피했다 어린마음에도 그런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부그럽게 느껴졌다.  형은국민하교입학하기전에두번째수술을받았다.비록어렸을때였으나 수술실로 형을들여보내고 나서 수술실밖 의자에 꼼짝않고 앉아 기도드리던 어머니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

다 형을 위해서 그렇게 간절한 기도를올리고 있는어머니를보니 은근히형에대한 질투심이

들었다 어머님이 그렇게 기도드리던 그 순간만큼은 저안에서 수술받고있는 사람이 형이

아니라 나였으면 바랬던 것같다. 어머니는 솔직히 형을더좋아했다. 가끔씩 자식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속에서 항상 형은 착하고 순한 아이였고 나는 어쩔수없는

장난꾸러기였다."그네를 태우면 형은 즐겁게 잘 탔었는데 너는 울고 제자리에서 빙빙돌다가

넘어지고 그랬지......" 형은 나보다 한해 먼저 국민학교에 입학했다.수술자국을 숨기기

위해 아침마다 어머니는 하얀 반창고를 형의입술위에다 붙여주시고는했다. 나같으면 그꼴을

하고서는 창피해서 학교에 못갈텐데 형은 아무소리도않고 매일 아침등교길에 올랐다 형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는 잘몰랐지만 아마고생께나 하고있었던 것 같았다.

언제부턴가 형에게는 말을 더듬는버릇이생기고있었다.나는그런형을 걱정해주기는 커녕 말할

때마다 버벅거린다고 "버버리"라고 놀리고 그랬다 형이라는 말대신 버버리라고불렀고 그 말이 참 재미있는 말로생각되었다 어머니가 있는자리에서는 무서워서 감히 버버리란 말을

못했지만 형하구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는 항상 버버라버버라 이렇게 부르곤했다

형은공부를잘했다 항상반에서 일등을 하였다 비록 한학년 차이가나긴했지만 형의성적표는

나보다 항상 조금더 잘나오곤 했다. 어쩌면 그런 형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에서 더 그런

말을 쓰고 했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형이 어머니에게 무진장매맞은적이 있었다 내가초등학교2학년때였다 그때 나는한참

만화와오락에 빠져있었는데 항상 용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매일밤 어머니의지갑에서 오천원

이나 훔쳐서(그 옛날 오천원은 참 큰돈이었다) 텔레비젼 위에 덮개밑에 숨겨두었는데 그게 아침에 발각이 되고말았다 어머니는 나를 당연히 의심했다. 어머니는 무서운 분이었다

게다가그며칠전부터 돈문제로 고민하고 계셨던 어머니였던지라 두려운마음에 나는철저하게

잡아뗐다. 다음에 어머니는 형을 추궁했다 형은 처음에는 무슨영문인지 몰라했다

찰라의 순간이었지만 나는 염치없게도 형의 대답에 한가닥희망을걸고 그위기를 빠져나오기

를 기대하고 있었다.그런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형은 어머니에게잘못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믿었던 형이었기에 더욱더화가 나셨고 나는죽도록 어머니에게 매맞고 있던 형을 바라보고있을수밖에 없었다 형이 그렇게 매를맞는모습을보니 철없었던 내 마음에도형에게

그렇게 미안할수가없었다. 어머니가 방을 나가버리고서 방 한구석에 엎드려 있던 형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 형은 숨조차고르게쉬지못하고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고 있었다

그후 얼마동안은 형에게 버버리라는말도 안하고 고분고분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동네에서 젤루쌈잘하던 깡패같은녀석이 형을괴롭히고있는 것을보았다 그녀석은 형하구

나이가 똑같았는데 질나쁘기로 소문난녀석이었다 나는 형에게빚진것도있던만큼 형을위해서 그자식과싸웠다 싸우다보니 그 녀석의 코에서 피가흐르고있었다 원래 애들싸움은 먼저코피

나는쪽이 지는것인지라 나는 기세등등하게 그녀석을 몰아부치기 시작했는데 형이갑자기 나를말리는것이었다. 나는한참싸움이 재미있던판에 형이끼어들자화가버럭났다. 하지만 지은게 있던지라 아무말하지않고 물러서고말았다 그런데,웬일인지 그후로는 그깡패녀석과 형이 아주친해지기시작했다  형은 사람을 아주편하게해주는구석이있었다.사실나는 형의그런

면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 면 때문에 내가 어머니한테 귀여움을더뭇받고있었다고 생각

했기때문이었다 형과 그깡패녀석의 집에 놀러간적이있었는데 그 녀석의 장롱밑에서 담배갑을꺼내더니 형하고 나한데권하는것이었다. 그때 담배라는걸 처음피워보았다. 형과 나는 콜록콜록대며 피웠는데 그걸본 그깡패자식이좋아라웃던기억이난다. 형은국민학교5학

년때세번째수술을받았다. 그후로는 입술위에반창고붙이는짓은 그만두게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말더듬는 버릇은 잘고쳐지지않았다 언제부턴가 나는다시형에게 버버리란말을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TV에서"언청이"란 말을 처음듣게되었다.처음에는 그말이무슨뜻인지

잘몰랐는데 얼마후에 그말이 바로 우리형과같은 사람을뜻하는것이라는걸알게되었다 나는그런희귀한단어를알게된게 참신기했다 그리고 며칠후 형에게 버버리대신 언청이라는

말을썼다. 그말을들은형은마치오래전부터 그말을알고있었던것처럼 담담한표정으로 듣고

있더니 내 머리에 꿀밤을먹이면서"그 말을 이제 알았구나?"하며웃어주었다. 웬지 그런형에게 조금은 미안한마음이들어형에게 다시는언청이라는 말을쓰지않았다.그러고보면

나도그렇게 나쁜놈은 아니었나보다.  

내가초등학교5학년다닐적 어버이날이었다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어머니가 방안에

서 소리없이울고계시는모습을보았다 무슨편지같은걸 읽으시면서 울고계셨다 어머니는잠시후

그편지를 어느초라하게생긴 핸드백안에넣으셨다 나는어머니가 방을나가신후 그 핸드백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조금빛바랜 편지봉투부터 쓴지얼마안되어보이는편지까지 있었다

형이 매해 어버이날마다 썼던 편지를 어머니는 그렇게 모아놓고 계셨던 것이었다 편지내용을읽어보고는 왜그렇게 어머니가형을 사랑하고 형에게 집착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형처럼 태어났다면 나는그를 그렇게 낳은부모를 원망하고 미워했을때텐데

형은그반대였다 오히려 자기가 그렇게태어남으로해서 걱정하고마음아파하셨을 어머니에게

용서를 빌고도 위로하고있었다. 어느덧 한해가 또 지나가고 형은 중학교에입학하게되었다

그다음해나도 중학교에올라갔는데 한집에서 살고 있음에도 형과나는다른학교를배정받았다

형은 중학교에올라가서도 항상1등을했다 나도공부를꽤 잘하는편이었는데 항상형보다는조금

못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형이 일기를쓰고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가끔식형의 일기를

훔쳐보곤했는데 형은시인이었던것 같다. 형이지은시는 이해하기가 참쉬었다 교과사에 실린

시들처럼 복잡한 비유나 은유같은 것도없었고 아무리무식한사람이 읽어도 무슨뜻인지 알수있는그런 시를많이썼다. 그런데 읽고있으면 나도모르게 눈물한방울이 맴도는그런시들이

었다 . 나는 형이썼던 시들을 참 좋아했다. 형의 영향으로 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쌍

밤" 이라는 문학써클에 가입하게 되었다.연합서클이라 여학생들도참많았다.한집에사는데도

불구하고 중학교는 형과다른곳을 다녔는데 고등학교에서는 형과한학교를 다니게되었다.그리

고 나는고등학교때 갑자기 키가부쩍자라형보다10cm는더크게되었다 게다가 나는얼굴도 어디를 가도빠지지 않을정도로 잘생겨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많았다. 나는형이불쌍했다 키도작지 그렇다고얼굴이 잘생겼기를하나 말을 잘하나 형을 보며 나는우월감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형은 전혀 무감각했다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것처럼 보였다.      어느맑은 가을날이었다 집을나서는데 참세한마리가 대문앞에 죽어있었다.

나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서 착한일한답시고 빗자루와 스레받기를

들고 나왔다 참새를쓸어담아 스레기통에버리려고 했다. 그때형이 대문을나왔다 나는형이

칭찬해줄것으로알고 잔뜩기대했는데 형은 모처럼착한일을하려고하는 나를만류했다

그러더니 손수건을꺼내 그 죽은새를 담더니 집뒤의 야산으로 올라가는것이었다 나는학교에

늦을까봐 미리집을나섰다 형은그날지각을해서 운동장에서기합을받았다. 팍팍한 다리를

두두리며 계단을 올라오는 형에게 참새는어떻게했냐구 물어보니까 뒷산 양지바른곳에묻어

주고왔다고했다 그러면서 참새를묻어주고나서 기도를했다고했다. 나는내심그갓죽은새한마리

땅에 묻고나서 기도는무슨기도냐며 그래도 궁금해 형에게뭐라고 기도했냐구물었더니 형은슬픈얼굴로 대답했다. "만약 이 다음에 어느생엔가 오늘의 너처럼 어느 집앞에 쓸쓸이

죽어 누워있으면 그때는 니가 나를 거두어주렴.................."

형은고등학교2학년겨울에 또 수술을 받았다 정말 그 놈의 수술은 끝이없는것같았다 어머니

말로는 형의수술비로 집한채값이 날아갔다고했다 우리집은가난했다  초등학교때까지는 일년

에 두번씩이사를다녔다 우리집을 가지는게 소원이었다 거기다가 형의수술비가지 대느라언제나쪼들렸다  아버지가 벌어오시는것으로는 어림도없었다 어머니는언제부터인가

악착같이 돈을모으셨다 채무자들을 어쩔때는 참 심하게도 몰아부치기도하였다 부동산에손을

대셔서 지금있는집도 장만하시고 그랬다 극장도한번 안가셨다 극장가서 영화볼돈있으면 차라리맛있는걸 사먹는게 낫다는주의셨다.  그런어머니를보며 형은 항상 마음아파했다

자기때문에 어머니가 저렇게되셨다는것이었다. 형은어머니에게 누가될만한 일은 한번도 해

본일이없었다. 하지만 그런 형에게도 어머니에게 마음이 들지않는점이하나있었다 형은 거의돈을쓰지않았는데 그런형도돈을쓰는곳이 한군데있었다 길에서 거지를보면 없는돈에서

항상얼마씩을 주고는했다 그냥지나치는법이 없었다 내가옆에서 아무리저런사람들도와줘봤자

하나소용이없는짓이라고 설교를해도소용이 없었다 그런형에대해서 어머니에게 일르면 어머니는 형을 참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는하셨다 돈이라는게 얼마나 피나게모아야하는

건데 저러느냐는것이었다. 어머니는형에게항상무서운 세상에대해서 말하시곤 했다 그러면서

 말끝머리에는 항상 "너는 공부못하면 시체야..."이런말을 붙이시곤 했다 형은시체가되지않기위해서 그렇게열심히공부했던것일가?    그랬던 같지는 않다 지금까지

형이 자기자신때문에 뭘 걱정하는걸본적이없었으니까......

나는 여자들에게 인기가많았다 곁에 항상여자가 많아서 용돈이부족하고는햇다 좀부족하긴

했지만 어렸을적처럼 어머니지갑을 뒤지진않았다 형이나때문에 그렇게모진매를 맞았는데 어어떻게그런짓을또할수있겠는가?   그다음해 겨울 우리집에 경사가하나났다 형이대학에

합격한것이었다 그런데 형은 서울의 좋다하는 대학을 다 마다하고 지방에있는p공대를지망

해서합격했다 나는 참 알수가없었다 서울이얼마나 놀기가좋은데 그외진 데까지찾아가는지

이해가안되었다. 형이 서울을 떠너던날........나는 그때까지어머니가 그렇게 많은 눈물을

보이시는건 처음보왔다 형이떠난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손수건이 눈에서떨어지지않았다 그런

어머니가 보기싫어 그날은 혼자서 시내를배회하다가 집에돌아왔다 있을때는 잘몰랐는데 형이없어지니까 집안이 빈듯한느낌이 들었다 형은 자주편지를썼다 그리고 어버이날마다 선물을들고 집에를찾아오곤 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것은 형은어머니생일날에는선물을하지

않았다 .꼭어버이날 그렇게 선물울들고오고는했다 . 참아직까지 말하지않은 중요한것이하나

있는데 형하고 어머니는생일이같다.어머니말로는 예정일을 보름이나 앞당겨서태어나면서

어머니의생일에태어났다고한다 그리고 띠 까지 같았다 .그러기도 참힘들거 같은데 어쨌튼

형하고어머니는 전생의인연이 참깊었었나보다. 형은 어머니생일날태어난걸항상 어머니에게

미안하게생각했다. 즐거워야할 어머니의생일날 자신이 그렇게 끔직한 모습으로 태어나 어머니를슬프게한것이그렇게 마음에 못이 되었나보다. 그러고보니 형은백일사진도없고

돐 사진도없다 .언젠가는 형이 어버이날 어머니선물로 비싼지갑을 사온적이있었다 어머니도

참 그선물을보시고는 대뜸하신다는말씀이 "지갑은벌써하나있는데 가서 다른걸루 바꿔올수없나?"하시는어머니를보며형은그저빙그레웃기만하였다 하지만 어머니는그후그지갑

을항상곁에지니며다니셨다.마치형의 분신이라도되는것처럼......

형은대학교2학년겨울에또 수술을받았다 정말끝이없을거같던 형의수술도 그게마지막이었다

그때는집안도넉넉해져서형의수술비용이 별로부담이되지않았다 그런데 수술일자가 개강과

이상하게맞물려서형은할수없이 한학기동안 휴학을하게되엇다 어머니는무척기뻐하셨다 형의

얼굴도많은수술덕분인지 약간의수술자국을제외하고는 어느새정상이되엇다 하지만솔직히말해형과이십년넘게살아오면서 형의얼굴이 이상하다는생각을해본적은별로없었

던것같다 학력고사에 한번낙방했던나도 힘든재수끝에용케y대에입학할수있었다 그해3월부터

8월까지는우리집은 참행복했다 나는어머니에게 어렸을적형이매맞았던 사건에대해 사실대로 말씀드렸고 어머니는마치 그럴줄알았다는듯이 웃으시며 형과나를바라보셨다 형은밤마다 어머니가 잠드실때까지 어깨며 팔다리를 주물러 드리고는 했다ㅣ 어머니는나보다형이주물러

드리는걸더좋아햇다 형이암마를해주면 그렇게편하고좋을수가없다는것이었다 아마어머니는

사하라사막 한가운데라도 형만있으면 행복해했을것이다 매일같이웃음꽂이피었다

8월이되자형은 복학을했다 어머니는 떠나는형을보내기가못내아쉬웠던지 한학기더휴학하면

안되느냐고형에게말했다. 형은 어머니의손을꼭잡고 언제까지나어머니곁에있을거라고말했다

그러더니 포항으로떠나버렸다 그렇게몇달이흐르고있었다 날짜를 세어보니 조금있으면 어머니의생일이자형의생일이겠구나싶었다.어머니의생일이일주일정도남았을때 그날은 기분이

참않좋았다 . 어머니는나보다 더 심하게느끼시는것같았다.어머니말씀이마치 심장이위로 올려붙는것같은 그런느낌이든다고말하셨다 그리고 숨을거칠게몰아쉬셨다 나는 어머님이 어디가편찮으셔서그러는가생각했는데 어머니는형을걱정하고계셨다 아무래도형에게무슨일이

생긴것같다는것이었다. 그렇게하루종일초조하게보내시던어머니가 전화한통을받으시더더니

금새얼굴이새하얗게변해버렸다.  형이교통사고를당했다는것이었다.어머니와나는부리나케

포항으로내려갔다. 의사말이 머리에서 피를너무많이흘려 소생할가망이없단는것이었다. 오히

려 지금까지숨이붙어있는게신기할정도로라고했다 형이얼굴에산소마소크를하고누워있는게보였다. 오실로스코우프에 간신히 이어지고있는형의

맥박이보였다. 어머니는 하염없이눈물을흘리시면서 두손을모아 누워있는형의손을꼭잡으셨다

그순간 연약하게뛰던형의맥박이 조용히 수평선을그리기시작했다. 마치 사랑하는어머니를 여태 기다리다가 그제서야 안심하고 떠나는것처럼......

차도를무단횡단하던 어떤어린여자아이를 트럭이덮치려든순간 형이 그 앞에 뛰어들었다는것

이었다 다행이 여자아이는 팔을조금다치고 말았는데 형은트럭에치이고나서머리를땅에부딪

히고말았다고한다. 어머니는 슬픔에넋이나가버렸는데도 나는그 순간 묘하게도 "참형다운

최후였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 하느님이 천사를그렇게 오랬동안 지상에 내버려 두지는

않을테니까말이다. 그런말도안되는 생각을한동안하며 통곡을하고계신어머니옆에 넋이나간채있었다.그다음며칠동안 우리집은 무덤과도같았다 어머니는음식은커녕물조차

드시지않았다 한편으로는그렇게 떠난형에게한없이원망하는마음이생기기도했다. 참지독한

열병이었다. 급히 의사를불렀지만 의사는영양제를놓아주면서 환자 스스로일어나야지별다른

수가없다는말을했다 나는어머니에게 산사람은 어쨌튼 살아야할거아니냐고 설득했지만 어머니는 못듣는것같았다 이제는지쳐서 더우시지도못하고 그냥 멍하니누워만있었다 그리고

밤이되면 다시고열에 시달리시고는했다 나는두려운생각이들었다 어머니는 마치 자신의생일날에맞춰 돌아올수없는저먼곳으로 형을따라같이 가시려는것같았다. 어떻게 할

도리가없었다. 드디어 어머니의 생일날이자 형의 생일날이 왔다.그날 아침눈을떠보니 밤새 눈이 내렸었는지 온 세상이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와평소 친했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어머니를위로하려고모여들었다 아주머니들은 다들한마디씩위로의말을건넸지만

어머니는 눈조차감으신채 아무말도못듣는것같았다. 나는 거의 자포자기상태로빠져들었다

그러던 그날오후 초인종소리가들렸다. 나는또 어느동네아주머니겠거니하고 대문을열어주었다 그런데 정말태어나서그런광경을처음보았다 수 백송이의꽃들이었다

이제껏그렇게많은꽃을본적이없었다 배달하는사람도 이렇게많은꽃을배달해보기는처음이라는

말을했다 하얀눈밭위에 수 백송이의 아름다운꽃들이펼쳐져있었다.정말황홀하도록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누가보냈는가보았더니 바로 형 이.었.다.

  "어머니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사셔야되요. 언제까지나 어머니 곁에서함께 할 겁니다"

어머니의 눈가에마른줄알았던눈물이 다시조용히번지기시작했다 언제 꽃배달을시켰는가보았

더니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하기바로전 날이었다 생일에는절대 선물을하지않던형이......

꽃같은것은관심에도없으셨던 어머니에게 이렇게 많은아름다운꽃들을어머니의생일.  자신의

생일에 보내온것이었다 그때문득 마당에서 맴돌고있는참새한마리가있었다. 내가자신에게

관심을보이는걸알았는지 참새는날아오르더니 마당을한바퀴휘돌더니 하늘높이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나는그렇게높이나는참새를본적이없다 그렇게아득히날아오르더니 하늘끝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날이후어머니는조금씩기력을다시찾기시작하셨다 그런데어머니

의 눈빛이 바퀸걸알게되었다 옛날에는 항상 돈에얽매이고 근심이 가시지 않던 어머니의 눈빛에 한없는 평화가 감돌고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결혼하시고는 나가시지않았던 성당을

다니시기 시작하셨다 . 원래 어머니는 결혼하시기 전에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고한다.

세례명인가 영세명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세례명이"아녜스"였다는것도 그때처음

알았다 아참 형의 유품을 정리하다보니 형이 선명회라는 단체에가입하여한어린이를돕고있었

다는것을 알게되었다 지금그아이의 후원자는 바로 나다 평생에 내가 누군가를 돕는거 같은걸하게될줄은 몰랐다 한달에한번씩지로로후원금을부쳐주고는한다. 그동안은 자동이체로

했었는데 그러다보니까 내가 누군가를후원하고있다는사실조차 까맣게잊고지내기가일쑤였다

그 애하고 만나봤는데 그애말이 형은 크리스마스나 그애 생일뿐만아니라 새학기가 시작하면

학용품도 사서부쳐주고 편지도 자주써주고 그랬단다 그애는 형이 참보고싶다며 지금형은어디있느냐고물었다 나는차마 형이 죽었다는말은할수가없었다 사정이 있어서

저하늘 너머 먼 나라에가있다고 말해 주었다 이런저런이야기를 나누다 다음에다시만나기로

약속하고 뒤돌아가는데뒤에서 그애의목소리가 내 귓전을때렸다 "그렇게좋은형과한집에서

매일같이사시니 얼마나행복하세요?" 바보같이 그제서야 나는깨닫게되었다  형과같이 지낸

이십여년간의 시간이 얼마나행복했었는가를....

아이에게 무어라 대답을해주어야할텐데 갑자기목이메여오기시작했다 그순간 언제나따뜻한

미소를보내주던 형의다정한얼굴이떠올랐다 내가매일같이 동네아이들과어울렸을때혼자서 방을지키던 우리형은 얼마나외로웠을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당해 더듬어대던우리형에게 위로의말은 커녕그보다 더 괴롭히기만했던 나는나쁜동생이아니던가

그런못된동생을위해서 매까지 대신맞아주던 착한 우리형................

아이에게 눈물을 보이지않으려 애쓰며천천히 돌아서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얼마나 행복했는데....그렇게좋은형이있어서 나는 참 행복하단다."하지만 아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눈앞이그만 부옇게흐려지고있었다

드디어전광판에 내 대기번호가 찍혔다 나는천천히 앉아있는은행원앞으로가서 선명회지로용지와후원금을내밀었다 은행원은사무적으로도장을몇번쾅쾅찍더니 영수증을나에게 건네주었지만 영수증을받아든순간 나는웬지형의따뜻한체온이느껴지는듯해서

몇번이고 영수증 종이를 어루만져보았다 은행문을나서니 토요일 오후의 따뜻한햇살이나를

반겨주고있다 나는솔직이 이애한테 형이 했던것처럼 할 자신은없다 그래도 열심히노력해

볼생각이다

그래야 천사의 동생이 될 자격을 갖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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